작전 지시하는 추승균 감독 2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전주 KCC 대 서울 SK 경기. 추승균 KCC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8.3.29

▲ 작전 지시하는 추승균 감독 2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전주 KCC 대 서울 SK 경기. 추승균 KCC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8.3.29 ⓒ 연합뉴스


프로농구팀 전주 KCC 이지스의 '2017-2018 시즌' 여정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막을 내렸다. 전주는 4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 나이츠와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4-117로 석패했다. 전주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탈락했다. 서울은 5시즌 만에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통산 6번째 우승을 노렸던 전주는 올 시즌 충분히 정상에 등극할 만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드레 에밋, 전태풍, 하승진 등 지난해 부상으로 제 몫을 못했던 선수들이 돌아왔고 작년 안양 KGC 인삼공사 우승의 주역인 국가대표 슈터 이정현과 베테랑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까지 가세하며 내외곽을 두루 보강했다.

작년 리그 최하위에 그쳤던 전주는 올 시즌 정규리그 35승 19패를 거두며 +16승으로 전년도에 비하여 가장 성적이 급상승한 팀이 됐고 서울 SK, 원주 DB 프로미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인천 전자랜드-서울 SK와 잇달아 명승부를 펼치며 저력을 증명했다. 전반적으로는 반등에 성공한 시즌이었다고 총평할 만하다.

경기력 기복 심했던 KCC, 4시즌 동안 순위도 오락가락

하지만 내용 면으로 들어가면 조금 아쉽다. 전주는 선수 구성상 올해가 '우승의 적기'로 보였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정규 시즌부터 경기력 기복이 심했고 정규 시즌 막판에는 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전주는 허재 감독 시절인 2009년과 2011년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두 번이나 우승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하승진이 예고했던 '장판(전주 KCC의 애칭) 렛츠기릿'(Let's get it)은 추승균 감독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6강에서는 전력상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인천에게 '업셋' 위기에 몰렸다가 최종전 끝에 겨우 기사회생했고 4강에서 만난 서울은 에이스 애런 헤인즈의 부상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1, 2차전을 내주며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시리즈였다. 추승균 감독의 수비전술과 경기운영 능력은 플레이오프 내내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돌이켜보면 추승균 감독 체제의 전주 KCC는 3년 내내 롤러코스터 행보를 반복했다. 2015년 2월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허재 감독의 후임으로 시즌 막판 급작스럽게 대행 역할을 맡았던 2014-2015 시즌에는 9위를 차지했지만 2015-2016 시즌에는 곧바로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장식했다. 2016-2017 시즌 다시 10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2017-2018 시즌에는 3위에 오르며 그야말로 냉온탕을 넘나드는 행보를 보였다.

정규시즌 우승 1회와 챔프전 준우승, 4강 1회라는 성적표는 결코 나쁜 결과물은 아니지만 우승 전력이라는 기대치에 비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추승균 감독은 현역 시절 전주의 프랜차이즈스타 출신이고 팀이 기록한 5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한 유일한 멤버지만, 정작 감독으로서의 평가는 사실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편이다.

추승균 감독이 가장 많이 비판 받는 부분은 주로 전술적 유연성에 대한 아쉬움이다. 아직 지도자 경력이 길지않은 젊은 감독인 탓도 있지만 위기관리나 상황대처능력이 한박자 느리고 준비했던 카드가 잘 먹히지 않을 때 전술적 대처가 경직되었다는 비판이다.

이런 단점은 집중력이 높아지는 단기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추승균 감독은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과의 지략대결에서 사실상 완패했다. 2년 만에 돌아온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문경은 서울 SK 감독 등 자신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 지도자들과의 수싸움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경기운영

이정현 '비켜' 2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전주 KCC와 서울 SK 경기. KCC 이정현이 드리블하고 있다.

▲ 이정현 '비켜' 2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전주 KCC와 서울 SK 경기. KCC 이정현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주는 선수 구성이 화려하지만 그만큼 스타플레이어들의 개인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양날의 검으로 지적받는다. 에밋, 하승진, 이정현, 전태풍 등은 모두 각 포지션에서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하승진은 높이가 좋은 대신 팀 기동력을 떨어뜨려 속공 위주의 게임에서 취약하고, 에밋과 전태풍은 득점력이 좋지만 볼 소유시간이 길고 경기가 안 풀릴 때 개인플레이 성향이 강해진다는 식이다. 상대팀도 이런 약점을 파악하고 집요하게 공략한다.

추승균 감독은 이런 문제점을 전술적으로 극복하는데 실패했다. 전주가 인천과 서울에 모두 고전했던 순간은 속도전과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정규 시즌부터 전주에 강했던 서울은 플레이오프에서도 빠른 공수전환과 외곽슛으로 기동력이 떨어지고 지역방어가 부실한 전주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양 팀간의 대결에서 유독 다득점 경기가 많았고 특히 마지막 4차전에서 양팀 모두 110점대까지 올라가는 극단적인 대량득점 경기가 나온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주의 시각에서 보면 서울의 템포를 제어하지못하고 자신들이 유리한 흐름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는 증거다.

4차전 막판의 뜨거운 추격전도 이미 흐름이 거의 넘어간 상황에서 사실상 전태풍의 미친듯한 개인능력으로 꺼져가던 불씨를 살린 장면이었다. 몇몇 경기는 에이스들의 원맨쇼로 이길수도 있었지만 강팀과 4-5차례씩 잇달아 맞대결해야하는 플레이오프에서 이런 패턴은 결국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현역 시절 최고의 선수였던 추 감독이 '우승청부사'의 영광을 감독으로서도 재현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주 구단은 과거 신선우-허재 같은 전임 감독들에게 각각 10년 가까이 임기를 보장하며 지도자들이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 전례가 있다. 다만 올 시즌의 결과물을 놓고 봤을 때 추감독에게도 그 정도의 전폭적인 신뢰와 인내를 보여줄 수 있을지, 전주 KCC의 선택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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