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지효.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서 결혼 8년차 여성 미영 역으로 분한 송지효. ⓒ 마이컴퍼니


배우 송지효가 최근 택한 드라마와 영화는 모두 제목부터가 노골적이다. JTBC에서 방송한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와 5일 개봉한 영화 <바람 바람 바람> 등. 소재와 캐릭터, 장르 등은 확연히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현실 한국 속 어떤 여성을 조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바람 바람 바람>에서 그가 맡은 미영이라는 캐릭터는 결혼 8년차이며, 재력과 미모를 겸비한 재원이다. 남편 봉수(신하균), 친오빠 석근(이성민)과 함께 제주도에서 산다. 단점이 있다면 SNS 중독자에 남편과 오빠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 영화적 재미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 여성은 왜 이렇게 행동하게 됐을까를 상상하는 게 흥미로울 법하다.

익숙함에서 오는 무심함

드라마와 영화가 다룬 바람 혹은 불륜이라는 소재에 송지효 본인 스스로는 크게 염두에 두진 않았다. "바람 자체를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미화 혹은 옹호한다고 보지 않았다"며 "그 소재를 통해 부부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게 중요했다"고 나름의 생각을 밝혀다.

"근데 제목과 소재가 바람이니 부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한다는 게 평범한 걸 보이기 위함은 아니잖나.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인데 소재는 바람일지언정 우선 영화는 바람을 겪으며 일어나는 후폭풍에 대한 이야기라고 봤다. <이번주 아내가...>는 워킹맘에 집중했다면, 영화에선 현실적 부부의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미영이 봉수를 막 대하는 모습은 익숙함에서 오는 무심함일 수 있다. 남편이 자기 기대보다 못 미쳐서일 수도 있겠지. 우리가 매일 밥을 먹으면서도 정작 그 소중함을 잊을 때가 많잖나. 그런 무심함인 것 같다. 저도 결혼은 안 해봐서, 이 영화를 준비할 때 주변에 있는 8년 차 부부들에게 물었다. 근데 멀리 갈 게 아니고 우리 부모님만 봐도 매번 다정하신 게 아니더라. 있는 둥 마는 둥 대하기도 하고."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관련 사진.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의 한 장면. ⓒ NEW


영화에서 석근은 20년째 바람을 피웠는데도 아내가 눈치 채지 못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아내 바라기였던 봉수마저 석근의 꾐에 넘어간다. 이 때문에 여러 사건이 터지지만 영화는 이 부부들이 진정한 관계의 의미와 서로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우리 영화는 남매 간, 부부 간 나누는 대사들이 참 재밌으면서도 상징적이다. 단순히 재밌다며 스쳐버릴 대사들이 아니었다. 제가 실제로 동생이 둘 있는데 영화 속 석근 오빠에게 욱하면서도 나름의 정이 있잖나. 그런 감성이 충분히 이해 됐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생각났다. 오래 세월을 함께 보낸 어르신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보냈겠나. 우리 부모님도 40년 간 같이 사셨는데 지금까지 서로의 옆에 계신다는 자체가 존경스러웠다. 만약 저라면? 그 관계를, 의리를 지킬 수 있을까? 되물었다. 쉽지 않을 것 같다! (웃음) 자식 때문에 산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라." 

실제 송지효의 관점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송지효 개인의 결혼관 이야기로 넘어갔다. 1981년생, 흔히 주변에서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 대해 고민했을 법했다. 송지효는 결혼적령기라는 말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시기가 되고, 그 시기에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결혼이란 것에 속박된 느낌이잖나. 마치 꼭 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결혼이라는 건 상대를 보면서 10년, 20년, 30년 이상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이후에야 하면 되지 않을까. 1년, 2년 연애했다고 섣불리 하고 싶진 않다. 결혼을 위한 만남은 별로인 것 같다.

예전에 한 선배가 아이를 낳아 학부모가 됐을 때 엄마 나이가 너무 많으면 좀 그렇더라고 하셨다. 여자는 또 아이를 낳은 뒤 몸이 점점 쇠퇴하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결혼을 빨리 하는 게 맞는데 제겐 아직 먼 이야기 같다. 부모님이 결혼 이야길 꺼낼 때마다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더 새벽에 나가고! (웃음)"

그래서인지 '바람'에 대한 송지효의 정의가 새롭게 다가왔다. "남녀의 부적절한 관계만이 바람이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바람'은 존재하는 것 같다"며 그는 새로운 '바람론'을 제시했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다른 사람과 친해졌을 때 질투를 느끼듯이 바람에 관련한 감정은 사실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그가 말했다.

"그렇다고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연애를 또 자주, 가볍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성향 상 누군가에 확 빠지기 보다는 점차적으로 젖어드는 쪽이랄까. 음, 먹는 것에는 미친 듯이 빠지는데...(웃음) 사람에 있어선 오래 만나고,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며 헤어지면 오래 아파하는 스타일이다. 30대 초였나? 친구와 함께 성격을 바꿔보자는 다짐을 했는데 10일 만에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제 성격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웃음)."

 배우 송지효.

ⓒ 마이컴퍼니


꿈꾸는 자세

그만큼 송지효는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해져 있었다. 모델로 데뷔한 이후 연기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영화 필모그래피 수는 적지만 "작품 작업 자체에 연연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바람 바람 바람> 제안이 왔을 때도 송지효는 "영화 자체에 대한 갈망보단 이성민, 신하균 선배, 이엘씨 틈에 제가 있다고 상상할 때 재미가 있었다"며 "이병헌 감독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고 말했다.

그래서 예능 출연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들보다 열린 태도를 갖고 있었다. 이미지 소모 등을 걱정하며 예능 출연을 자제하는 배우들과 달리 송지효는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등에서 오히려 본연의 모습을 보이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물론 <런닝맨>이 가장 편하지만 100프로 제 모습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특정 면을 부각시키거나 보이지 않고자 하는 모습도 있다. 근데 연기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지금까지 제가 맡은 캐릭터는 어느 정도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이 많다. 작품에서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지, 작품이 제게 잘 맞는 가를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 대중 분들은 <런닝맨>을 빼고 절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연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연기든 예능이든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1년에 하나 정도 했을 텐데 작품 자체에 대한 갈망은 끝이 없지만 동시에 제가 호기심이 많다. 하나만 하기 보단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싶다. 그만큼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이지. 그럼에도 그런 기회를 꿈꾸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송지효의 바람은 분명하면서도 소박했다.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자가 발전하는 배우가 되자"였다. 다양한 방면에서 본인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할 모습을 기대해보자.

 배우 송지효.

배우 송지효. ⓒ 마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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