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된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청문회 자리에만 서면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1일 방송된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청문회 자리에만 서면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 SBS


지난 1일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SBS 스페셜> '권력과 거짓말(부제: 피노키오의 나라)' 편에서는 권력자들의 거짓말을 다뤘다. 나는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당시 나는 친구와 함께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TV에서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단원고 학생들이 탄 세월호 선박이 침몰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이어서 나오는 전원 구조 소식에 안심하며 친구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버스 전복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때의 아픔을 느끼며 이번에는 아이들이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론은 거짓을 말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곧 오보임이 밝혀졌다. 전원 구조가 아니었으며 구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세월호가 침몰해 갔다. 분노가 들끓었다. 언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안심한 나도 오보를 한 언론의 모습도 화가 났다.

그때 이후로 나는 세월호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관련 정보를 계속해서 찾아봤고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서명에도 함께했다. 1000만 명이라는 큰 숫자였지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권력과 따라다니는 거짓말

하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35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서명에 동참했고 실제로 특별법이 제정되어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자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과는 다르게 세월호 특조위는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었다. 예산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령에 따라 조사권, 수사권이 없는 허수아비의 특조위가 힘든 활동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은 계속 쏟아졌다. 잠수사 500명을 투입해 구조 활동을 했다는 정부의 입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었고 대통령이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 역시 조작된 것이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구하는 것이 어렵냐"고 하던 황당한 발언은 이로 인해 발생했다. 참사 후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방은 묘연했으니 말이다.

세월호 뿐만이 아니다.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에 관해서도 거짓말은 이어졌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최순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자신의 발언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행이라도 하는 건지 청문회 자리에만 서면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마치 기억이 안 난다는 오리발이 만능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꾸만 거짓말을 하는 이유

 1일 방송된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거짓말을 일삼은 권력자들도, 그들을 그대로 방관해왔던 우리도 이제는 용서하지 않아야 한다.

1일 방송된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거짓말을 일삼은 권력자들도, 그들을 그대로 방관해왔던 우리도 이제는 용서하지 않아야 한다. ⓒ SBS


더욱 황당한 것은 권력을 가진 이들의 거짓말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심에서 실형을 받더라도 2심에서 주로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추세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1심에서는 위증으로 유죄를 받았으나 2심에는 무죄로 풀려났고, 심지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공소가 기각됐다. 청문회 이후에 이루어진 고발이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법적인 타당성은 뒤로 한다고 해도 많은 권력자들이 거짓말로부터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에는 거짓말에 대한 무게가 매우 무거웠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국가전복 반란에 준하는 죄에 해당하는 미국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위증과 정의실현의 반대라는 이유로 첫 해임안을 받게 됐다.

미국의 법학대학교 교수 다니엘 리치먼은 "중복되는 법률이 많은 것을 법학자로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부패 범죄나 직권남용에서의 거짓말은 반드시 기소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위증에 대한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권력자의 거짓말에는 무겁게, 일반 국민의 거짓말에는 가볍게 형을 부과하고 있었다. 권력자의 거짓말은 정의실현을 막는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의 권력자의 거짓말은 턱 없이 가벼워보인다.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등 수많은 권력자들이 국민들을 죽이고 독재를 행하며 국민을 기만했던 게 지금의 세대까지 답습돼 버린 것이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 거짓말은 분명 달콤하다. 말 한마디로 위기를 넘길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거짓말의 값은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본인이든 주변사람이든.

나 역시 일상에서의 거짓말, 또는 적극적으로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고 서로간의 불신을 조장함을 뼈아프게 배워왔다. 거짓말에는 끝이 없다. 끝이 있다면 최악의 상황뿐이다. 그렇기에 <SBS 스페셜> '권력과 거짓말(부제: 피노키오의 나라)' 편은 말한다. 거짓말을 일삼은 권력자들도, 그들을 그대로 방관해왔던 우리도 이제는 용서치 않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는 글 <다큐발굴단>을 통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재밌는 다큐들, 이야깃거리가 많은 다큐들을 찾아보고 더욱 사람들이 많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위증 거짓말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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