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시(한국시간)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상대팀 골키퍼 베고비치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4-1로 역전승했다.

12일 오전 1시(한국시간)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상대팀 골키퍼 베고비치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4-1로 역전승했다. ⓒ EPA/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격수 손흥민이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토트넘 홋스퍼 FC 손흥민은 2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첼시 FC와의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토트넘이 2-1로 앞서나가던 후반 20분 손흥민은 첼시 문전에서 추가득점 찬스를 잡았다. 손흥민은 첼시 골키퍼 카바예로를 비롯해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둘러싸여 있었지만 자유로운 위치에 있던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에릭 라멜라 등 팀 동료들을 보지 못하고 다소 무리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손흥민의 슈팅은 상대 수비에 막혔지만 다행히 알리가 흘러나온 볼을 잡아 다시 밀어 넣으면서 쐐기골로 연결됐다.

토트넘은 이날 첼시를 3-1로 제압하며 28년 만에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 무승 징크스를 극복했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수성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손흥민은 이날 아쉽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토트넘 입장에서 첼시전 승리는 매우 중요했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고 있던 와중에 만일세 번째 골이 실패했다면 토트넘은 막판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도 있었다. 좀 더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동료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린 손흥민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에릭센과 알리, 라멜라 등 팀 동료들은 득점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에릭센은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직접 거론하며 "상황을 조금 어렵게 만들 뻔했다. 골은 들어갔지만 패스하지 않은 손흥민의 선택에 조금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알리 역시 토트넘 공식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손흥민에게도 이야기했다. 조금 짜증이 났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골을 넣으려고 했던 걸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최근 믿을 수 없이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다"고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날 손흥민의 플레이에 대해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공격수로서 충분히 욕심을 낼 만한 상황이었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팀 플레이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축구 경기 중 빈번하게 있을 수 있는 해프닝이다.

공격수의 이기심은 당연한 것, 그러나 확대해석할 필요 없어

손흥민의 골 욕심에는 이유가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물오른 득점력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상으로 한동안 결장했던 해리 케인(첼시전 후반 교체출전)을 대신해 선발 원톱 공격수로 나서고 있다. 케인이나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도 때때로 '골 욕심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공격수라면 때로는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골에 대한 집착이 있어야 한다.

손흥민이 그동안 기록한 득점 중에서도 동료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내줄 수도 있었지만 본인이 마무리해 성공시킨 골이 있다. 말 그대로 골을 넣으면 영웅, 실패하면 역적이 되는 게 공격수의 운명이다. 만일 손흥민이 득점을 성공시켰다면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첼시전의 전반적인 경기력이나 최근 경기 내용들을 살펴봐도 손흥민이 팀 플레이를 해칠 정도로 욕심을 부린 장면은 많지 않다. 특정 경기에서 벌어진 단편적인 해프닝을 두고 손흥민의 플레이에 대하여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단정지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날 손흥민의 이기심을 비판한 팀 동료들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경기에서 선수의 욕심으로 찬스가 무산될 뻔한 순간을 지적하는 것은 팀원으로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팀원이 개인의 의견을 서로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흔한 소통의 방식이다.

만일 손흥민이 더 좋은 위치에 있었는데 공을 잡은 알리나 라멜라가 패스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들은 아마도 국내 팬들에게 적지 않은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선수들은 과거 경기 중 손흥민과 충돌했다는 이유로 극성 팬들에게 비난을 듣고 'SNS 테러'까지 당한 전력이 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일부 극성 팬들은 손흥민에게 피해가 된다 싶으면 팀 동료든 감독이든 상관 없이 비난하기도 한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보물이라고 해도 비판해야 할 때는 하는 것이 선수 본인을 위해서도 더 좋은 일이다. 손흥민은 충분히 자신이 해야할 일을 했고 그 와중에 조금 욕심을 부린 면도 있다. 가벼운 해프닝을 논란으로 키우는 건 불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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