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감독 '좋아' 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원주 이상범 감독이 득점 성공에 기뻐하고 있다. 2018.4.1

▲ 이상범 감독 '좋아' 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원주 이상범 감독이 득점 성공에 기뻐하고 있다. 2018.4.1 ⓒ 연합뉴스


'이상범 더비'로 주목받았던 2017-18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의 승자는 원주 DB였다. 1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원주 DB 프로미는 안양 KGC 인삼공사를 92-82로 제압하며 파죽의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챔프전행은 2014-2015 시즌 이후 3년 만이다. 원주는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챔프전까지 오르며 2007-2008 시즌 이후 10년 만의 통합우승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준결승 상대였던 안양은 공교롭게도 이상범 감독의 친정팀이기도 하다. 이상범 감독은 원주 사령탑에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프로 데뷔 이후 안양에서 선수-코치-감독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안양맨' 출신이었다. 이감독은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당시 안양을 이끌고 정규리그 최다 승률 우승팀이었던 1위 원주를 4승 2패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하며 안양의 창단 첫 우승까지 일궈냈다. 공교롭게도 원주는 이후 더 이상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이상범 더비', 이번에도 승자는 이상범 감독

세월이 흘러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재회한 양팀은 이번엔 원주가 3연승으로 안양을 스윕하며 챔프전의 빚을 갚는 데 성공했다. 팀은 바뀌었지만 승자는 이번에도 이상범이었다. 2013-2014 시즌 이후 안양에서 성적부진으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던 이상범 감독으로서는 이번엔 원주에서 또 한 번의 리빌딩에 성공하며 자신을 버린 친정팀의 2연패 도전을 좌절시키고 복수한 모양새가 됐다.

팽팽한 접전을 예상했던 경기는 막상 뚜껑을 열자 원주의 일방적인 압승이었다. 원주는 1차전(100-93)에서만 데이비드 사이먼의 활약을 앞세운 안양에 다소 고전했을 뿐, 2차전(94-73)에서 21점 차로 대승을 거뒀고, 3차전에서도 경기 중반 20점 차 이상 리드를 벌렸을 만큼 안양에 한 번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올 시즌 원주는 '디온테 버튼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원주가 올 시즌 정상권을 질주할 수 있었던 데는 득점력이 뛰어나고 다재다능한 버튼의 존재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게 사실이다.

버튼은 안양과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원주가 안양을 압도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면 단지 버튼에게만 의존하는 경기력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은 올 시즌 버튼에게 주연 자리를 내주고 사실상 조연으로 한발 물러났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버튼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플레이오프에서 무서운 득점력을 발휘하던 안양 사이먼도 벤슨과의 수비에는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단신 외국인 선수 큐제이 피터슨은 의욕이 앞서 결정적인 턴오버로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3차전에서 버튼의 득점은 13점에 그쳤다. 하지만 눈여겨볼 부분은 버튼이 9개의 리바운드와 7개의 어시스트를 추가하는 트리플 더블급 활약으로 득점이 아니어도 팀에 기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공격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버튼은 굳이 무리하지 않고 동료들을 활용하는 영리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그 이면에는 팀원들의 기량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있었다.

원주 DB, 효율적인 팀플레이가 승리 이끌었다

버튼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슬램덩크 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원주 버튼이 덩크슛을 하고 있다. 2018.4.1

▲ 버튼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슬램덩크 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원주 버튼이 덩크슛을 하고 있다. 2018.4.1 ⓒ 연합뉴스


팀플레이에서 외국인 선수들만이 주도하고 국내 선수들이 소외되어있는 비효율적인 모습은 원주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올 시즌 국내 선수 MVP에 오른 두경민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력을 앞세워 체력이 떨어진 안양의 내외곽을 종횡무진 휩쓸었다. 김현호, 김태홍, 서민수 등은 특유의 허슬플레이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은퇴를 앞둔 김주성과 윤호영 같은 노장들은 후반에 주로 출전하여 기록적으로는 두드러지 않았지만 후배들을 든든하게 받쳤다.

사실상 주전과 벤치의 구분이 무의미한 원주의 두터운 선수층은 서로가 서로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효과로 더 빛났다. 코트에 나오는 선수들마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간 수비농구 이미지가 강했던 원주지만 4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 95.3점을 쓸어담는 화끈한 공격 농구로 안양을 초토화시켰다. 선수 개인의 능력보다 '원팀'으로서 뭉칠 때 더 위력을 발휘하는 팀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안양은 오세근의 공백이 뼈아팠다. 오세근은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발목을 다친 이후 더 이상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지 못했다. 골밑이 약한 울산을 상대로는 오세근 없이도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지만 원주를 상대로는 오세근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원주는 빅맨들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와 박스아웃에 가담하며 안양의 골밑에 부담을 안겼다.

1차전 이후 안양이 사이먼과 양희종의 출전시간 조절과 수비 부담 분산에 실패하며 갈수록 체력이 떨어진 것도 2, 3차전에서 급격히 무너진 원인이었다. 안양 외곽의 활로를 열어줘야 했던 전성현도 4강에서는 원주의 협력수비에 막혀 부진했고, 피터슨은 지나치게 개인플레이에 의존했다.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은 2015-2016 시즌부터 팀을 우승 1회 포함 3년  연속 4강으로 이끌었지만, 위기관리나 벤치 활용능력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챔프전에 오른 원주는 이제 오는 8일부터 서울 SK 나이츠-전주 KCC 이지스전의 승자와 우승 트로피를 두고 맞붙는다. 4강전 완승으로 인한 자신감과 체력비축.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 간의 이상적인 조화. 이상범 감독의 안정된 용병술이 절정에 오른 원주는 말 그대로 최상의 분위기에서 챔프전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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