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전반전 실력 차

신태용호 출범 후 처음으로 세계적인 강호를 만나 펼친 평가전(호주프 실롱스키 경기장)에서 한국이 폴란드에 2-3 무릎을 꿇으며 유럽 원정 2연전을 마감했다. 결론적으로 북아일랜드와 폴란드전에서 한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물음표 속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다. 매번 제기되어 온 수비 불안은 여전히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고 공격 역시 기성용(29, 스완지 시티),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 등 선수 한두 명만 가지고 세계적인 강호에 도전장을 던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도전인가를 실감했다.

폴란드가 강호라는 사실은 FIFA가 발표한 3월 랭킹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폴란드는 6위이고 한국은 59위로 그 차이는 컸다. 그동안 FIFA 랭킹은 객관적일 뿐 주관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과 폴란드전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신뢰성을 입증하는 결과가 전반전 0-2 스코어로 명확히 나타났다. 한마디로 전반전 만큼은 한국에게는 혹독한 시험대의 평가전이었다. 사실 폴란드 전을 앞두고 한국에게 희망을 가질만한 요소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폴란드가 지난해 11월부터 우루과이(0-0 무), 멕시코(0-1 패), 나이지리아(0-1 패)와 잇달아 가진 평가전에서 3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스리백 전술의 패착

수비 숙제 장현수(5)와 홍정호(19)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9)에게 헤딩골을 허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 수비 숙제 장현수(5)와 홍정호(19)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9)에게 헤딩골을 허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이 가진 이 같은 희망적 요소는 양 팀 모두 주전으로 맞선 전반전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하여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 원인의 꼭지점에는 신태용 감독이 선택한 스리백에 의한 3-4-3 포메이션이 자리잡고 있었다. 축구에서 포메이션은 사람이 입는 옷과 같다. 옷은 몸에 맞아야만 보기좋고 아름답다. 하지만 한국이 입은 3-4-3 포메이션 옷은 다리에서 머리 끝까지 부조화로 얼룩진 옷이 아닌 하나의 짐이었다.

특히 스리백에서 나타나는 단점으로 인하여 팀 전체적인 경기력과 선수들의 능력이 전연 발휘될 수 없었다는 점은 단연코 스리백 전술 선택의 패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게 스리백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부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한일월드컵 4강을 성취했다. 이로 인하여 한국축구에도 스리백이 자리잡게 됐지만 아직까지 선수들이 스리백 전술을 이해하고 이를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것은 바로 한국 선수들이 유소년 시절부터 스리백에 익숙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리백 전술 특징은 수비 시 좌우 윙백이 수비에 가담하여 파이브백(5 Back)을 형성하는 수비적인 전술로, 현대 축구에서 포백과 함께 수비 포메이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선수들의 능력에 따른 팀 전력이 우위에 있는 팀과의 대전에서 흔히 스리백 전술을 선택 이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도 한국과 같이 똑같은 스리백 전술로 경기에 임했지만 경기력은 큰 차이점을 보여주며 전반전에만 2골을 터뜨리는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구사했다. 그것은 좌우 윙백의 수비 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리백 앞쪽에 투 보란치를 위치시킨 3-2-4-1 포메이션에서 원톱으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0, 바이에른 뮌헨)를 포진시킨 형태였다.

이는 이재성(26, 전북 현대),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 권창훈(24, 디종 FCO) 스리톱과는 상반되는 스리백 전술로 전반전 결과 만을 놓고 본다면, 전반 32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선취골과 45분 카밀 그로시츠키(28, 헐 시티) 추가골 성과를 가져온 폴란드의 스리백 전술이 효과적인 면에서 한국보다 훨씬 앞섰다. 신태용 감독이 선택한 공격 스리톱 전술은 미드필더와 수비 강화 상태에서 역습 등에 공격의 효율성을 기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카드였다. 즉, 폴란드가 강호라고 해서 결코 수비 지향적인 축구에만 올인하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같은 신태용 감독 전략은 폴란드의 측면을 최대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한국은 전반 시작과 함께 폴란드의 적극적인 측면 공격으로 좌우 윙백 이용(32, 전북 현대)과 박주호(31, 울산 현대)가 수비적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하여 미드필드 지역에서도 수적 열세를 드러나며 미드필드와 공격 플레이가 실종되며 미드필더 기성용(29, 스완지시티)은 물론 스리톱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거다운 자신들의 능력을 전연 보여주지 못했다.

4-4-2 포메이션 복귀의 반전

손흥민 황희찬 시너지 황희찬(오른쪽)과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함께 공격하고 있다.

▲ 손흥민 황희찬 시너지 황희찬(오른쪽)과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함께 공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신태용 감독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선취골 허용 후 3-4-3 전술 실패를 스스로 자인하며, 황희찬(22, 잘츠부르크)을 투입 '플랜A' 4-4-2 포메이션으로 복귀 한국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결과는 후반전에 경기력으로 그대로 나타났고 한국은 중원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조직적인 공격 플레이와 전방 압박, 강한 정신력에 의한 투지 등으로 팀 분위기와 경기 흐름을 반전시켜 후반 41분 이창민(24, 제주 유나이티드)과 42분 황희찬의 연속골로 2-2로 경기에 균형을 맞추는 성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경기 전 한국의 경기운영 컨셉은 스리톱에 의한 3-4-3 전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플랜A' 4-4-2 전술에 초점을 맞춰 폴란드를 상대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팀 포메이션 선택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그 어느 누구도 포메이션 선택에 관여할 수 없고 또한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의 포메이션 선택에 실효성과 더불어 우선이야 차선이냐가 하는 문제 만큼은 폴란드 전 한 경기를 놓고 봤을 때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객관적 전력이 열세라도 공은 둥글다. 이는 곧 축구는 이변의 스포츠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력이 열세인 팀에게도 90분 경기 동안 최소한 2~3번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찾아온다.

공격 옵션과 세트피스 향상은 과제

한국에도 90분 경기 동안 강호 폴란드 골망을 2번 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아직도 확실한 답이 없는 공격 옵션을 이제는 확정지어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러시아 FIFA월드컵 F조에서 아직까지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이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하여 이변을 연출할 수 있다. 폴란드를 맞아 손흥민에 대한 활용 방안은 아직 물음표였다. 또한 공격라인에서의 상호간 유기적인 플레이와 과감한 돌파와 같은 효과적인 플레이 구사는 단발성에 그쳤다.

이에 러시아 FIFA월드컵전까지 손흥민 활용 방안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팀 조직력 향상을 위하여 각 포지션 선수 기용의 변화에 종지부를 찍고 한편으로 공격력을 극대화 하기 위한 개인과 부분적인 플레이 구사의 실효성 찾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약팀이 강 팀을 상대로 하여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코너킥, 프리킥 세트피스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현대축구에서 절대 평범해서는 안 될 플레이가 바로 세트피스다.

따라서 상대에게 간파 당하지 않는 특별한 세트피스가 필요하다. 한국은 북아일랜드 전에서 허를 찔리는 세트피스로 동점골을 허용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이 같이 세트피스로 인하여 실점을 허용하게 되면 필드 플레이에 의한 실점보다 팀 분위기와 선수 사기 등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폴란드 전에서 선보인 한국의 세트피스는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왼발, 오른발, 감각적 킥 능력의 전문 키커 육성과 상대를 완벽히 속일 수 있는 조직적인 세트피스 향상이 절실하다.

이래 저래 폴란드 전은 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또 한번 포메이션과 선수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며 성장을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과정과 결과에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러시아 FIFA월드컵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있는 한국에게 폴란드 전은 고통에 의한 좌절이 아닌 성장을 위한 결의의 효과적인 예방주사였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때가 곧 도전의 시작이며 포기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기에 폴란드에 맞은 예방 주사는, 분명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한국에게 도전과 용기를 일깨워 준 한판 승부로서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폴란드 숲 가운데서 기성용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폴란드 선수들 사이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 폴란드 숲 가운데서 기성용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폴란드 선수들 사이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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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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