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이 유럽 원정에서 2전 전패를 기록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8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호주프 실레시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폴란드와 A매치 평가전서 2-3으로 졌다.

'FIFA 랭킹 6위' 폴란드는 예상대로 강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8승 1무1패(승점 25) E조 1위로 본선에 직행했다. 탄탄한 전력으로 한국을 제압하며 강력한 면모를 뽐냈다.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평가전은 유럽예선 득점왕(16골)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와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의 맞대결에 관심이 모였다. 레반도프스키는 선제골을 넣었고 손흥민은 황희찬의 동점골 기점 역할을 했다. 이들은 수비진의 집중견제를 받으면서도 제몫을 다했다. 잘해야 본전인 에이스의 숙명이기도 하다.

경기는 무승부로 굳어지는 분위기였으나 '조연의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폴란드의 미래로 불리는 피오트르 지엘린스키(23·나폴리)가 후반 추가시간 왼발 슈팅으로 한국을 울렸다.

지엘린스키는 리버풀이 탐내는 기술파 미드필더다. 10대 시절부터 빅클럽이 탐내는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건실하게 자란 그는 신태용호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한국은 레반도프스키를 분석했지만, 지엘린스키를 파헤치지 못했다. 그의 왼발은 오른발만큼이나 정교했다.

대표팀은 앞서 지난 24일 북아일랜드 원정에서도 1-2로 졌다. 후반 종반 북아일랜드 유망주 폴 스미스(21·퀸즈 파크레인저스)에게 역전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신태용호에 조커가 필요하다

한국대표팀의 전력은 많이 노출된 상태다. 과거와 다르게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고 있다. 손흥민과 기성용은 상대팀의 타깃이 됐다. 폴란드와 북아일랜드 선수들은 손흥민을 거칠게 다뤘다.

반면, 한국은 북아일랜드의 전력을 면밀히 파헤치지 못했다. '비밀병기' 스미스에게 한 방 얻어맞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북아일랜드전 후반 교체 투입된 왜소한 체구의 스미스가 김민재(키 189cm)를 뚫고서 결승골을 작렬했다. 빠른 발과 기술이 돋보였다. 스미스는 한국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올 시즌 잉글랜드 2부리그 퀸즈파크에서 7경기 출전해 1골을 기록 중이다. 

스미스를 보면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가 떠오른다. 이승우도 체구는 작지만 축구 지능이 뛰어나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수비진을 벗겨낸다.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비밀병기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이승우는 '축구황제' 디에고 마라도나와 한국축구 영웅 차범근이 인정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다.

FIFA는 지난 2015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만약 당신이 이승우를 모른다면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라. 한국 소년의 엄청난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남미 매체 '엘 코메르시오'도 지난해 7월 FIFA U-20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 예선전을 앞두고 이승우를 주목했다. 당시 매체는 마라도나와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마라도나는 "이승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돋보이는) 유망주였다."며 "내 조국을 상대로 활약한다면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도나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승우는 아르헨티나전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아 단독드리블 끝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수비수 4명을 뚫은 뒤 골키퍼마저 제쳤다.

'시련의 연속' 독기 품은 이승우

이승우의 주가가 치솟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18년 현재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를 떠나 베로나로 이적했지만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달 4일 AS로마와 경기를 끝으로 한 달 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8경기 교체출전과 컵대회 2번 선발에 그쳤다.

베로나 파비오 페치아(44·이탈리아) 감독은 1부리그 잔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6승4무18패로 20개 팀 가운데 19위에 머물러있다. 실험보다 검증된(이탈리아 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시즌 승격을 이끈 베테랑들과 페치아 감독이 직접 영입한 로이스 킨, 페트코비치, 볼도르 등을 중용하고 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선취골을 넣고 관중 앞에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선취골을 넣고 관중 앞에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페치아 감독의 전술에 이승우가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베로나 구단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승우를 영입했다는 사실이다. 4년간 계약을 체결하며 러시아월드컵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페치아 감독은 이승우의 장점을 알고 있다.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눈여겨봤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선수다. 다른 (평범한) 공격수와 차별된 재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 기회를 주지 못하는 건 팀 사정(강등권)으로 이해할만하다. 이승우에겐 아쉽지만 이 또한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성장통으로 받아들인다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한국축구 영웅 차범근도 이승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차범근은 지난해 이승우와 면담을 통해 "2017년 4월 잠비아 U-20팀과 평가전이 기억에 남는다. 이승우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득점했을 때 소름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에서 그런 골을 넣은 공격수가 몇이나 되겠나. 단점은 신경 쓰지 말고 장점을 극대화하라. 예측불허 드리블과 경기를 읽는 시야, 불가능한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내는 천재성을 지녔다. 장점을 믿고 계속 당당하게 진격하라"고 조언했다.

독기 품은 이승우가 신태용호에 합류한다면 의외의 결과물을 낼 수도 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때 차두리의 잠재력을 믿고 비밀병기로 중용, 4강 신화를 일궜다. 신태용 감독도 이승우의 잠재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어떨까. 

대표팀에는 예측불허 선수가 필요하다. 상대팀이 미처 분석하지 못한 조커가 필요하다. 폴란드엔 지엘린스키, 북아일랜드엔 스미스가 있었다. 한국이 유럽 원정에서 2연패 당한 이유다.

이승우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자신감을 심어주면 일취월장하는 게 다크호스의 기질이다. 바르셀로나 최고의 유망주에서 베로나 후보로 내몰린 이승우의 절박한 굶주림을 신태용호가 눈치 채길 바라는 이유다.

차범근이 인정하고 마라도나가 경계했던 이승우는 대표팀 비밀병기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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