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슈퍼맨 각성제>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맨 각성제> 포스터. ⓒ Motto Pictures


'애더럴'은 미국 대학생들이 필수품처럼 애용하는 약품이다. 흔히 각성제로 알고 있는 이 약은, 먹으면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어 '수행능력 강화제'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애더럴은 ADD(주의력 결핍 장애)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의 치료제이며 처방 없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이다.

주 원료인 암페타민은 미국에서 2급 규제 약물이며, 마약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필로폰과 화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물질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 미국 사회에서는 애더럴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슈퍼맨 각성제> 수행능력 강화해준다고 믿었는데

지난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앨리슨 클레이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맨 각성제>(Take Your Pills)는 애더럴로 대표되는 이런 각성제들에 관한 통찰을 담은 작품이다. 애더럴이 수행능력을 강화해준다고 해서 '슈퍼맨 각성제'라는 한글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학생, IT 기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직 프로 미식축구 선수, 금융업계 종사자 등 실제로 해당 약품들을 복용했거나 현재 복용하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또 심리학자, 저널리스트, 정치이론가, 인지 신경학자, 의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의 전문적인 견해들까지 충실히 엮었다.

이를 통해 해당 각성제의 원료인 암페타민과 메틸페니데이트의 위험성부터 규제 약물이 된 사연, 실제 효능 등 관련 정보를 흥미롭게 전달했다. 이와 함께 영화는 ADD 및 ADHD에 관한 그릇된 인식과 그에 따른 오남용이 사회 문제인 이유에 대해 명확한 주장을 담아냈다.

이 영화의 가장 긴요한 메시지는 '정보화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ADD와 ADHD 증상이 있다'는 믿음은 지극히 잘못됐다는 것. 흔히 있을 수 있는 집중력 저하 현상과 병증을 혼동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ADD와 ADHD 진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사실에서 기인했다. 이런 특성을 악용하여 의사들은 처방전을 양산하는 방법으로, 제약회사들은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준다는 내용의 약품 광고를 확산하는 방식으로 각각 돈벌이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은 각성제 복용이 일상화된 사회가 됐고, 이는 의사와 거대 제약회사의 뜻대로 된 것이라는 게 이 영화가 취하고 있는 기본 태도다.

결국 극심한 경쟁사회, 왜 각성제를 먹어야만 했나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맨 각성제> 스틸 컷.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맨 각성제> 스틸 컷. ⓒ Motto Pictures


영화 내용에 따르면, 현재 미국 처방전 각성제 시장은 130억 달러에 이른다. 처방전을 통해 각성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성인이며 그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아동 ADHD 진단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이에 해당하는 아동 대다수가 문제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들 사이에서는 애더럴로 대표되는 각성제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이들의 주된 활동 무대인 학교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해당 약품들에 대한 매매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영화는 이런 상황을 단순히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즉 이 영화는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각성제를 복용하는 현상 뒤로 2000년대 이후 극심해진 생존경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애더럴 복용자들은 이를 먹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당장 시험 성적을 올릴 수 있고 운동신경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효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해당 각성제들이 수행능력 강화제로서 효능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에 따른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애더럴은 소량의 필로폰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남용할 경우, 심혈관과 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중독의 위험이 상존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오롯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더럴을 복용하는 이들을 두고 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일까? 그리고 이를 단속하고 막는 것이 관련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관객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끝을 맺는다.

한국 사회는 과연 각성제로부터 자유로울까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맨 각성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제약회사의 광고.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맨 각성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제약회사의 광고. ⓒ Motto Pictures


이에 대해 필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는 단순히 약물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이 시대의 여러 병증이 낳은 복합적인 사회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딜레마는 입시 전쟁과 취업난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선지 애더럴을 비롯한 각성제 오남용 문제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더욱이 지금 한국에서는 관련 약품이 판매되고 있지 않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이 약을 찾는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의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 영화의 효용점은 분명하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해당 약품들의 실체와 관련 문제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비슷한 상황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슈퍼맨 각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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