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발투수 김광현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초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5

▲ SK 선발투수 김광현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초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SK가 '돌아온 에이스'와 함께 기분 좋은 개막 2연승을 따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25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개를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5-0으로 완승을 거뒀다. 개막 2연전을 모두 따낸 SK는 LG트윈스를 연파한 NC다이노스와 함께 시즌 초반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물론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현 시점에서 아직 팀순위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1회 롯데의 선발 윤성빈으로부터 선두타자 홈런을 때려낸 정진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나주환과 한동민도 시즌 첫 아치를 그려내며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 개막전에서 1점 차 승리를 지켜낸 데 이어 이날도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은 불펜 투수들의 호투도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SK팬들을 기쁘게 했던 장면은 533일 만에 1군에 복귀해 567일 만에 선발승을 따낸 에이스 김광현의 건재를 확인했던 일이다.

FA 계약하자마자 팔꿈치 수술, 재활만 하다 끝난 2017시즌

2016년 11승을 따낸 후 FA자격을 얻은 김광현을 보며 많은 야구팬들은 2014년 포스팅 시스템에 의한 빅리그 도전에 실패했던 김광현이 빅리그 재도전에 나설 거라 예상했다(포스팅 비용이 필요 없는 FA는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협상에 더욱 유리하다). 하지만 김광현은 2016년 11월 29일 4년 85억 원의 조건에 원소속팀 SK 잔류를 선택했다. 뛰어난 실력과 'SK 왕조 시대의 에이스'라는 상징성을 겸비한 김광현의 잔류는 당연히 SK팬들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김광현은 계약 직후 2016 시즌 후반부터 자신을 괴롭혀 온 팔꿈치에 정밀 검진을 받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고 팔꿈치 내측인대손상 판정을 받았다. 재활로도 마운드에 오를 만큼 회복할 수는 있지만 완치를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은 수술부터 재활, 복귀까지 최소 1년이 필요한 제법 큰 수술이다(메이저리그에서는 보다 완벽한 재활을 위해 기간을 2년으로 잡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수술을 결정했겠지만 대형 FA계약을 체결한 김광현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일단 FA계약을 맺은 후 더욱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수술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 버리면 다음 FA를 취득하기 위한 연수도 1년 늦어지게 된다. 하지만 김광현은 구단과 상의 끝에 재활 대신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고 2017년 1월 일본에서 수술을 받았다.

SK는 김광현 없이 보낸 2017 시즌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34개)을 세우고도 정규리그 5위에 그쳤다. 김광현은 5월 27일 LG와의 홈경기에서 문학구장을 찾아 팬들에게 순조로운 재활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10월 초 김광현이 80%의 힘으로 투구할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가을야구에서 깜짝 복귀할 것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무리하지 않고 2018 시즌을 목표로 착실히 재활 과정을 밟아 나갔다.

533일 만의 복귀전에서 시속 152km 강속구로 5이닝 6K 무실점 호투

당초 SK가 예상한 김광현의 복귀 시기는 5월 경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훈련 스케줄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조기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혔다. 일본 프로야구팀과의 연습경기에서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기도 했다. 김광현은 지난 14일 NC와의 시범경기에서도 5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호투하며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김광현은 20일 kt 위즈와의 두 번째 시범경기에 등판해 심우준에게 투런 홈런을 맞으며 3이닝 2실점으로 다소 불안한 투구를 선보였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5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조차 진출하지 못했던 팀 성적을 생각하면 초반부터 승리를 챙길 필요가 있지만 힘든 재활을 마친 에이스를 무리시키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힐만 감독은 고민 끝에 김광현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킨 후 개막 후 2번째 경기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롯데의 조원우 감독은 김광현을 상대로 손아섭을 제외한 8명의 우타자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롯데 타선은 1회부터 5회까지 김광현을 상대로 매 이닝 주자가 출루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위력적이고 노련한 투구로 우타자로 배치된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매 이닝 주자가 나가긴 했지만 김광현이 마운드에 있을 때 득점권에 나간 주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롯데가 김광현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실 김광현은 프로 12년 째를 맞는 선발 투수임에도 썩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이날도 총 78개의 투구수 중 속구가 35개, 슬라이더가 26개로 사실상 '투피치'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하지만 시속 152km의 빠른 공과 145km의 슬라이더에 롯데 타자들은 제대로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아직은 무리할 시기가 아니라 5이닝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 왔지만 충분히 6이닝 이상 투구도 가능한 구위였다.

김광현은 홈팬들 앞에서 오랜만에 선을 보인 복귀전에서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김광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경기를 즐기는 듯한 여유 있는 미소도 그대로였다. 아직은 몸 상태를 철저히 체크하며 조심해야 하지만 SK팬들은 '에이스의 귀환'을 보며 더없이 든든함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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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김광현 팔꿈치인대접합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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