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곤지암> 포스터.

영화 <곤지암> 포스터. ⓒ 쇼박스


올해 가장 먼저 개봉을 예고한 공포영화 <곤지암>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됐다. 지난 제작보고회와 예고편 영상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 영화가 선사할 장르적 쾌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영화는 '호러타임즈'라는 공포 체험단 회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주요 공포 성지 중 하나인 폐쇄된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이 회원들이 직접 찾아가 자신들의 활약을 직접 생중계한다는 콘셉트다.

<곤지암>의 배짱

연출을 맡은 정범식 감독이 이미 밝혔듯 영화는 19대의 카메라를 7명의 배우들이 직접 들거나 몸에 달고 다니며 찍은 영상들로 채워졌다. 감독 입장에선 일종의 모험일 수 있고, 배우들 입장에선 연기와 촬영을 동시에 해야 하는 이중 과제일 수 있었다. 흔들리며 각 배우의 표정과 이들의 시점으로 바라본 광경은 우리가 해외 페이크 다큐멘터리 물에서 볼 법한 실재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가 우선 높게 평가받을 부분은 한국 공포 영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각종 효과음과 음악을 최대한 배제했다는 점이다. 각종 음악은 극도의 공포감을 주기 위한 효과적 수단이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 불필요한 긴장감을 주고, 영화적 완성도보단 주변 요소에 의지한다는 느낌을 줘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없다.

<기담>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에서 공포 장르 연출자로 나름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정범식 감독은 기괴한 음악을 쓰는 대신 폐쇄 병동에서 자연스럽게 들릴 법한 소음을 담아냈다. 중반에 코믹한 요소도 넣음으로써 제법 풍부한 감정 폭을 담보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단순히 무서움을 위한 무서운 영화가 아님을 보이려는 감독의 배짱이 느껴진다.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 중심의 온라인 영상 콘텐츠가 인기인 요즘이다. 10대 20대 학생들이 각종 자료를 찾을 때 포털사이트보다 유튜브를 먼저 검색한다는 얘긴 이미 유명하다. <곤지암>은 바로 그 지점을 포착했다. 개인들의 인터넷 방송 콘텐츠라는 화제성을 살리면서 그간 호러 장르를 외면했던 젊은 층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를 곳곳에 채워 놨다.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 쇼박스


신인의 발굴

또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이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호러타임즈 대장 역의 위하준을 비롯해 7명의 배우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부여된 캐릭터성을 잘 끌어안고,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실시간 생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감독은 이를 위해 병원 세트장 주요 장소를 공개하지 않고 당일 동선을 짜는 등 배우들에게도 낯선 공간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호러타임즈 멤버 결성 과정에서 이들이 서로에 대해 아주 간략한 정보만 공유한 채 팀이 되는 부분과 본격적인 귀신의 등장 직전까지의 예열 과정, 그리고 이들이 직접 귀신을 마주하게 되며 겪는 특별한 사건 등으로 말이다.

흐름 자체는 평범하지만 후반부 각 캐릭터들에게 벌어지는 어떤 변화들에서 잔상이 남는 편이다. 공포 장르 마니아라면 정범식 감독의 전작 <기담> 등에 출연한 배우 박지아도 눈 여겨 보길 바란다. <곤지암>에서도 특별한 분장으로 큰 공포감을 전하는 존재로 분했다.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이야기 구성이 <곤지암>의 매력이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질 3월 말 새로운 한국 공포 장르를 기대할 관객에겐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 쇼박스


한 줄 평 : 감독의 배짱 자체로 응원받을 만한 공포 영화
평점 : ★★★☆(3.5/5)

영화 <곤지암> 관련 정보
연출 : 정범식
출연 : 위하준, 박지현, 오연아, 문예원, 박성훈, 이승욱, 유제윤
제공 및 배급 :쇼박스
제작 :하이브 미디어코프
러닝타임: 94분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8년 3월 28일


곤지암 공포 정신병원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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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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