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있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두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영화가 있었다.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고,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그마저도 수상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더 큰 아쉬움을 남긴 작품.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기밀문서를 둘러싼 언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 포스트>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서는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대사량이 많거나 무겁고 건조한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몇몇 영화들은 사건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작품을 접하게 될 경우,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사건 이해에만 소비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 같은 작품들의 존재는 큰 의미를 가진다.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언론의 역할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했고, 이를 이용하여 불편한 진실을 가리거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언론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재를 끌어안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은폐되어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환기시키고, 부정한 방법을 시도한 이들을 다루면서 경각심을 강화시키는 것.

언론이라는 소재 자체가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되기도 하지만, 영화 <1987>에서처럼 국가로부터 탄압을 받는 언론사와 언론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작품의 핵심 주제를 지지할 수도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언론과 저널리즘이라는 소재 자체가 극을 이끌어나가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01. <더 포스트(The Post)>
2018년 2월 28일 개봉 / 116분 / 미국 / 12세 관람가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영화 더포스트 스틸컷 영화 더포스트 스틸컷

▲ 영화 더포스트 스틸컷 영화 더포스트 스틸컷 ⓒ 20세기폭스


<더 포스트>는 1971년 발생한 뉴욕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 실화 사건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다. 정부에 의해 오랫동안 감춰진 베트남 전쟁의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로,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작품의 촬영이 시작되던 지난해 5월 반드시 그해 안에 개봉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야말로 미국 전체가 함께 나누어볼 법한 주제들을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저널리즘의 중요성과 진실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캐서린 그레이엄을 통해 여성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억압과 불평등에 대해서도 말한다. 영화 속 인물들의 폭로가 있기까지 진실을 지키고자 애썼던 언론인들의 모습을 통해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02.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6년 2월 24일 개봉 / 128분 / 미국 / 15세 관람가
감독 : 토마스 맥카시 / 출연 :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컷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컷

▲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컷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컷 ⓒ 오픈로드필름스


수십 년에 걸쳐 가톨릭 보스턴 교구 내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한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 팀에 대한 이야기다. 이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작품 속 '스포트 라이트' 팀은 지난 2002년 가톨릭 교회의 행태를 만천하에 공개하면서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영화는 겉으로 보기에 어느 한 신문사가 지역 사회의 숨겨진 비리를 밝혀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그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사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구성원들의 감정과 사실을 바라보아야 하는 태도, 피해자들이 절망과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건을 다루면서 발생할 수 있을 법한 모든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언론은 물론, 과연 우리에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지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수상작.

03. <나이트크롤러(Nightcrawler)>
2015년 2월 26일 개봉 / 117분 / 미국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댄 길로이 / 출연 : 제이크 질렌할, 빌 팩스톤


영화 나이트크롤러 스틸컷 영화 나이트크롤러 스틸컷

▲ 영화 나이트크롤러 스틸컷 영화 나이트크롤러 스틸컷 ⓒ 오픈로드필름스


언론과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른 대다수 작품과 달리, 개인이 사고나 범죄를 촬영한 영상을 언론사나 방송사에 판매하는 비상근 통신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영화의 타이틀인 '나이트크롤러'는 지렁이를 의미하는 단어로, 그들을 지칭하는 속어이기도 하다.

우연히 방송국 직원도 아닌 이들이 사고 현장에 나타나 카메라로 촬영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고 이를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청년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 역)과 시청률에만 혈안이 되어 이들을 통해 특종을 선점하려는 방송사 및 언론의 광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본질을 잃은 언론이 얼마나 잔혹하고 무서울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영화로,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가 섬뜩할 정도로 놀랍다.

04. <굿나잇 앤 굿럭(Good night, And Good luck)>
2006년 3월 16일 개봉 / 93분 / 미국 / 12세 관람가
감독 : 조지 클루니 / 출연 : 조지 클루니, 제프 다니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영화 굿나잇앤굿럭 스틸컷 영화 굿나잇앤굿럭 스틸컷

▲ 영화 굿나잇앤굿럭 스틸컷 영화 굿나잇앤굿럭 스틸컷 ⓒ 워너인디펜던트픽쳐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냉전 시대를 맞이한 미국. 매카시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권력 앞에 도전하는 에드워드 머로와 그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실제로 방영 중이었던 <씨 잇 나우(See it now)>라는 방송이 등장할 만큼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이 작품이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진행되는 것 역시 동일한 목적이다. 자국 내 공산주의를 색출하자는 명목 앞에 자행되던 비이성적인 구금과 폭행에도 꼼짝하지 못했던 언론의 모습이 등장한다. 부차적으로 등장하는 작품 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문제는 <더 포스트>(2018)의 내용과 함께 생각해볼 만하다.

감독 조지 클루니는 자신부터가 사회 고발적인 내용들을 주된 작품의 내용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수단의 인종학살 참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는 물론, 직접 출연한 <시리아나>(2006)는 석유 비리를 고발한 작품이다.

05. <왝 더 독(Wag the dog)>
1998년 9월 12일 개봉 / 9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배리 레빈슨 / 출연 :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드 니로


영화 왝더독 스틸컷 영화 왝더독 스틸컷

▲ 영화 왝더독 스틸컷 영화 왝더독 스틸컷 ⓒ 뉴라인시네마


당시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의 성 추문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로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재선을 앞둔 현직 대통령이 백악관을 견학 온 걸스카우트 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을 감추기 위해 알바니아를 적대국으로 포장하고 언론과 국민을 우롱하고자 하는 국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알바니아를 적대국으로 포장하는 방안을 제안한 브린(로버트 드 니로 역)의 계획대로 모든 시선은 반(反) 알베니아 정서로 쏠리게 되고, 이를 통해 여론을 장악한 대통령이 결국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다는 내용의 코미디 작품.

다른 저널리즘 소재 작품들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은 더욱 무겁고 어두운 모습들로 가득하다. 언론의 역할과 저널리즘의 핵심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오는 풍자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영화 무비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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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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