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강을 자랑하던 전북 현대가 2018 시즌 초반 불안한 수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북은 14일 중국 톈진 올림픽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리그 4차전에서 텐진 취안젠(중국)과 원정 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텐진 원정에서 스리백을 가동했다. 이재성, 최보경, 김민재가 중앙을 지키고 좌우 윙백에는 김진수와 이용이 포진했다. 하지만 전북 선수들은 익숙하지 않았던 스리백 전술이 오히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 보였다. 전북은 전반 8분 이른 시간부터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했다. 37분 김신욱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후반 10분 장청에게 다시 추가골을 내줬다.

전북은 수비 숫자를 좀더 여유있게 가져갈 수 있다는 스리백의 장점은 보이지 않은 반면, 선수들의 역할분담과 협력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텐진의 역습에 공간을 쉽게 열어주는 장면이 속출했다. 좌우 윙백이 공격 가담을 위하여 전진했을 때 다른 선수들이 측면을 커버해주는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았고 중원에서의 압박은 느슨했다.

최 감독은 후반 공격적인 교체카드를 잇달아 투입하며 수비도 포백으로 다시 전환했지만 포메이션 변화 이후에도 흔들린 수비는 나아지지 않았다. 후반 22분 교체투입된 아드리아노의 동점골로 2-2를 만든 전북은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퍼부었으나 후반 39분과 47분 텐진의 역습 상황에서 외국인 공격수 모데스테-알렉산더 파투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골키퍼 송범근의 미숙한 위치 선정과 판단력 부족도 아쉬웠다.

전북의 수비 불안, 동계훈련 부족 탓일까

 지난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텐진 취안젠(중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전북 한교원이 슛하고 있다. 2018.3.6

지난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텐진 취안젠(중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전북 한교원이 슛하고 있다. 2018.3.6 ⓒ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전북의 수비불안이 이날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북은 시즌 개막 뒤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총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벌써 12골이나 실점을 허용했다. 키치SC-울산현대를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4경기에선 모두 2골 이상 멀티 실점을 했다. 가시와 레이솔에 2골, 톈진(홈)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각 3골, 이번 텐진과의 원정 리턴매치에서는 올시즌 한 경기 최다인 4골을 허용했다. 전북 특유의 막강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득점도 많았지만, 올시즌 트레블(3관왕)까지 노리는 팀으로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수비력이다.

최강희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의 최대 장점으로 풍부한 선수층을 바탕으로 한 전술적 유연성을 꼽은 바 있다. 상황에 따라 원톱과 투톱,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을만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허술한 조직력으로 빈틈이 너무 많다. 역전승을 거둔 가시와 레이솔(3-2)과의 1차전이자, 텐진(6-3)과의 홈 3차전도 후반 공격력이 폭발하여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지만 수비적인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경기였다.

전북의 불안한 수비는 지난 동계훈련의 부족과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전북은 올시즌을 앞두고 아드리아노, 티아고, 손준호, 홍정호 등 각 포지션마다 수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기존 선수들과 발을 맞출 시간은 매우 부족했다. 선수마다 개인 사정으로 협상이 길어지며 팀 합류가 늦었던 선수들도 있었고, 김신욱-김진수-최철순-이재성 등은 지난 1얼 국가대표팀 터키 전지훈련 차출로 뒤늦게 합류해야했다. 전북은 시즌 초반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은 가운데 선수들이 실전 경기를 거듭하며 호흡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내세우는 전북은 아시아에서 어떤 팀을 만나도 물러서지 않고 주도권 다툼을 펼치는 경기운영을 한다. 문제는 수비가 아주 강한 팀을 만나거나 텐진전처럼 무수한 골찬스를 얻고도 결정력이 떨어지는 경기를 할 때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의 수비불안이 팀의 걱정거리만이 아닌 까닭

경기중 스리백과 포백을 넘나드는 수비 변화는 선수들간 고도로 유기적인 협력플레이와 전술 소화력을 필요로 한다. 선수들이 아직 수비 조직력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이날처럼 실점을 만회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라인을 끌어올리다보니 상대 역습시에 전북 수비수들이 개인기와 몸싸움이 뛰어난 상대 외국인 공격수들과 일대일로 부딪히는 상황이 늘어났다. 전북은 그간 K리그의 절대강자로서 군림해왔지만 ACL이나 FA컵같은 토너먼트 단판승부에서 항상 중요한 순간마다 수비 불안으로 무너진 경우도 많다.

더구나 전북의 수비불안은 더 이상 전북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클럽팀인 전북이야 어차피 남아있는 경기들이 더 많고 충분히 조직력을 끌어올릴 시간적 여유라도 있지만 문제는 대표팀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월 유럽 원정 평가전(24일 북아일랜드, 28일 폴란드)을 앞두고 전북 소속만 무려 7명을 차출했다. 이중 수비수만 5명이다. 김민재-홍정호-최철순-김진수-이용까지 사실상 전북 선수들로만 대표팀 수비라인을 모두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태용 감독은 전북 선수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한 팀에서 동료로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끼리의 시너지 효과까지 염두에 둔  선발이었다. 역시 고질적인 수비불안이 약점으로 지적받던 신태용호로서는 내심 K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는 전북 선수들의 '위닝 멘탈리티'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직후 전북 수비수들이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신 감독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짧은 시간에 최상의 조직력을 발휘해야하는 국가대표팀이 자국리그 특정 클럽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발탁하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독일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바이에른 뮌헨 소속 선수들로 수비라인을 구성하여 우승까지 차지했고, 이탈리아 대표팀도 유벤투스의 수비수와 전술을 그대로 이식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바이에른과 유벤투스는 전통적으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이었다면 전북은 K리그와 아시아 축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하여 수비가 그렇게 돋보이는 팀은 아니다. 설상가상 신태용 감독도 성향상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는데 강점이 있는 지도자는 아니다. 전북 수비진이 과연 대표팀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러시아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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