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2시,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 개막전이 치러진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는 EPL이 부럽지 않을 만큼 치열했고 뜨거웠다. 홈 개막전 승리를 기원하는 인천 서포터스와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원정팀 전북 현대 서포터스의 치열한 응원전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경기와 결과까지, 90분이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인천 원정에서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내보였던 전북

인천 원정에서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내보였던 전북 ⓒ 이근승


경기 전, 어쩌면 국가대표보다 더 강할지 모르는 전북의 승리가 당연시됐다. 오는 14일 중국 원정(ACL)을 치러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로테이션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김신욱과 아드리아노, 티아고, 이재성, 김민재 등 스타급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최근 3시즌 연속 인천과 첫 만남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만큼, 최정예 전력으로 나서 확실한 승리를 노렸다.

분위기도 좋았다. 올 시즌 전북은 역대 최고의 팀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 1일 K리그1 개막전에서 '난적' 울산 현대를 2-0으로 제압했고, 6일에는 악셀 비첼과 알렉산드레 파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진한 톈진 콴좐과 맞대결(ACL)에서 무려 6골을 폭발시켰다. 2018년 들어 치러진 공식전 4경기에서 17골을 폭발시키며 4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인천은 불안했다. 2018시즌 첫 경기였던 강원 FC 원정에서 1-2로 패했다. 무려 7년간 이어져 온 홈 개막전 무승 징크스도 안고 있었다.

그런데 '다윗' 인천이 '골리앗' 전북을 잡았다. 국가대표 선수 하나 없는 인천이지만, 하나 된 팀으로 맞서 대어를 낚았다. 전북을 상대로 뒤로 물러서 수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창대 창으로 맞서 승리를 챙겼다는 점은 이날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인천은 전북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인천은 전북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 이근승


방심한 전북,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인천

전북은 자신감이 과했다. 전방에 포진한 김신욱과 아드리아노, 중원을 구성한 이재성과 정혁, 측면을 책임진 한교원과 티아고 등 선발로 나선 이들은 공격 성향이 매우 강했다. 좌우측 풀백 김진수와 최철순도 공격에 쉼 없이 가담한다. 신형민처럼 수비의 안정감을 더할 수 있는 선수의 부재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었지만, 불안요소기도 했다.

인천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극단적인 공격 성향을 보인 전북의 배후 공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전반 3분 쿠비가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고 오른쪽 측면을 내달리기 시작했을 때, 전북의 미드필더진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광활한 공간을 마음껏 질주할 수 있었다. 돌파를 저지하려던 최철순이 넘어지면서 큰 방해 없이 크로스까지 올렸다. 상대는 당황했고, 문전 앞으로 달려든 무고사와 문선민을 완벽하게 놓쳤다. 인천의 선제골이 터졌다.

인천의 두 번째 득점 장면도 비슷했다. 문선민이 전진해있던 홍정호를 따돌리고 역습을 전개해 아크서클 부근에 진입했을 때, 전북 진영에는 뒷걸음질 치는 포백 수비밖에 보이지 않았다. 박스 우측 부근에서 볼을 잡은 쿠비가 김진수를 앞에 두고 과감한 1:1 드리블에 이은 크로스를 올렸고, 무고사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10분, '숭의 아레나'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문선민의 결승골도 다르지 않았다. 인천은 전북의 공격을 끊어내자마자 빠른 역습을 전개했다. 한석종이 전방으로 침투하는 문선민을 향해 장거리 패스를 연결했다. 이를 막아설 수 있는 이는 홍정호와 황병근 골키퍼뿐이었다.

황병근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며 손쉬운 득점으로 연결됐지만, 그의 실수가 아니었더라도 인천은 기회였고 전북은 위기였다. 전북은 경기 내내 상대 공격수와 최종 수비수가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최고의 활약을 보인 문선민(우)과 아쉬움을 남긴 홍정호(좌)

최고의 활약을 보인 문선민(우)과 아쉬움을 남긴 홍정호(좌) ⓒ 이근승


차이를 만든 문선민

승리의 주역은 멀티골을 폭발시킨 '에이스' 문선민이었다. 그는 스타 선수가 넘치는 전북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문선민은 '172cm-68kg', 육안으로 보기에도 작은 체구지만 건장한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홍정호(187cm-82kg), 김민재(189cm-88kg)와 싸움에서 밀리는 법이 없었다. 국가대표 풀백 최철순과 1:1 싸움에서도 여러 차례 우위를 점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선민은 '움직임'이 남달랐다. 그는 몸으로 강하게 부딪히지 않았다. 주변 동료를 활용한 2:1 패스,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 등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터뜨린 2골 장면에서도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선민은 공격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수비 가담에도 소홀 하는 법이 없었다. 전방에서 누구보다 강하게 압박해 들어갔고, 협력 수비에도 끊임없이 가담했다. 멀티골 달성에 성공한 이후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수를 오갔고, 팀 승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선민은 준비된 스타다. 그는 지난 2011년 나이키에서 진행한 '더 찬스' 오디션 최종 11인에 들면서 이름을 알렸고, 스웨덴에서 4년간 프로 생활을 했다. 4부 리그에서 시작해 1부 리거가 됐을 정도로 보통내기가 아니다. 악바리 근성과 성실함을 앞세워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시즌 인천에 합류해 단박에 '에이스' 자리를 꿰찬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북전 승리의 주역으로 떠오른 이날도 마찬가지다. 문선민이 올 시즌에는 얼마나 더 놀라운 성장과 활약을 이어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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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VS전북 현대 문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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