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용병들이 쓴 역사의 흔적

2003년 나드손과 함께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은 용병은 바로 에닝요였다. 하지만 에닝요는 나드손의 그늘에 가려 브라질로 되돌아 갔다. 4년 만인 2007년 대구 FC에 되돌아와 또다시 K리그 무대에 서서 수원 삼성에서와 같은 초라함을 벗고 대구 FC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잡으며 삼성 하우젠컵에서 9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는 활약으로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이후 에닝요의 K리그 도전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최강희(59) 감독의 '닥공' 축구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선수로서, 2013시즌까지 통산 207경기 출전, 80골 60도움의 엄청난 기록을 세웠고 전북 현대는 에닝요를 앞세워 2009년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2011시즌에도 정상에 오르는 감격은 물론 1번의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맛봤다. 에닝요는 이후 잠시 중국 슈퍼리그(장춘 야타이)에 몸담았다. 2015년 전북 현대로 돌아와 시즌 17경기 출전, 1골 2도움에 그쳐 2017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과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한 때 귀화까지 거론됐을 만큼 그라운드에서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K리그 용병이었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가 야심차게 영입한 데얀(몬테네그로)은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기대에 부응한 용병이었다. 데얀은 그해 26경기 출전, 14골 1도움을 기록 자신의 해결사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이런 데얀의 활약에 2008년 FC 서울이 데얀 영입에 성공 데얀은 탁월한 득점 능력을 선보이며 팀 기여도만 따지면 K리그 용병 최고였다. 데얀은 이를 발판으로 2010년 한 시즌에 득점 해트트릭과 도움 해트트릭을 모두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고, 2011년 시즌에는 29경기 출전, 23골 7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데얀은 2011년까지 FC 서울에서 K리그 통산 성적(리그컵 포함)은 158경기 출전, 90골 27도움으로 샤샤의 K리그 용병 선수 최다골(104골) 기록에 접근했고 2012년 시즌 173경기 만에 역대 최단 기간 100득점에 성공했다. 그리고 시즌 14호골이자 통산 105호골을 기록하며 샤샤가 가지고 있던, K리그 외국인 선수 최다골 기록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후 데얀의 한 골 한 골은 곧 K리그의 새로 쓰는 역사가 됐고 2012년 시즌 최종적으로 42경기 출전, 31골 4도움을 기록했다. 김도훈(48.울산 현대 감독)이 가지고 있던 기존 시즌 최다골(28골) 기록을 경신함과 더불어 K리그 최초로 2년 연속 득점왕에 등극하며 K리그 용병, 토종 구분없이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데얀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2013년 시즌 29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19골을 터뜨려 K리그 최초 3연속 득점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데얀은 K리그 용병 선수의 새로운 역사를 연이어 쓰고 5년에 걸친 FC 서울 생활을 정리한 후 2014년 중국 슈퍼리그(장쑤, 베이징 궈안) 진출했지만 2015년 다시 친정팀 FC 서울로 복귀 30대 중반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 시즌 37경기 출전 19골 3도움을 기록하며 녹슬지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데얀은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수원 삼성으로 깜짝 이적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K리그 역사 쓰기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 수원 삼성 구자룡,이정수가 FC 서울 데얀과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FC 서울 당시 데얀의 모습 ⓒ 연합뉴스


2007년 데얀과 함께 처음으로 K리그에 둥지를 튼 또 한 명의 용병은 에두(브라질)였다. 에두는 축구에 대한 남다른 센스를 앞세워 수원 삼성(2007~2009)의 2008년 K리그 2관왕(정규리그, 컵대회)을 이끌었고, 2009년까지 3시즌을 소화하며 95경기 출전, 30골 15도움으로 수원 삼성의 가장 찬란한 시기에 레전드였다. 이어 독일, 터키, 중국, 일본 리그를 거쳐 다시 2015년 K리그 무대에 복귀하여 전북 현대(2015~2017)유니폼을 입고 첫 시즌 20경기 출전, 11골을 쏟아내며 팀을 우승 반석에 올려놨다. 에두는 5년 동안의 K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뜻깊은 골을 터뜨리며 다시한번 K리그 전설임을 입증한 후 2017년 K리그와 영원히 작별을 고했다.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 입단으로 K리그 무대를 밟게 된 브라질출신 산토스는 리그 초반부터 잘 적응해 가며 리그에서 14골 5도움의 활약을 펼쳐 2009년 시즌까지도 약체였던 제주 유나이티드의 준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산토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1년에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14골 4도움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2012년 시즌 14골 11도움은 물론 3시즌 연속 14골이라는 뛰어난 활약을 끝으로 2013년 시즌 직전 중국 슈퍼 리그(우한 줘얼)로 이적한 산토스는 1년만에 다시 K리그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서 2014년 첫시즌 8골 3도움으로 수원 삼성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산토스에게 수원 삼성에서의 축구선수 생활은 그야말로 황금기 그 자체였다. K리그 무대에서 매 시즌 폭발적이고도 변 함없는 득점력을 과시한 산토스는 2013년 시즌을 제외한 3시즌 모두 14골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2014년에는 득점왕과 함께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수원 삼성에게 산토스의 공헌은 잊을 수 없는 역사다. 그는 2016년 시즌까지116경기 출전, 46골을 터뜨리며 서정원(48.수원 삼성 감독)이 가지고 있던 역대 수원 삼성 최다골 기록과 타이를 이루었고, 5시즌 동안 수원 삼성에서 145경기 출전, 55득점 14도움을 올렸다. 산토스만큼 수원 삼성에서 오랜 시간 꾸준하게 활약한 용병은 없었다. 수원 삼성에서만 5년 동안 축구화를 신었던 산토스는 2017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총 8년간 생활을 정리하고 브라질로 돌아갔다. 산토스는 진정한 K리거였다.

2018년 K리그 용병 '별'은 누가 될까?

K리그 무대의 용병 도전은 단지 도전 정신만을 가지고서는 절대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각인시킬 수 없다. 이는 K리그가 35년의 역사를 쌓으면서 그 만큼 성장의 토대를 구축한 진정한 프로축구로서의 면모를 갖췄고, 또한 세계 프로축구 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있는 선수들의 각축장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K리그 무대에서 기량과 동기부여에 의한 자신의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는 용병은 K리그 무대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를 간과할 때 3월 1일 개막된 'KEB하나은행 2018 K리그' 개막 경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용병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승강에 성공하며 4년 만에 K리그1 무대 데뷔전을 가진 경남 FC의 말컹(24.브라질)이다. 말컹은 데뷔 무대 부터 해트트릭을 터뜨려 용병으로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시즌 K리그2 무대에서 22골이나 몰아쳤던 말컹은 K리그1 데뷔 무대에서도 폭발적 득점력을 선보여 K리그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아퐁과 샤샤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원맨쇼를 펼친 강원 FC의 세르비아 출신 제리치(26)의 발끝도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포항 스틸러스의 레오가말류(32)는 1라운드 부터 멀티골로 확실하게 눈도장찍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벌써부터 2018 K리그 무대에서의 용병들에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비록 팀이 패배하여 빛이 바랬지만 대구 FC의 용병 대박을 책임진 브라질듀오 카이온(28)과 지안(25)도 지난 시즌 쌍두마차 에반드로(31.FC 서울)와 주니오(32.울산 현대)의 공백에 부족함이 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이제 겨우 첫 삽을 뜬 K리그다. 개막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실히 알리는 용병도 있었지만 아직 매서운 발톱을 숨키고 있는 용병도 적지않다. 그 중 선두 주자는 전북 현대의 아드리아노(31), 로페즈(28), 티아고(32) 3총사다. 이들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검증을 끝마친 용병이다. 특히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2차전 키치 SC(홍콩)와의 대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아드리아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기에 울산 현대의 ACL 조별리그 1차전  멜버른빅토리(호주)전에서 '2골 1도움'과 2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전에서 '2도움'의 원맨쇼를 펼친 오르샤(27)와 루이지뉴(22)는 물론 수원 삼성의 데얀과 바그닝요(28)다. FC 서울에서 이적해온 데얀(37)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K리그 간판 선수지만, 바그닝요(28) 또한 2016년부터 2년간 K리그2(챌린지) 부천 FC에서 활약한 용병으로 득점 능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개인기와 스피드까지 갖춰 2018년 K리그 무대의 용병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FC 서울 에반드로(31), 안델손(25), 제주 유나이티드 마그노(30),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27) 등등 2018년 K리그 무대에서 과연 찬란이 빛나는 최후의 용병 별은 과연 누가 될지 35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로축구에 그 어느때 보다 시선이 모아지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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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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