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른 손흥민이 이번에는 포체티노 감독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손흥민의 토트넘은 8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유벤투스와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을 치른다. 양팀은 유벤투스 홈에서 열렸던 지난 1차전에선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원정에서 2골을 넣은 토트넘이 8강행에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다.

국내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손흥민의 유벤투스전 선발 출전 여부다. 손흥민은 지난 2월 14일 열린 1차전 경기에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바 있다. 손흥민의 선발 출전을 당연하게 기대하고 있던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 대신 부상에서 돌아온 에릭 라멜라를 중용했다. 손흥민은 경기 막판에야 교체 투입되어 약 8분 정도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손흥민은 올 시즌 해리 케인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다. 반면 손흥민 대신 투입된 라멜라는 앞선 유벤투스전에서 딱히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에 일부 팬들이 의문을 제기한 이유다.

손흥민의 유벤투스전 선발 제외는 지난 2007-2008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을 앞두고 당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박지성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시켰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박지성은 당시 맨유가 챔피언스 리그 결승까지 올라오는 데 많은 공헌을 했던 선수였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결승전에서 "전략적인 이유로 박지성을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맨유는 비록 승부차기 끝에 첼시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이 사건으로 인해 국내 팬들에게 한동안 원망을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국내 팬들은 유벤투스전 이후 손흥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손흥민은 다시 라멜라-루카스 모우라와 주전 경쟁에 내몰린 모양새가 됐다.

유벤투스전, 손흥민 활용방식은?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토트넘 소속 해리 케인과 손흥민 선수. 지난 2월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당시 모습. ⓒ 연합뉴스/EPA


손흥민은 최근 경기에서 다시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하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손흥민은 최근 선발로 나선 로치데일과의 FA컵과 허더즈필드와의 리그전에서 2경기 4골을 몰아치는 무력 시위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누가 뭐라 해도 손흥민은 언제든 기회만 주어지면 제몫을 해내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한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올시즌 15골(리그 10골)을 넣으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고지를 돌파했다. 또 지난 시즌 자신이 세운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21골) 기록 경신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로치데일과 허더즈필드전에서 잇달아 선발출전시키면서 유벤투스전에서는 다시 라멜라를 선발로 투입하려는 계획이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포체티노 감독은 흐름상 충분히 해트트릭까지 노릴 수 있었던 손흥민을 풀타임으로 기용하지 않고 일찍 교체했다. 유벤투스전 선발 기용을 염두에 둔 체력안배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아직까지 손흥민의 활용방식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유벤투스와의 2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출전명단에는 포함되겠지만 선발-교체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대답을 유보했다. 상황에 따라 1차전과 같이 라멜라를 먼저 선발로 투입하는 라인업을 내세울 가능성도 아직 열려있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의 기용에 신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체티노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으로 짐작되는 라멜라나 모우라는 직접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드는 데 능한 윙어들이다. 반면 손흥민은 플레이 스타일상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여 직접 골을 노리는 인사이드 포워드에 가깝다.

언제 투입되더라도 확실히 기회 잡는다면

그런데 손흥민은 그간 수비가 견고한 강팀과의 대결에서 종종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유벤투스처럼 수비력이 탄탄하고 상대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많이 내주지 않는 팀을 상대로 손흥민보다는 라멜라 같은 선수를 측면에 배치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하는 지금의 손흥민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특히 손흥민은 올시즌 기록한 15골 9도움의 공격포인트 중 거의 대부분인 13골 8도움을 올시즌 홈구장으로 활용중인 웸블리에서 기록할만큼 홈에서 유난히 강했다.

손흥민에게도 유벤투스전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설사 손흥민이 챔스 2차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시절 챔스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지만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챔스 토너먼트에서는 아직 무득점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 최강팀이자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유벤투스 같은 팀을 상대로 손흥민이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면 주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손흥민이 선발로 출전한다고 해도 그간 포체티노 감독의 기용방식이나 성향을 고려할 때 만일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가장 먼저 손흥민이 '교체 1순위'가 될 가능성도 높다. 결국 선발이든 교체든 언제 투입되더라도 기회를 잡아 활약하는 것이, 지금 손흥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국내 팬들도 손흥민의 유벤투스전 출전과 승패 여부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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