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는 작년 시즌 무려 234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넥벤저스'로 불리던 2015년의 넥센 히어로즈(203개)를 훌쩍 뛰어 넘는 KBO 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다.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최정이 46홈런, 대체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이 31홈런을 친 것을 비롯해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만 무려 9명이었다.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는 선수 대부분이 홈런을 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홈런 군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SK는 작년 정규리그 5위로 간신히 가을야구에 진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다이노스에게 1차전에서 패하며 조기 탈락했다. .271(10위)에 불과했던 팀 타율도 문제였지만 외국인 원투펀치(메릴 켈리, 스캇 다이아몬드)에 대한 의존이 심했던 선발진이 많은 아쉬움을 남긴 시즌이었다. 잠수함 박종훈이 12승을 거두며 분전했지만 확실한 토종 에이스의 부재는 작년 시즌 내내 SK의 약점으로 꼽혔다.

사실 SK의 에이스 부재는 작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예견돼 있었다. 명실상부한 와이번스의 에이스이자 KBO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한 명인 김광현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작년 시즌을 통째로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팀이 어렵게 가을야구에 진출한 상황, 그리고 김광현의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SK는 김광현을 끝까지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김광현의 더 완벽한 2018 시즌을 위해서였다.

입단 후 4년 동안 3번 우승시킨 비룡 군단의 좌완 에이스

 이닝 제한이 걸린 김광현은 어떻게 기용될까.

이닝 제한이 걸린 김광현은 어떻게 기용될까. ⓒ SK와이번스


2006시즌이 끝난 후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수석코치를 영입한 SK는 '스포테인먼트'를 구단의 새로운 모토로 삼았다. 스포테인먼트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재미 있는 야구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당시 이만수 수석코치는 시즌 첫 만원관중에 대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2007년 5월 문학 야구장에서 속옷 차림으로 운동장을 도는 재미 있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SK는 스포테인먼트 정신을 구현할 주역으로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슈퍼루키' 김광현을 지목했다. 이미 안산공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에이스로 이름을 떨치던 김광현은 데뷔 첫 해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류현진 선배와 선발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밝히던 당찬 신인이었다. 2006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김광현은 예선 최종전을 시작으로 8강, 4강, 결승전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프로 입단 후에도 김광현은 SK의 기대대로 성장했다.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2승 투수 다니엘 리오스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SK의 역전 우승을 이끈 김광현은 2008년 다승왕과 승률왕을 차지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두 번의 일본전에서 선보인 눈부신 호투 역시 김광현이 연출한 명장면이었다. 김광현은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세 번이나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두 번의 다승왕과 한 번의 평균자책점왕을 차지했다.

2011년 뇌경색 투병과 어깨 통증이 겹치며 단 4승에 그친 김광현은 2012년에도 8승에 머물며 특급 에이스의 위용을 잃고 말았다. 2013년 10승 9패 4.47로 3년 만에 두 자리 승수를 올렸지만 리그를 호령하던 좌완 에이스의 구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는 듯 했던 김광현은 2014년 13승 9패 3.42로 다승 공동 4위, 평균자책점 2위에 오르며 모두가 알던 SK의 좌완 에이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4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도전했던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200만 달러에 낙찰됐지만 협상 과정에서 2+2년이라는 불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 받으면서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2년 동안 25승을 보태며 비룡군단의 확실한 에이스임을 재확인했다. 2016년 4월24일 NC다이노스전에서는 8이닝 2실점 호투로 통산 10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모발 기부 위해 머리카락 기르는 김광현, 마음 씀씀이도 에이스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이 순조로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이 순조로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 SK 와이번스


2016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광현은 해외진출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원소속팀 SK와 4년 총액 85억 원에 계약하면서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하지만 2016 시즌 말부터 시작된 팔꿈치 통증으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인대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고 김광현은 구단과 상의 끝에 수술을 결정됐다. 김광현은 두 번째 FA 신청을 1년 늦춰야 하고 SK는 에이스 없이 한 시즌을 보내야 하지만 김광현과 SK는 재활보다는 '완치'를 위한 수술을 선택했다.

2017년1월 일본에서 수술을 받은 김광현은 착실하게 재활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2018 시즌 복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7월에는 안산에서 실종된 아동을 찾기 위해 시내를 돌아 다니며 전단지를 돌리고 실종아동 아버지에게 안마의자를 선물하는 선행도 이어갔다. 큰 이상 없이 순조로운 재활 속도를 보인 김광현은 지난 1월 플로리다에서 한동민, 김동엽, 김택형, 전유수와 재활캠프에 참가했고 2일 선수단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복귀를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김광현은 지난 20일에 열린 자체 홍백전에서 백팀의 선발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던지며 부상 복귀 후 첫 실전 등판을 했다. 그리고 28일에는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 내용도 좋았지만 빠른 공의 구속이 무려 시속 152km까지 찍힌 것이 고무적이었다. 구속 만큼은 부상을 당하기 전 한창 몸 상태가 좋았을 때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아무리 연습경기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고 있다 해도 부상 복귀 후 첫 시즌인 만큼 SK구단 입장에서는 김광현의 활용이 대단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트레이 힐만 감독을 비롯한 SK의 코칭스태프에서도 김광현의 2018년 이닝을 최대 110이닝 정도로 제한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SK의 로테이션에 김광현이 포함된다면 상대팀이 느끼게 될 압박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최근 머리카락을 록 가수처럼 길게 기르고 있다. 김광현은 LG트윈스의 이상훈 피칭아카데미 원장처럼 루키 시절부터 머리를 기르던 선수가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는 어울리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김광현의 장발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김광현은 힐만 감독과 함께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모발 기부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었던 것. 부상을 떨치고 2018 시즌 화려하게 복귀할 김광현은 기량뿐 아니라 마음 씀씀이마저도 비룡군단의 에이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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