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키 선수들이 평창에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올림픽을 마쳤다. 평창은 미국의 두 선수에게 잔인했다.

린지 본(34)과 미카엘라 시프린(23·이상 미국)은 22일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복합 경기에 출전해 본은 실격, 시프린은 은메달을 수확했다. 본은 활강에서 놓쳤던 금메달을 다시 정조준했지만 회전 경기 도중 기문을 건드리는 실수로 실격됐고, 시프린은 스위스 선수의 합산기록에 밀려 2위에 머물고 말았다.

한국과 인연 깊은 본, 할아버지와 마지막 약속 이루지 못해

코스이탈한 린지 본 22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복합에 출전한 미국 린지 본이 오전 활강경기는 1위로 마무리했으나 오후 회전 경기에서 코스를 이탈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 코스이탈한 린지 본 22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복합에 출전한 미국 린지 본이 오전 활강경기는 1위로 마무리했으나 오후 회전 경기에서 코스를 이탈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알파인스키 복합 경기는 활강과 회전 성적을 합산해 진행되는데, 앞서 진행된 활강에서 본은 세계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만큼 1분39초37을 기록해 단연 1위에 올랐다. 활강은 본의 주종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어진 회전 경기에서 결국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본은 회전 레이스 초반 기문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고 결국 실격처리 돼 레이스 자체 자체가 완전히 무산되고 말았다.

본은 앞서 21일에 열렸던 활강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좌절했다. 당시 본은 1위에 올랐던 소피아 고지아(이탈리아)에 0.47초 뒤진 1분39초69를 기록해 3위에 올랐다.

본은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자 동시에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가 과거 1950년 6.25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대한 사연을 들은 본은 그와 함께 한국에 방문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8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본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결국 마지막 약속을 이루지 못한 큰 슬픔에 빠졌다.

린지 본 '수호랑 귀여워요' 21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미국의 린지 본이 시상대에서 수호랑을 들고 있다.

▲ 린지 본 '수호랑 귀여워요' 21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미국의 린지 본이 시상대에서 수호랑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본은 월드컵 개인 통산 81회 우승의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여자 최다 우승 기록이다. 본에게 평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8년 만에 반드시 다시 올림픽 시상대에 서겠다고 다짐한 그는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시프린, 대회전 이은 다관왕 실패

한편 본의 라이벌이자 미국 '집안 경쟁'을 예고한 미카엘린 시프린(미국)은 복합 경기에서 은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시프린은 활강과 회전합계 2분21초87을 기록해 미셸 지생(스위스·2분20초9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생은 활강 4위, 회전 3위였지만 합산 기록에서 1위에 올라 금메달을 따냈다.

시프린은 이번 평창에서 지난 15일에 열린 대회전 종목 금메달을 획득해 다관왕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무산됐다. 먼저 제동이 걸렸던 건 대회전 바로 다음날 열린 회전 경기였다. 테크닉이 장점인 시프린에게 회전은 금메달이 가장 유력했던 종목이었다. 그러나 당일 컨디션 저하로 결국 4위로 밀리며 메달 획득에 실패해 이번 대회 이변이 일어났다.

은메달 환호하는 시프린 22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복합에 출전한 미국 미카엘라 시프린이 오후 회전경기에서 은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 은메달 환호하는 시프린 22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복합에 출전한 미국 미카엘라 시프린이 오후 회전경기에서 은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본과 맞대결도 무산됐다. 시프린은 지난 21일에 열렸던 활강 경기에 기권했다. 만약 시프린이 이 경기에 출전했다면 본과 함께 미국의 1,2인자 경쟁이 펼쳐지는 것이었는데, 시프린이 나서지 않으면 무산되고 만 것이다.

마지막 복합 경기에서 다시 한 번 2관왕에 도전했던 시프린은 활강에서 6위로 처진 탓에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았고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의 두 여자 스키 선수는 모두 평창에서 금메달과 다관왕이라는 목표를 노리고 준비했다. 그러나 결국 두 선수는 아쉬움을 가슴 속에 묻은 채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질주하는 시프린 22일 오후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복합에 출전한 미국 미카엘라 시프린이 회전경기에서 슬로프 기문을 통과하고 있다.

▲ 질주하는 시프린 22일 오후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복합에 출전한 미국 미카엘라 시프린이 회전경기에서 슬로프 기문을 통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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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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