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JTBC 월화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 JTBC


한때 미국 NBC 시트콤 <프렌즈>가 큰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한국산 시트콤 MBC <남자 셋 여자 셋> <세 친구> 등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위 '청춘 시트콤'이라 불릴 만한 작품들을 TV에서 쉬이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시청률 탓이 가장 클 것이다. 시트콤이 더 이상 예전 같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없는 장르가 됐다는 뜻이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TV 시트콤을 챙겨보지 않더라도 이와 비슷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많아졌다. 이런 미디어 환경을 감안한다면 이런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런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점에서 나온 JTBC 월화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앞서 언급한 '청춘 시트콤'의 특징을 취하고 있는 드라마다. 비록 시트콤이라는 이름을 직접 붙이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는 제작진 설명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꿈과 우정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총 6회가 방영된 이 작품은 '와이키키'라는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이곳을 운영하는 청년들의 일상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를 과장된 스타일로 담아내고 있다.

꿈을 좇는 청춘들,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나몰라라?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세 청년은 막상 게스트하우스 관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 JTBC


중심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다. 강동구(김정현)는 영화감독이 꿈이고, 이준기(이이경)와 봉두식(손승원)은 각각 잘 나가는 배우, 인정 받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동구의 여동생 강서진(고원희)은 기자 지망생으로 이곳저곳에 입사지원서를 내보지만 낙방만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젖먹이가 있는 싱글 맘 한윤아(정인선)가 불청객으로 끼어들면서, 이들과 의도하지 않았던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이상의 설정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드라마에서 게스트하우스란 존재는 이들에게 목적이 아닌 일시적인 수단에 불과한 도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이 사업이 망하게 생겼는 데도 어느 누구 하나 이를 제대로 운영하는 데 성심을 다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들은 게스트하우스의 기본적인 시설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손님방과 화장실 등 모든 공간의 잠금장치가 고장 났는데 누구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방치해두는 식이다. 고객을 대하는 자세도 덜 돼 있다. 4회 방송에서 서진이 자신과 부딪치면서 실수로 커피를 쏟은 외국인 손님에게 눈을 흘기고 소리를 지르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스트하우스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제작진이 어떤 의도를 숨겨둔 건 아닌지 살피게 되는 게 시청자로서 자연스런 반응이 될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예상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앞으로 이들을 쫄딱 망하게 하거나 아니면 이들의 '개과천선' 과정을 묘사하면서 각각의 경우에 상응하는 교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될 가능성 말이다.

마침 지난 6회 마지막 장면에서 이들은 한 달 안에 밀린 월세를 갚지 못하면, 즉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길바닥에 나앉게 될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앞으로 이야기를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제작진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우리 사회 만연한 갑을 관계, 저항할 수 없는 '을'의 슬픔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단역배우를 전전하는 준기는 촬영이 미뤄졌으나 감독의 갑질 때문에 분장을 지우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 ⓒ JTBC


이처럼 지금까지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게스트하우스라는 중심소재는 등장인물들을 단지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하는 수단 이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이 드라마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갑질' 문화를 웃음 포인트로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시청자들의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데는 비교적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단역배우를 전전하는 준기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제작사와 주연배우 그리고 감독의 '갑질'에 시달리고, 아르바이트로 돌잔치 영상을 촬영하던 동구는 아기를 웃게 하라는 고객의 무리한 요구 앞에서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슬랩스틱 연기'를 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두식은 사장님의 자질구레한 심부름과 잔소리 그리고 툭하면 귓불을 잡아당기는 '폭력'까지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 드라마는 이런 상황들을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수위를 조절해가며 소위 '웃픈'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특히 준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이경의 코미디 연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정작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선 주인공들이 그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한 이 드라마의 설명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JTBC 월화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극중인물 서진이 면접을 보러 가서 성희롱을 하는 면접관에게 항의했다 낙방하고 동상옆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JTBC 월화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극중인물 서진이 면접을 보러 가서 성희롱을 하는 면접관에게 항의했다 낙방하고 동상옆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 JTBC


4회에서 그토록 동경하던 신문사 면접에 나갔던 서진은 남성 면접관이 한 여성 지원자에게 성희롱을 하는 것을 보고 분노한 나머지 직접 응징에 나선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낙방이라는 결과와 자신에게까지 불이익을 줬다는 그 피해 여성의 원망뿐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문화의 본질과 그런 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딜레마를 적확히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을'들은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메시지인 걸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꿈을 좇는 청년들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는 이 드라마는, 이런 주인공들의 사연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한국 사회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고 말이다. 지금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낮은 시청률 때문에 고전하고 있지만, 의외로 즐길 거리가 많고 감상 포인트 또한 다양한 드라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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