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아래 ACL)에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K리그 팀들에게 올해 ACL의 키워드는 명예회복이었다. 지난 시즌 출전한 FC서울과 수원삼성, 울산현대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제주 유나이티드는 홀로 16강에 진출했으나 8강에 오르진 못했기 때문.

올해 ACL은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전북현대와 준 우승팀 제주 유나이티드, FA컵 우승팀 울산현대, 그리고 리그 3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끝에 본선 32강에 합류한 수원삼성까지 4팀이 출전했다. 이들은 ACL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1라운드에서 1무3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K리그 팀들이었기에 첫 경기가 그만큼 중요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4팀은 1라운드에서 2승1무1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제주의 패배가 아쉬웠지만 지난 시즌 1라운드에 비해 향상된 성적이었다.

막강화력 울산, 아쉬웠던 수비 집중력

먼저 포문을 연 울산은 호주원정을 떠나 멜버른 빅토리와 원정경기를 가졌다. 한창 시즌중인 호주 클럽 팀이기에 경기감각 면에서 열세에 놓일 것으로 보였으나 오히려 두 팀은 전반전에만 4골이 나올 정도로 난타전을 벌였다.

단연 돋보였던 선수는 울산의 오르샤였다. 오르샤는 0-0으로 맞선 전반25분 30m가량 되는 프리킥 지점에서 직접 슈팅을 시도했고 이 볼은 낮고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멜버른의 오른쪽 골문 구석으로 들어갔다.

후반전에도 오르샤가 해결사였다. 2-2로 맞선 후반6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볼을 잡은 오르샤는 오른발 감아 찬 슛으로 팀이 앞서나가는 골을 터뜨렸다. 오르샤의 2골 모두 원더골이었다.

하지만 오르샤의 이러한 활약에도 울산은 승리하지 못했다. 수비 집중력이 문제였다. 오르샤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울산은 곧바로 실점을 허용하며 리드를 가져가지 못했고, 후반전 역시 오르샤의 골로 앞서나갔으나 5분 만에 동점골을 허용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아쉽게 놓치게 되었다.

전북현대 이동국 후반전 교체투입된 이동국은 2골을 넣으며 팀 역전승을 일궈냈다.

▲ 전북현대 이동국 후반전 교체투입된 이동국은 2골을 넣으며 팀 역전승을 일궈냈다. ⓒ 전북현대 모터스 홈페이지


후반전에 경기를 뒤집은 전북

디펜딩 챔피언 전북에게 가시와 레이솔은 반드시 넘어야했던 산이었다. ACL에서 유독 J리그 팀에게 고전했던 전북이었는데 그 중 가시와에게만 1무5패의 성적을 기록할 정도였기 때문.

이번경기에서도 가시와 앞에서 작아지는 전북을 보는 듯했다. 전반전이 종료되는 그때까지. 홍정남 골키퍼와 수비진의 손발이 맞지 않으며 실책성 실점을 2골이나 허용한 전북은 그대로 무너지는가 싶었지만 최강희 감독의 용병술이 후반전 적중했다.
부진했던 최철순과 신형민을 빼고 이동국과 이용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전술로 승부수를 던진 최강희 감독은 후반10분 이동국의 만회골로 그 결실을 맺었다. 이후 후반30분에는 김진수의 천금 같은 동점골, 그리고 10분 뒤에는 역시 이동국이 기적 같은 역전골을 넣으며 지긋지긋했던 가시와전 악몽을 씻어내었다.

2골 차로 뒤지던 경기를 역전승했다는 점에선 칭찬받을 경기였지만 전반전 경기내용은 ACL 우승을 노리는 전북에겐 물음표를 남겼던 전반전이었다. 비록 비시즌에 주축선수 7명이 대표 팀에 차출돼 조직력이 완전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시와를 비롯해 같은 조에 편성된 톈진 콴잔(중국)의 전력 또한 만만치 않기에 전반전과 같은 경기내용이 이어진다면 험난한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전 판단 미스로 2골을 허용한 홍정남 골키퍼의 활약 또한 아쉬움이 남는데 전북이 ACL에서 우승했던 2016년을 기억한다면 골키퍼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수원삼성의 데얀 시드니FC와의 원정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끈 데얀

▲ 수원삼성의 데얀 시드니FC와의 원정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끈 데얀 ⓒ 수원삼성 블루윙즈 축구단


클래스를 입증한 데얀

역시 클래스가 남달랐다. 자신을 원치 않는 친정팀(FC서울)을 떠나 라이벌 수원삼성으로 이적하며 이번 시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데얀.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득점왕에 올랐던 조나탄이 떠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된 그는 수원에 입단한 이후 초반 2경기에서 모두 득점을 올릴 정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ACL 3차 플레이오프 타인호아(베트남)전에서 수원 데뷔골을 터뜨린 데얀은 시드니FC 원정에서도 후반전에 2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실 만만치 않은 원정이었다. 13시간의 비행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주전 골키퍼였던 신화용과 주장 김은선이 부상으로 이탈해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더구나 상대인 시드니FC는 호주 A리그에서 14경기 동안 무패행진을 달리며 15승4무1패의 성적을 내는 중이다. A리그 10팀 중 가장 많은 득점까지 올리고 있어 힘겨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수원은 3백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시드니의 공격을 무력화 시켰고, 그 결과는 A리그 득점랭킹 1위(20골)인 보보가 전반27분이 되서야 첫 슈팅을 기록할 정도였다.

그렇게 상대방이 잘하는 점을 못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플레이에 흐트러짐이 없었던 수원은 껄끄러운 호주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겨가며 산뜻한 조별리그 시작을 알렸다.

데자뷰 제주 유나이티드

지난해 ACL 1라운드 장쑤 쑤닝 전의 데자뷰였다. 당시 경기막판까지 0-0의 팽팽한 승부를 펼쳤던 제주는 종료직전 하미레스에게 뼈아픈 실점을 허용하며 0-1의 패배를 당했다.

1년이 지난 뒤 제주 유나이티드는 똑같이 패했다. 공교롭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홈에서 같은 방식으로 패한 것이다.

상대팀인 세레소 오사카의 전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기에 제주의 패배가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중원에서부터 이어지는 빌드업 과정은 좋았으나 공격진에서의 세부전술에서 잔 실수가 나오면서 득점기회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결사가 없는 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선발 출전한 찌아구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교체 투입된 진성욱 역시 세레소 오사카의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교체타이밍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가 시종일관 팽팽하게 진행되다보니 타이밍을 잡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홈경기에서 승리를 바랬다면 좀 더 적극적인 선수교체로 흐름에 변화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조성환 감독은 후반30분 이후에 이은범과 류승우를 투입하여 공격진에 변화를 줬는데 변화를 기대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결국 경기막판 루즈볼 상황에서 박진포와 이창근 골키퍼 사이에서 실책이 나왔고, 이를 놓치지 않은 세레소 오사카의 미즈누마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제주를 침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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