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그리핀, 단일팀 첫 골! 14일 오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코리아팀의 희수 그리핀(37번) 선수가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부둥켜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 희수그리핀, 단일팀 첫 골! 14일 오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코리아팀의 희수 그리핀(37번) 선수가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부둥켜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1 대 4. 여느 종목의 한일전이었다면 만족스럽지 못했을 결과지만, 이날 경기는 달랐다. 종료 부저가 울리자 관중석에선 박수가 쏟아졌고, 경기 후 만난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도 어둡지 않았다. 사라 머리 총감독(31)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까지 일본과 한 경기 중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이번 올림픽 들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대 일본과의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됐다(관련기사: 코리아 단일팀, 패배 잊게 한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 이날 단일팀은 패배했지만, 1 대 4라는 점수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결과였다.

1999년 강원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처음 만난 한국은 0 대 21로 참패했다.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에선 29골을 내주며 최다 실점 패배를 기록했다. 그때도 한국의 골리(골키퍼)였던 신소정(29)은 이날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0 대 29 패배 당시엔) 슛이 140개 정도 날아온 것 같다"라고 떠올렸다.

1대1 상황에서 슛 1대1 상황에서 슛 14일 오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이진규 선수가 골리와 1대1 상황에서 날린 퍽이 골대를 벗어나고 있다.

▲ 1대1 상황에서 슛 1대1 상황에서 슛 14일 오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이진규 선수가 골리와 1대1 상황에서 날린 퍽이 골대를 벗어나고 있다. ⓒ 이희훈


일본전 첫 골이 나온 건 첫 대결 이후 13년 만이었다(2012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아시아챌린지컵에서 1 대 6 패배). 이날 희수 그리핀(31)이 넣은 1골은 그 이후 6년 만에 나온 골이었다. 희수 그리핀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결과적으로 패배해 아쉬움도 있지만 (득점한) 2피리어드는 우리가 잘 이어갔고 역전의 기회도 있었다"라며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오늘) 우리 팀의 퍼포먼스가 자랑스러웠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록한 3골 차 패배도 최소 점수 차 타이 기록이다(지난 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0-3 패배). 신소정은 "오늘은 골을 넣었으니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29골 차이에서 3골로 줄었고, 10년 뒤엔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오늘로 일본과의 전적이 8전 8패가 됐지만, 앞으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다.

올림픽 첫 골 터지자, 경기장 함성 폭발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 이희훈


일본전인 만큼 경기 분위기는 이전 스위스, 스웨덴전과는 달랐다. 선수들은 경기 중 몸을 아끼지 않았고, 관중들은 역시 아끼지 않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경기 전 만난 서준혁(35, 남)씨는 "이기면 좋겠지만 이기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날도 경기장을 찾은 북측 응원단 역시 일본전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응원단 남성 인솔자를 만나 "오늘 일본전이다"라고 말을 건넸더니 "선수들도 하나가 되고 관중도 하나가 돼서 이겨야지. 일본은 이겨야지"라고 답했다. "지난 두 경기 한 골도 못 넣었는데 오늘은 넣을 것 같은가"라고 재차 묻자 그는 "우리 마음이 그대로 담긴다면 넣을 겁니다. 다 같이 응원해서 무조건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경기 전 만난 자원봉사자 임효빈(22, 여)씨도 "단일팀이 일본과 경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선 두 경기가 조금 부진했지만 이번 경기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열심히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골이 터졌을 때다. 실점한 뒤 "힘내라, 힘내라"만을 외쳐야 했던 관중들은 희수 그리핀의 슛이 상대 골리 가랑이를 통과해 네트를 흔들자 우레와 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공교롭게도 골을 넣은 희수 그리핀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지난해 3월 특별 귀화 전까지 미국 국적을 갖고 있던 선수였다. 단일팀의 첫 골의 주인공이 미국 태생의 선수에게서 나온 것이다.

희수 그리핀을 비롯해 득점 당시 경기장에 있던 김희원, 박은정, 김세린, 박윤정 선수는 얼싸안으며 환호했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북측 김은향, 황충금, 김향미, 정수현 포함)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라 머리 총감독은 오른손을 불끈 쥐었고, 북측 박철호 감독도 양손을 번쩍 든 채 탄성을 내뱉었다.

득점이 난 2피리어드가 끝나자 관중들은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냈다. 경기 도중 일본 관중이 외치던 "니폰, 니폰" 소리는 금세 "코리아, 코리아" 함성에 묻히고 말았다.  

"북측 선수들, 언어 소통 위해 굉장히 노력"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끝나고 단일팀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끝나고 단일팀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끝나고 단일팀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끝나고 단일팀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주장 박종아(23)는 "경기는 졌지만 저희 선수 모두 최선을 다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짧은 경기평을 내놨다.

머리 총감독은 "(단일팀) 결정이 내려진 다음 어려운 전환이었지만 한 팀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라며 "한일전의 경우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기 보다 하나의 팀으로서 라이벌에 대항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을 이기면 아시아 내에서 최고의 팀이 될 거란 생각으로 매진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측뿐만 아니라 남측에서도 굉장히 많은 응원이 있었다"라며 "희수 그리핀이 골을 넣었을 때 엄청난 열기로 모든 사람이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소리와 함성을 느꼈고, 에너지도 느꼈다. (단일팀 구성 후) 3주 동안 꽤나 어려웠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남측, 북측 모두에게서 힘을 잘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희수 그리핀은 "(단일팀 구성)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남측은 영어 단어를 쓰는 것에 익숙한데 북측은 아니더라"라며 "하지만 팀 내 훌륭한 통역사가 그 부분을 완화해줬고, 북측 선수들도 굉장히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오늘) 벤치에 앉아 듣는데, '라인 체인지', '페이스 오프' 등의 말을 북측 선수들이 쓰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북측 선수들도 저희와 같은 사람이고, 젊은 여성이고, 하키 선수다"라며 "같이 하는 것도 특별할 게 없다. 식당에 앉아 음식 이야기를 하고, '누가 남자친구가 있냐'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라고 덧붙였다.

예선 3경기를 모두 치른 단일팀은 이제 순위 결정전 두 경기를 남기고 있다. 18일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팀과 순위 결정전 1라운드 경기를 벌이는데, 이때 이기면 5·6위 결정전, 지면 7·8위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일본과 한 차례 더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1 대 4으로 패하자 선수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 아쉬움에 '눈물'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1 대 4으로 패하자 선수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1 대 4으로 패하자 선수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일본 경기가 1 대 4으로 패하자 선수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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