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시(한국시각) 영국 사우스햄튼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득점에 토트넘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토트넘의 손흥민, 무사 시소코, 해리 케인 선수.

지난 1월 22일 오전 1시(한국시각) 영국 사우스햄튼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득점에 토트넘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토트넘의 손흥민, 무사 시소코, 해리 케인 선수. ⓒ EPA/연합뉴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 도전장을 던진다. 토트넘은 오는 14일 오전 4시 45분(한국 시각) 유벤투스(이탈리아)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원정 경기를 펼친다.

토트넘은 그간 챔피언스리그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 2010-2011 시즌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진출하여 8강까지 오른 것이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이다. 참고로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러피언컵에서는 1961-1962 시즌 참가하여 4강에 오른 바 있지만 지금과는 대회 규모가 차이가 있다.

이후 토트넘은 한동안 다시 챔스와 멀어졌다가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지난 2016-2017 시즌에 오랜만에 복귀했으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토트넘, 토너먼트 첫 판부터 만만치 않은 유벤투스

2년 연속 본선에 진출한 올 시즌에는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프리미어리그 준우승팀 자격으로 챔스 본선에 올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도르트문트(독일) 등 쟁쟁한 팀들이 포진한 '죽음의 조'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16강 티켓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리그에서는 4위에 그치며 우승 경쟁에서 한 발 밀려나 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승승장구했다.

내심 2010-2011 시즌 이후 최고 성적까지 기대했던 토트넘이지만 토너먼트 첫판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유벤투스는 자타공인 세리에 A 최강팀이자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2회나 차지한 관록의 명문이다.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까지 자국리그 6연패를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준우승을 기록했다. 올시즌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이다. 16강전 역시 객관적인 전력이나 경험 면에서 유벤투스의 우위가 예상되고 있다.

운명의 맞대결을 앞두고 최근 유벤투스의 상승세는 폭발적이다. 유벤투스는 최근 15차례의 공식 경기에서 14승 1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려 31골(2.06골)을 퍼붓는 동안 실점은 불과 1골(0.03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가장 최근 경기인 세리에A 24라운드 피오렌티나전에서도 2-0으로 완승을 거두며 리그에서만 8연승을 내달렸다. 특히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센터백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살아있는 전설'인 골키퍼 부폰 등이 이끄는 노련한 수비진은 상대 팀에게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으로 꼽힌다.

토트넘은 공격에 더 강점이 있는 팀이다. 어느덧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최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해리 케인을 필두로 크리스티안 에릭센-손흥민-델레 알리로 이어지는 공격진은 지난 시즌 챔스 2연패를 휩쓴 레알 마드리드조차도 고전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토트넘의 예리한 창이 유벤투스의 방패를 얼마나 뚫어낼 수 있느냐가 이번 승부의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토트넘도 최근 분위기는 좋다. 유벤투스와의 16강 1차전을 전후로 리그에서도 줄줄이 강팀들을 상대하는 '고난의 2월'을 보내고 있음에도 맨유-리버풀-아스널을 상대로 2승 1무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 챔스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자리까지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 1차전을 이탈리아 원정으로 치러야 한다는 게 다소 부담이지만 유벤투스도 예년과 달리 자국 세리에A에서 나폴리와 아슬아슬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 꼭 토트넘에 불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역시 손흥민의 활약이 가장 관심사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 연합뉴스/EPA


포체티노 감독이 단기전인 토너먼트에서 어떤 승부수를 꺼내들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상황에 따라 유연한 전술 변화를 즐긴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는 레알 마드리드나 도르트문트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점유율 대신 수비와 역습을 강조하는 플레이를 통하여 승점을 챙긴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리그 경기에서는 맨유나 리버풀, 아스널 같은 리그 정상급 팀들과의 대결에서 점유율 싸움에서 대등하거나 우위를 점하면서도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원정에서 반드시 골을 넣어야만 하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나서는 유일한 한국인 선수'인 손흥민의 활약이 역시 중요한 관심사다.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무대를 밟는 것은 이번이 개인 통산 3번째이며 독일 레버쿠젠 시절인 2014-2015 시즌 이후로는 3년 만이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본선 통산 27경기에 출전하여 7골을 기록하며 한국인 선수 챔피언스리그 최다득점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팀 최고성적은 레버쿠젠 시절 16강에만 2회 올랐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벌써 11골 8도움을 기록하면서 토트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골을 기록하고 있다.

유벤투스전에서도 손흥민은 토트넘의 베스트11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주포인 케인에게 집중견제가 예상되는 만큼 득점 부담을 분산시켜주기 위해 2선 공격수들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이탈리아 주요 언론들도 토트넘과 유벤투스의 대결을 전망하며 "토트넘이 역습전술을 구사할 때 수비 지역까지 도달하는 속도가 뛰어나다"고 평가하며 손흥민의 스피드와 돌파력에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아직까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무대에서는 골맛을 보지 못했다. 어느덧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가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이러한 큰 무대에서, 유벤투스 같은 명문 팀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본인의 주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PL의 괜찮은 중상위권 팀과 신흥 '빅클럽'의 경계선에 있는 토트넘에게도 마찬가지다. 유럽 최고의 '철벽'을 자랑하는 유벤투스를 상대로도 손흥민의 유쾌한 골 세리머니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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