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최준석은 FA 미아가 될 위기에 놓였다.

롯데 자이언츠 최준석이 연봉 5500만 원에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 롯데자이언츠


'FA 미아' 최준석을 둘러싼 파란만장한 겨울 이야기의 끝은 다행히도 기사회생이었다. 최준석이 NC 다이노스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원 소속팀이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9일 최준석과 1년 연봉 55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KBO 승인 절차에 따라 10일 NC와 조건 없는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롯데를 두 번째로 떠나게 된 최준석의 행선지가 공교롭게도 롯데의 대표적인 지역 라이벌 NC라는 것도 묘한 인연이다. 또한 김경문 감독과는 두산 시절에 이어 7년 만의 재회다. 장장 3개월 만이다. 최준석이 지난해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신청한 이후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 기간 최준석은 '영양가' 논란에서부터 '은퇴설'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그동안 자신의 야구 인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했다.

다른 FA들의 계약이 대부분 완료된 1월 이후에는 사실상 최후의 FA로서 최준석의 거취를 전망하고 분석하는 보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대체 최준석 이야기는 언제까지 해야 끝나는 거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동갑내기 이대호의 귀환, 은퇴 위기에 몰렸던 최준석

불과 4년 전만 해도 최준석은 FA 시장에서 최대어까지는 아니어도 준척급 타자로 꼽혔다. 2013 시즌 뒤 두산에서 첫 FA 자격을 얻은 최준석은 4년 35억 원의 나쁘지 않은 조건에 친정팀 롯데로 복귀했다. 기복은 있었지만 롯데에서 4년간 타율 2할8푼8리, 87홈런, 351타점을 기록하며 방망이로는 최소한의 자기 몫은 해냈다.

그러나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시장에서는 4년 전과 달리 최준석은 철저하게 냉대 받았다. 원 소속팀 롯데가 조건 없이 이적을 돕겠다고 나섰음에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팀은 선뜻 나오지 않았다. 뒤늦게 NC의 배려로 기사회생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은퇴 직전까지 몰릴 뻔했다. 연봉은 FA 자격이 무색하게 지난 시즌 4억에서 5500만 원으로 무려 3억4500만 원(86.3% 삭감)이 깎여나갔다. 최준석으로서는 오직 현역 연장을 위하여 모든 자존심을 내려좋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절박한 결정이었다.

다행히 비극적인 결말은 피했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교훈도 남긴다. 최근 프로야구 시장의 '베테랑 홀대' 현상과 더불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베테랑 선수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최준석이 롯데에서 팀내 입지를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절친' 이대호의 국내 복귀였다. 2017시즌을 앞두고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던 이대호가 6년 만에 전격적으로 롯데 복귀를 결정하면서 최준석과 포지션 중복 문제가 발생했다. 두 선수 모두 거구에 발이 느리고 수비에 한계가 있는 선수들이다. 홈런보다는 타점과 출루율에 더 강점이 있는 타자들이라는 것도 비슷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발이 느린 두 선수를 동시에 중심타선에 놓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병살타 왕국'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타선의 문제점을 확인한 롯데가 2018 시즌을 앞두고 동갑내기 두 선수 중 한 명만 선택해야한다면 누구를 골라야 할지는 자명한 일이었다. 대신 롯데는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을 통해 최준석을 조건 없이 NC로 보내주며 최소한의 배려를 했다. 최준석을 내보낸 롯데의 선택이 토사구팽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최준석이 한때나마 FA 미아로 전락했던 데는 본인의 책임이 적지 않다. 최준석의 강점은 어디까지나 방망이였고, 체중 때문에 발이 느리다거나 수비가 약하다는 단점은 4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반론도 있다.

NC 최준석이 보여줘야 할 것, 베타랑으로서의 가치

일각에서는 최준석이 올 겨울 FA 신청을 한 것부터가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FA는 과거 성적에 대한 보상이기 전에 미래에 대한 투자 가치이기도 하다. 이대호처럼 매년 최정상급 성적을 보장하는 타자가 아닌 이상, 장단점이 뚜렷한 '반쪽짜리 지명타자'의 가치는 나이가 먹을수록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과적으로 최준석은 체중감량이라든가 내구성, 수비력 면에서 자신의 나이나 팀이 필요로하는 기준에 맞춰 유연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전에 비하여 FA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면 본인이 자신의 팀내 입지와 시장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스스로 냉철하게 파악하고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이용규(한화)가 지난해 FA 자격을 과감히 포기하고 연봉삭감까지 감수하면서 '작전상 후퇴'를 선택하여 재평가 받은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최준석이 NC로 이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얼마나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NC가 지난 시즌 은퇴한 이호준의 공백이 있지만 이미 모창민-권희동이라는 충분한 대체자원이 있다. 수비와 주루에 제한이 있는 최준석은 NC가 추구하는 기동력의 야구와도 맞지 않는다. 몸값을 고려해도 일단은 좌투수를 상대로 한 대타 요원 정도로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NC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최준석이 증명해야 할 몫이다.

베테랑의 가치는 단지 과거에 개인으로서 야구를 얼마나 잘했느냐만이 전부가 아니다. 비록 전성기에 비하여 기량이 조금 떨어지고 노쇠했다고 해도 중요한 순간에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 선수단의 구심점이 되어 자기관리와 리더십에서 보여주는 모범에 달렸다. 은퇴의 벼랑 끝까지 갔다가 '죽다 살아온 자' 최준석의 NC에서의 미래는, 아직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열린 결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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