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랜드, 핑크빛 세계로! 걸그룹 모모랜드가 15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아시아 아티스트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걸그룹 모모랜드가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아시아 아티스트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18년 1월 11일 Mnet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첫 1위를 차지한 곡은 그룹 모모랜드의 '뿜뿜'이었다. 모모랜드는 가요계 '빅 네임'들의 연초 공백기와 발랄한 TV 광고로 인지도를 얻은 멤버 주이의 활약, 지난 연말을 강타한 유행어 '그뤠잇'을 적극 활용해 잠시나마 가요 프로그램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며칠 전 러시아 그룹 세레브로(Serebro)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뿜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의 클럽이든 현재의 유흥가든 TV 프로그램에서든 한 번쯤은 들어봤을 'Mi mi mi'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와 범이낭이는 "장르적 유사성으로 논란이 불거진 것 같다. 기타 리프는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코드 진행과 멜로디가 다르다"고 사실을 부인했다.(2018년 1월 25일 < OSEN > [단독인터뷰] 신사동호랭이 "'뿜뿜' 장르적유사성, 악보 비교하면 달라") 많이 들어본 해명이다.

 가수 선미의 신곡 '주인공'은 셰릴 콜의 'Fight for this love'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수 선미의 신곡 '주인공'은 셰릴 콜의 'Fight for this love'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유니버설 뮤직/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이어 '주인공'으로 컴백한 선미도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국의 팝 스타 셰릴 콜의 'Fight for this love'의 메인 멜로디와 뮤직비디오 콘셉트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동안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표절 진위 여부가 올라오는 등 뜨거운 논란이 됐으나 작곡가 테디는 '100% 창작물'이라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이후 코드 진행과 멜로디, 리듬의 보편성을 들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인공'은 각종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순항 중이다.

때마다 발생하는 표절 논란, 언제나 비슷한 변명?

대한민국 가요계는 표절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유사한 논리를 펴거나 혹은 무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최대한 언론 노출을 자제하고 언급 자체를 피하면서 논란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리거나, 세세한 코드 진행과 멜로디의 보편성을 들어 전문가의 영역으로 논란을 끌고 들어가는 전략이다.

첫 번째는 그들의 직업관이 그 정도인 것이니 뻔뻔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에 다다르면 말문이 막힌다. 화성학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남의 것을 베낄 때 문장 하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가져오면 들킨다는 걸 안다. 만약 어떤 작곡가가 어떤 곡이 마음에 들어 그 곡을 들키지 않고 가져오기로 했다면, 표절이라는 끔찍한 낙인을 피해 여러가지 변형을 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대놓고 번안하지 않는 이상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다. 전문가인 척하지만 표절을 옹호하는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표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팝 가수 라나 델 레이와 라디오헤드 간의 표절 논란이 이슈가 되었다. 라나의 새 앨범 < Lust For Life >의 마지막 트랙 'Get free'가 라디오헤드의 대표곡 'Creep'을 베꼈다는 이유로 로열티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라나 델 레이는 지난 1월 17일(현지 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표절 논란에 휩싸인 심경을 밝혔다.

라나 델 레이는 지난 1월 8일(현지 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표절 논란에 휩싸인 심경을 밝혔다. ⓒ 라나 델 레이 트위터


라나 델 레이는 "나는 그 곡에 전혀 연관되지 않았는데 라디오헤드가 100% 로열티를 달라고 했다"며 "그들의 변호사들은 '가차없다(Relentless)'"는 내용의 트윗을 남겼다. 물론 라디오헤드의 'Creep' 역시 더 홀리스(The Hollies)의 'That air that I breathe'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았던 곡이기에 이러한 상황은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라나 델 레이의 트윗에 현지 여론은 싸늘했다. 로빈 시크의 'Blurred lines'가 마빈 게이의 'Got to give it up' 표절임을 밝힌 변호사 리처드 부시는 '의도는 저작권 분쟁에 있어 증거가 되지 못한다. 무의식적 표절(subconcious copying)도 어찌 됐든 책임을 져야 할 표절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무의식적 표절'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야

이 '무의식적 표절' 개념은 조지 해리슨의 대표곡 'My sweet lord'가 표절 판정을 받으면서 공식화되었다. 비록 그 곡을 접하지 않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나온 멜로디가 유사하다면 그 또한 표절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로드 스튜어트부터 앞서 언급했던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샘 스미스도 메가 히트곡의 로열티를 내줘야 했다.

특히 샘 스미스는 'Stay with me'가 참고했다는 톰 페티의 'I won't back down'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충격을 받았지만, 원 작곡가 톰 페티와 제프 린에게 각각 12.5%의 로열티를 지급하며 논쟁을 매조졌다. 이들 '무의식적 표절'의 혐의는 대체로 당사자들의 신속한 협의가 이뤄졌고 대중 또한 고의가 아닌 점을 들어 질타하지 않았다.

신사동호랭이와 테디의 변명은 논쟁이 시작된 이후 후차적으로 나온 말이다.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야 곡의 코드 진행과 멜로디 라인을 꺼낸다. 당연히 'Get free'와 'Creep'의 코드는 다르다. 'Stay with me'와 'I won't back down'도 곡의 테마부터 코드 진행까지 완벽히 다른 곡이다. 그러나 냉정한 팝 시장에서 대중은 표절이라고 판정한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작곡가는 철면피로 응답하고 전문가들은 생소한 개념을 들어 이들을 방어하기 바쁘다. 진실한 창작자라면 단 1% 의혹이 있어도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하지만 오히려 당당한 태도다. 숱하게 자행되어왔던 표절에 제대로 책임을 지우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는 지금도 교묘한 레퍼런스와 눈속임으로 창작의 한계를 포장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독 레퍼런스 논란과 표절 의혹이 많은 연초의 가요계는 또 다시 잠잠해져가고 있다. 부끄럽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미 표절 모모랜드 음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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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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