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현대캐피탈이 최하위 OK저축은행을 가볍게 제압하고 승점 60점 고지를 밟았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8, 25-21)으로 완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현대캐피탈은 2위 삼성화재 블루팡스(51점)와의 승점 차이를 9점으로 벌리며 정규리그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 프라코스가 오랜만에 공격을 주도하며 15득점을 올렸고 공격 점유율을 28%로 낮춘 에이스 문성민은 64.71%의 높은 성공률로 13득점을 적립했다. 현대캐피탈은 팀 블로킹 1위(세트당 2.75개)에 오른 팀답게 블로킹에서 9-3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그리고 이날 만큼은 2년 차 센터 차영석이 V리그 최고의 센터 신영석에 못지 않은 활약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민호 입대로 구멍 뚫린 현대캐피탈의 '센터 계보'

 인하대 출신의 센터 차영석은 작은 신장 때문에 드래프트 현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하대 출신의 센터 차영석은 작은 신장 때문에 드래프트 현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캐피탈은 프로 출범 전부터 전통적으로 센터진이 강했던 팀이다. 실업배구 초기에는 이종경과 양진웅이라는 걸출한 '트윈타워'가 있었고 1990년대 초반에는 윤종일과 제희경을 동시에 영입하며 진정한 거인군단을 만들었다. 당시 현대자동차서비스 배구단이 윤종일, 제희경에 이어 성균관대의 박종찬과 고 김병선까지 '싹쓸이' 하자 당시 배구계에서는 현대자동차서비스의 마구잡이 스카우트를 성토하는 분위기까지 있었다.

1995년 삼성화재가 창단돼 마구잡이 스카우트의 규탄(?) 대상이 삼성화재로 옮겨간 후에도 현대는 한양대의 한희석과 홍익대의 방신봉을 데려가며 남다른 센터 사랑을 과시했다. 높이에 강점이 있는 현대의 팀색깔은 프로출범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프로 출범 직전에 한양대의 트윈타워였던 윤봉우(한국전력 빅스톰)와 이선규(KB손해보험 스타즈)를 나란히 스카우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선규와 윤봉우는 V리그 출범 후 매 시즌 블로킹 부문 상위권을 독차지하며 현대캐피탈의 높이를 책임졌다. 프로 초창기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6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시절에는 거의 모든 언론에서 '조직력(과 외국인 선수)의 삼성화재 vs. 높이의 현대캐피탈'이라는 제목을 붙이곤 했다. 그만큼 현대캐피탈은 대다수의 배구팬들에게 '높이와 블로킹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13년 이선규가 여오현의 보상선수로 삼성화재로 이적했을 때는 최민호라는 자체 생산 센터가 등장했고 윤봉우의 전성기가 저물어가자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센터 콤비가 된 신영석과 최민호는 2016-2017 시즌 세트당 1.15개의 블로킹을 합작하며 현대캐피탈의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막강하던 현대캐피탈의 센터진은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다시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2011년 드래프트 4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해 6시즌을 보낸 최민호가 상근 예비역으로 군에 입대한 것이다. 센터 역할은 기본이고 팀 사정에 따라 라이트 공격수로도 활약하던 최민호는 최태웅 감독의 전력 구성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조각이었다. 신영석은 졸지에 든든한 짝을 잃고 말았다.

시즌 중반부터 김재휘 제치고 주전 차지, 2라운드 출신의 작은 이변

 최근 차영석이 코트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V리그 최고의 센터 신영석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최근 차영석이 코트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V리그 최고의 센터 신영석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캐피탈 선수단에서 그나마 센터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는 김재휘 정도가 유일했다. 201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중앙 공격수 김재휘는 2016-2017 시즌 신영석과 최민호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34경기에서 68득점을 올린 바 있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로 선발한 인하대 출신 차영석의 경우엔 중앙공격수로는 신장(193cm)이 작아 한계가 뚜렷해 보였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센터를 둘(홍민기, 박준혁)이나 선발한 것도 최민호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최태웅 감독은 시즌 초반 김재휘를 주전 센터로 활용했다. 김재휘는 큰 신장을 활용해 블로킹에서는 괜찮은 활약을 해줬지만 공격 성공률이 51.22%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공격 빈도가 높지 않은 중앙 공격수의 경우 55%내외의 성공률은 기록해야 한다). 아무래도 또래들에 비해 배구를 다소 늦게 시작(중학교 3학년)하다 보니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고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은 공을 처리하는 능력도 미숙할 수밖에 없다.

김재휘가 기대한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최태웅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2년 차 차영석을 주전으로 중용하고 있다. 그리고 차영석은 공격 성공률 58.87%(73/124), 블로킹 세트당 0.45개를 기록하며 신영석의 새로운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중앙을 두 명의 영석이 책임지면서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삼성화재에게 잠시 내줬던 팀 블로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차영석은 4일 OK저축은행전에서도 단 한 번의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현대캐피탈의 승리를 이끌었다(차영석은 원포인트 서버 이시우가 들어갈 때도 교체되지 않았다). 차영석이 코트 밖으로 나간 것은 서브를 시도한 후 후위에서 여오현 리베로와 교체될 때 뿐이었다. 차영석은 이날 무려  80%의 성공률로 4개의 속공 득점을 기록했고 블로킹도 3개를 잡아내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차영석은 현대캐피탈에서 입단 동기 이시우와 허수봉, 그리고 신인 선수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막내뻘에 속한다 하지만 차영석은 작년 8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프로 선수로는 유일하게 선발돼 주장으로서 대표팀을 이끈 바 있다. 미들블로커로는 매우 작은 193cm의 신장과 2라운드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한 차영석은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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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차영석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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