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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의 마지막 희망을 막지 말라."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까지,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암호화폐(Cryptocurrency)' 거래에 대한 규제 방침을 밝히자 터져나온 반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사용된 이 문구는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이 현재 2030세대의 희망이자 실현 가능한 꿈이라는 일각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가상', '도박' 혹은 '폰지사기'(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행각에서 유래된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거래하는 암호화폐는 그 가격에 걸맞은 정당한 가격을 보유하고 있고 가격의 변동폭 또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주장은 합리적일까?

 영화 작전 박용하 김무열

영화 <작전>에서 강현수(박용하 분)는 시세를 조작해 한탕 하려는 작전세력에 합류하게 된다. ⓒ (주)쇼박스


'결말 빼고' 너무나 현실적인 영화

위와 같은 주장들이 터져 나온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 암호화폐의 국내외 시세는 일제히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영화 <작전>(2009)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작전>의 결말은 주식을 해 본 개미 투자자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것이다. 결국 '작전 세력'과 싸워 이겨 행복과 부(富), 주식 실력까지 모두 거머쥐게 되는 개미투자자 강현수(박용하 분)의 모습은 이상 그 자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이 영화에서 제일 비현실적인 내용이라는 데에 있다.

개봉한 지 9년이 지난 영화 <작전>이 꾸준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이 영화가 다룬 소재가 지금 보아도 신선하면서도 현실에 있음직 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작전', 즉 일부 집단이 시세를 조작해 소규모 투자자들의 자산을 갈취하는 행위는 오랜 시간동안 실제로 존재해왔다.

영화 속 주인공 강현수는 우연찮게 한 회사의 주식을 거래한 것을 계기로 주가조작팀의 눈에 띄게 된다. 주식 차트를 보는 실력을 인정받으며 강요에 의해 '작전'에 가담하게 된 그는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에 얽혀 위험천만한 판에 가담하게 된다. 모 부실회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뒤 개미 투자자들에게 수백 퍼센트 이상 높아진 가격에 떠넘기고 도망가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결국 현수는 주변 지인들의 도움과 자신의 실력 그리고 운이 합쳐져 수차례 위기를 넘기고 판에서 빠져나오며 범죄자들까지 구속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본인 역시 많은 부를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작전'들에 현수는 없다. '작전'의 실행자들은 많은 돈을 벌고 쉽사리 처벌받지 않는 데 반해, 이들에게 당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눈물 짓는다.

결국 영화 같은 일확천금은 없다

 영화 작전 박용하 김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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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어떨까. 물론 그 어떤 상황과 장소에서도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코인의 영역에서도 마찬기지였다. 초기에 진입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코인들을 사모은 사람들이나 채굴한 사람 등은 꾸준히 막대한 이윤을 얻었다. 일찍이 트레이딩에 뛰어든 사람들 중에서도 성공 신화를 자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 뒤에 '깡통 차고' 조용히 떠난 사람들도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실제 연일 급등하는 암호화폐의 시세와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인증이 넘쳐나던 12월, 수많은 사람들이 코인 거래를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주식거래도 해본 적이 없는 10대들부터 가정주부, 노년층까지 대상은 다양했다.

처음에는 이득을 본 사람도 꽤나 있었겠지만, 이들이 진입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거대한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박상기 장관의 발언 등에 가격 하락의 이유를 묻는 여론도 드셌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입장을 선회하고 해당 리스크가 사라진 이후에도 하락장은 더욱 거셌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규제를 시사했다. 대형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의 5600억대 해킹 사태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2800만 원대에 달했던 시세는 최저 660만 원대로 곤두박질 쳤다.

 6일 기준, 최고점 대비 25% 이하 가격대로 떨어진 국내 비트코인 시세

6일 기준, 최고점 대비 25% 이하 가격대로 떨어진 국내 비트코인 시세


동일한 재화에 적게는 10퍼센트, 많게는 100퍼센트까지 더한 값이 매겨진다. 이를 합리적인 시장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당장의 이득에 흔들린 '개미'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사들였고, 대하락장에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하락폭은 약 '-75%' 가량이다. 역대 최대 손실규모이며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아직까지 코인 시장이 무너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명제 도입 및 강화 등으로 중국계 자본 및 지하 자본이 활동할 여지를 크게 줄였고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국내 암호화폐 시세는 수십 퍼센트씩 급락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규제를 시작하자 국제 시가도 급락하는 상황이다. 이는 분명 정상은 아니다.

<작전>의 주인공마냥 멋지게 승리하는 개인 투자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판타지다. 현재 많은 숫자의 소형 투자자들은 큰 규모의 손실에도 '존버'(암호화폐를 팔지 않고 시세 회복까지 버틴다는 뜻의 온라인 속어-기자 주)만 외치며 무너져내리는 가격대를 바라보고 있다. 소수의 익명인들의 부의 축적에 평범한 서민들이 희생당하는 모습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영화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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