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호주 U-23 대표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호주 U-23 대표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아래 KFA)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홍명보와 박지성의 합류가 시작이었다. 홍명보는 KFA 신임 전무이사, 박지성은 유소년 축구 총괄임원인 유스전략본부장에 선임됐다. 기술위원회가 기술발전위원회(아래 발전위)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아래 선임위)로 재편됐다. 기술발전위원회장으론 이임생,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론 김판곤이 자리했다.

KFA는 지난달 31일 발전위와 선임위에서 활동할 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발전위에는 그간 소외됐던 초중고대 학원 지도자들이 대거 자리했다. 한국 축구 전반에 걸친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박창주 울산 현대 U-12(12세 이하) 감독, 주승진 매탄고 감독, 이장관 용인대 감독, 최영준 KFA 전임지도자 등이 포함됐다.

선임위에는 국가대표 전·현직 지도자들이 대거 포진했다. 최진철 프로연맹경기위원장, 노상래 전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박건하 전 감독 등 40대 지도자들이 자리했다. 비선수 출신도 합류했다. 영국인 축구칼럼니스트 스티브 프라이스와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이다. 이들은 대표팀 감독 선임 시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면밀히 점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젊어지고, 다양해졌다. KFA는 자신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이들을 품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면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겠다는 심산이다.

월드컵만큼 혹은 그 이상 중요한 아시안게임

여유가 없다. 바로 업무에 몰두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당장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 코앞이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기대치가 낮지만, 대충 치를 순 없다. 최대한 지원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대회가 또 있다. 어찌 보면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대회일 수 있다.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개최하는 아시안게임이다.

2연속 금메달이 목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당시와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을 지휘했던 고 이광종 감독은 2000년부터 무려 16년간 유소년 및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었다. 2009 U-17 월드컵 8강, 2013 U-20 월드컵 8강 등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손흥민과 김진수, 윤일록, 류승우 등 수많은 재능이 그의 지도를 거쳤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이끌 감독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색깔도 확실했다.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실리 축구로 성과를 냈다. 수비적인 축구에 답답함을 토로한 팬들도 있었지만,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감독이란 데는 이견이 없었다. 실제로 이광종호는 무려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문제는 현재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연령별 대표팀(U-17·U-19 등)은 졸전을 거듭했다. 아시아를 호령하던 '아기 호랑이'는 자취를 감췄다. 세계무대는커녕 아시아 대회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 하는 일이 익숙해졌다. 자연스럽게 고 이광종 감독의 후계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봉길매직'이란 별명이 아깝지 않았던 그, 그러나...

 5일 오후 파주 NFC에서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남자축구 대표팀 김봉길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5일 오후 파주 NFC에서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남자축구 대표팀 김봉길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김호곤 전 기술위원장이 이끌던 기술위원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설 감독으로 김봉길을 선임했다.

김봉길 감독은 유망한 지도자다. 2012년 인천 유나이티드 수석 코치에서 감독대행으로 승격해 강등 위기를 벗어난 경험이 있다. 이듬해에는 상위 스플릿에 올라 7위를 기록했다. 2014시즌에는 초반 9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지며 강등권으로 처졌지만, 시즌 중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8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였다. '봉길매직'이란 별명이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했다. 그해 인천은 10위를 기록하며 강등을 모면하는 데 그쳤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인천과의 동거는 3년을 넘기지 못했다.

U-23 대표팀 감독 부임 직전 사령탑을 맡았던 초당대학교에서의 성적은 더 신통찮다. 초당대는 'U리그 2016' 제7권역(전북·전남·광주)에서 2위를 차지한 강호였다. 그런데 김봉길 감독이 부임한 2017년 3월 이후부터 성적이 떨어졌다. 'U리그 2017' 제9권역(광주·전남)에서 무패행진의 상승세가 꺾였고, 3승 1무 4패를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지난달 중국에서 벌어진 'AFC U-23 챔피언십'은 김봉길 감독에 대한 우려를 폭발시켰다. 한국은 대회 내내 졸전을 거듭했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색깔도 알 수 없었다. 첫 경기에서 맞붙은 대회 준우승팀 베트남을 꺾었고, 최종 순위 4위를 기록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물론, 완벽한 전력을 꾸리기 어려웠다. 황희찬과 이승우, 백승호 등 해외파의 소집 자체가 불가능했다. 김민재도 국가대표팀 합류로 인해 부를 수 없었다. 김봉길호가 출범하고 나선 첫 대회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여의 소집 훈련 기간이 있었다. 최소한, 팀 색깔이 무엇인지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혁을 천명한 KFA가 나서야 한다. 아시안게임 2연패를 위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잊어선 안 된다. 아시안게임은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우승이란 결과물이 필요하다. 답답한 수비 축구로 일관하더라도 금메달을 따내면 박수받는다. 

팀을 차근차근 만들어갈 지도자가 아닌, 성적을 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카드가 있다면, 감독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 애초에 시간은 없었다. 현 체재를 유지하나 새롭게 팀을 꾸리거나 큰 차이 없다. 확신이 선다면, 빠르게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김봉길 감독을 믿고 아시안게임을 맡긴다면, 더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 '2018 U-23 챔피언십'에서 드러난 문제점 보완에 힘을 보태야 한다. A매치 기간에는 U-23 대표팀 역시 훈련과 평가전이 치러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뚜렷한 계획과 목표 설정으로 잃어버린 신뢰도 빠르게 되찾아야 한다.

함께 가야 한다. KFA 개혁의 진실성은 '책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면, 더 이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층 젊어지고 다양성을 품은 KFA,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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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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