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선명탐정>엔 시리즈마다 이야기를 빛낸 여성 캐릭터가 있었다. 1편에선 한지민이, 2편에선 이연희가 각각 사연을 가진 인물로 등장해 주인공들을 돕거나 또 다른 혼란을 던지기도 했다. 오는 8일 개봉 예정인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아래 <조선명탐정3>)에선 김지원이 나섰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전편보다 캐릭터의 비중과 역할이 커졌다는 점이다. 양반집 자제들이 하나둘 흡혈괴마에게 죽어가는 사건에서 김지원이 맡은 월영이라는 캐릭터는 김민(김명민)-서필(오달수) 콤비와 함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선

기억이 없다는 설정에 월영은 말이 매우 없는 캐릭터다. 눈빛과 표정, 행동만으로 감정을 드러내야 했고 더구나 코믹한 모습을 보이는 김민, 서필 사이에서 적절한 정서적 균형을 잡는 게 관건이었다. 김지원은 "그 부분에 대해 김석윤 감독님과 정말 많이 얘기했고 고민했다"며 "전편에 출연하신 분들과 다른 걸 보여드린다는 것보단 대본 자체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월영은 등장할 때부터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는 인물이었다. 괴력이 있는 여성이지 않나. 감정 선이나 톤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김민과 서필과는 달리 월영은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재미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또 제가 언제 김명민, 오달수 선배님과 연기를 해보겠나.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른 잡았다(웃음)."


8년 간 이어진 시리즈고, 캐릭터 비중 역시 커졌기에 자칫 부담감을 느낄 수 있지만 김지원에겐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작용했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 막바지 촬영 무렵에 대본을 받았는데 읽고 나서 잘 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가 전했다. 동시에 함께 한 두 배우에 대한 존경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상업영화 첫 주연이 <조선명탐정> 시리즈라는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인 것 같다. 1편과 2편을 재밌게 봤던 관객 입장에서 3편에 합류할 줄 상상도 못했다. 촬영하면서도 실감이 안 날 때가 있었다. 제가 집순이인데 요즘 집에 있으면서도 계속 1, 2편을 반복해서 보고 있다(웃음). 제가 두 선배님 사이에서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정말 오랜 시간 함께 한 부부같이 실제 합이 되게 좋으셨다. 

두 분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현장에서도 제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연기를 10년, 20년 하면 어떤 신은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두 분은 매 신마다 더 준비하시고 노력하시더라. 하나의 신을 위해 진짜 대화도 많이 하시고. 또 김명민 선배는 현장에 1시간 먼저 오시고, 그 전에 또 이미 유산소 운동을 하신 상태더라. 그만큼 예열을 하신 상태에서 오시는 거였다. 촬영 때 대사를 틀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 숨은 노력을 하시는 분이다. 오달수 선배에겐 연기에서 힘을 빼는 게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신다. 매번 현장에 갈 때마다 두 분이 어떤 연기를 보여주실지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시리즈에 계속 출연? 영광!"



김명민, 오달수는 그간 <조선명탐정3>의 현장 분위가 매우 좋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후배인 김지원의 생각은 어땠을까.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보통 촬영 현장에 있다 보면 촬영 준비 등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데 <조선명탐정3> 현장에선 스태프들의 출근과 퇴근이 정확했다"고 말했다.

"카메라 서너 대가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스태프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카메라에 걸리지 않더라.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신뢰가 쌓여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예민해질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고 서로 배려하시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저도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배우들과 스태프들 일하는 시간까지 다 신경써주시더라. 촬영이 끝난 배우들은 먼저 집에 보내시고.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다 파악하고 계셨다."

혹여나 4편이 만들어지고 출연 제의가 다시 온다는 가정을 했다. "꼭 하고 싶다"고 그가 반색했다. <조선명탐정3>와 함께 김지원은 "배우 개인으로서도 많이 성장하고 경험치가 쌓였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명절엔 가족과 지낼 것 같은데 친척들과 <조선명탐정3>를 보러 가면 좋을 것 같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제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다(웃음). 여전히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영화 경험이 많이 없는지라,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여성 콤비물도 재밌을 것 같고, SF 영화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