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스포츠에 대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연결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으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슬로건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의 의미를 이 같이 설명합니다. <오마이뉴스>는 평창을 바라보는 경기장 밖 수많은 열정들을 소개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된 공간에 모여 평창올림픽이 너, 나, 우리 모두의 올림픽이 되길 기원합니다. [편집자말]

보호장비로 중무장한 선수들이 얼음 위를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하얀 얼음 위 검은 퍽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 눈이 쫓아갈 수 없는 속도로 퍽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공격과 수비가 수시로 뒤바뀌며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선수들. 속도와 질량이 결합해 무지막지한 에너지를 동반한 채 서로 충돌한다. 그 에너지만큼 관객의 심장이 들끓는다. 아이스하키. 동계스포츠의 꽃. 동계스포츠 강국에서는 이미 최고 인기 스포츠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저변이 넓지 않다. 하지만 잘 모르고 봐도 보는 사람을 흥분케 하는 '재미'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평소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스포츠를 전국민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동계스포츠를 좋아하는 '마니아'에게 평창 올림픽은 자신이 애정하는, 응원하는 종목과 팀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장이 된다. 평창동계올림픽에 거는 기대와 설렘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학생 서정연(23)씨와 이제희(22)씨도 그런 사람들이다. 본인들이 직접 아마추어 아이스하키 선수이다. 해외 리그도 틈틈이 챙겨보고, 학내 스포츠 전문 매거진의 기자 일도 했다. 그러다가 같은 학교 아이스하키부 선수 이제희씨를 만나게 되어 사귀게 됐다. 훗날 아이스하키 지도자가 되는 날을 목표로 삼은 이제희씨. 이번 아이스하키 대표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만났다.

힘들고 아파도, 포기할 수 없는 매력

아이스하키 덕분에 지난 1월 17일, 서울 안암동 인근에서 서정연씨와 이제희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두 사람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과 함께 학내 스포츠 매거진에서 아이스하키 취재까지 했던 서정연씨. 그리고 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제희씨.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아이스하키 때문에 맺어졌다. 동계 스포츠 '덕후'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아이스하키 덕분에 지난 1월 17일, 서울 안암동 인근에서 서정연씨와 이제희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두 사람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과 함께 학내 스포츠 매거진에서 아이스하키 취재까지 했던 서정연씨. 그리고 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제희씨.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아이스하키 때문에 맺어졌다. 동계 스포츠 '덕후'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 곽우신


이제희 "아이스하키 힘들어요. 바디체크할 때는 진짜 보호장구 있어도 아파요. 슛 맞으면 다음날 멍들어 있고, 막…. 패스를 받으려고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가 들었는데, 상대 선수가 앞에 와 있는 거예요. 딱 받쳤는데, 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혀요. 숨이 안 쉬어졌어요. 그래서 '헐떡헐떡'거리며 벤치로 기어가다시피 해서 교대하고…. (웃음)

처음 시작했을 땐 부모님께서 악기와 아이스하키 중에 선택하라고 했던 거였어요. 활동성이 있는 걸 더 원해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죠. 몸 부딪히고, 속도도 있고, 팀플레이가 잘 맞을 때의 기분이 되게 좋거든요. 그래서 정식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 중에서는 아이스하키가 제일 빠르지 않나요? (웃음) 공격과 수비 전환이 되게 빠르고, 공도 빨라서 슛 쏘면 시속 100km도 넘게 나오니까요. 일단 이 스피드가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고려대학교 아이스하키부 이제희 선수의 얼음 위 모습.

고려대학교 아이스하키부 이제희 선수의 얼음 위 모습. ⓒ 서정연


고려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이제희씨는 이제 3학년이 된다. 이제 슬슬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 수밖에 없는 나이이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무사히 졸업한다고 해서 아이스하키를 계속 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하키를 포기할 수는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벗어날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그는 이 길을 택했고 아직도 가고 있다. 선배들처럼 좋은 선수가 되고, 커리어를 쌓은 뒤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다.

이제희 "고등학교 때, 대표팀(언더 18) 전지훈련 관련 기사가 떴었어요. 악성 댓글이 엄청 많더라고요. 거기에 '돈 많은 애들 대학 쉽게 보내려고 하는 비인기종목 아니냐'라는 말에 상처받았어요.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고, 또 지도자가 되고 싶은 건, 아이스하키를 비인기종목에서 인기종목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거거든요.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짜릿한 순간들이 많아요. 특히 대학교 들어와서 대회 다득점 상을 받았을 때. 정말 의미 있는 상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도 종종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못 받았고, 중학교 때부터 언제나 득점이 제 약점이라서 자신도 없어 했거든요. 그런데 대학 들어와서 그 약점을 극복한 거죠. 팀 내 포인트도 제가 제일 많이 쌓았었고, 하키하면서 처음 받은 상이라서 더 의미 있었죠. 그런데 요새 또 침체기라…. (웃음)"

다시 만난 아이스하키에 빠지다

아이스하키 덕분에 지난 1월 17일, 서울 안암동 인근에서 서정연씨와 이제희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두 사람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과 함께 학내 스포츠 매거진에서 아이스하키 취재까지 했던 서정연씨. 그리고 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제희씨.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아이스하키 때문에 맺어졌다. 동계 스포츠 '덕후'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아이스하키 덕분에 지난 1월 17일, 서울 안암동 인근에서 서정연씨와 이제희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두 사람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과 함께 학내 스포츠 매거진에서 아이스하키 취재까지 했던 서정연씨. 그리고 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제희씨.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아이스하키 때문에 맺어졌다. 동계 스포츠 '덕후'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 곽우신


서정연 "원래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일부러 시켜서 했어요. 저도 하고 제 동생도 했는데, 전 그때 너무 싫어서 그만뒀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오고 나니까 다시 하고 싶어져서 아이스하키 동아리를 직접 선택했어요. 학내 스포츠 매체 활동을 하면서 선수들을 직접 보게 되면서,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에도 마음이 움직였어요. 더 애착이 간달까요. 제 동생은 지금도 가끔 '내가 공부 안 하고 아이스하키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평창에 나갔을까' 같은 말을 해요. 그때 동생이 진짜 멋있었거든요. 그래서 막연하게 그리워했던 것도 있고.

그만뒀던 이유 중에는 상황이 너무 열악했던 것도 있거든요. 지금 아이스하키 하는 분들 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하고 있는 거예요. 경기력만 놓고 보면 NHL(북아메리카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보다 재미없기는 한데….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하는 사람도 많고, 선수로 키워질 애들은 계속 주를 돌아다니면서 리그를 뛰는 곳과는 애초에 다를 수밖에 없죠. 그래도 사실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거든요? 우리 선수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연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노력하는 데서 오는 감동도 엄청 커요. 어느새 이 종목에 약간의 책임감 같은 것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평창에 거는 기대가 커요. 아이스하키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 중요한 기회인 것 같아요. 물론, 올림픽 한 번 했다고 엄청나게 리그가 활성화되고 그러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이스하키에 대한 인식은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처럼 선수들의 스토리에 감동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고려대학교 아이스하키 동호회 '티그리스'에서 활동하는 서정연씨의 경기 모습.

고려대학교 아이스하키 동호회 '티그리스'에서 활동하는 서정연씨의 경기 모습. ⓒ 티그리스


고려대학교 입학 후 아이스하키 동아리 '티그리스' 활동을 시작하고, 또 학내 스포츠 매거진 <스포츠 KU>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아이스하키 취재를 도맡았다. 힘들었고, 싫어서 그만뒀었는데 문득 다시 하고 싶어진 아이스하키. 그렇게 이별 후 재회한 아이스하키는 오랜만에 만나 해후를 푸는 듯 서정연씨를 더 열성적으로 빠져들게끔 끌어당겼다. 대학생 기자로의 활동은 끝났지만, 여전히 얼음 위를 달리고, 또 누군가 얼음 위에서 내달리고 있는 걸 즐겨 본다.

서정연 "아이스하키하는 분들 보면 진짜 '버프'가 있어요! 스케이트를 신으면 키가 커 보이고, 숄더를 입으면 어깨가 넓어 보이고, 헬멧을 쓰면 머리가 작아 보여요. 링크장에 있을 때와 무장을 벗고 나왔을 때 사람이 엄청 차이가 있어요. 아이스 위에서는 진짜 다 멋있어 보여요.

스포츠 덕후 분들 보면, 보통 경기 때 멋있는 선수를 통해서 '입덕'하는 계기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경기를 봤는데 경기가 너무 재미있고, 또 다른 선수가 너무 잘해서 옮아가고…. (웃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스하키도 인기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평창에서도 대표팀 선수들의 멋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아이스하키를 좋아하게 됐다가 아시아 리그를 보러 올 수도 있잖아요. 나름의 큰 그림입니다. (웃음)"

역전의 가능성

아이스하키 덕분에 지난 1월 17일, 서울 안암동 인근에서 서정연씨와 이제희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두 사람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과 함께 학내 스포츠 매거진에서 아이스하키 취재까지 했던 서정연씨. 그리고 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제희씨.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아이스하키 때문에 맺어졌다. 동계 스포츠 '덕후'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아이스하키 덕분에 지난 1월 17일, 서울 안암동 인근에서 서정연씨와 이제희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두 사람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과 함께 학내 스포츠 매거진에서 아이스하키 취재까지 했던 서정연씨. 그리고 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제희씨.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아이스하키 때문에 맺어졌다. 동계 스포츠 '덕후'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 곽우신


아이스하키 경기를 자주 보고 또 직접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기도 하는 입장에서 경기를 보는 것과, 큰 이벤트가 있을 때 경기를 보게 되는 사람의 관점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축구나 야구 같은 대중적 구기종목도 '오프사이드'를 두고, '세이프냐 아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는 마당이다. 아이스하키는 오죽할까. 마니아의 입장에서 아이스하키를 첫 관람할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관전 포인트나 알고 있으면 좋을 규칙에 대해 물었다.

이제희 "아이스링크가 꽤 큰 편이거든요. 그 정도 규격의 경기장에서 굉장히 빠른 공수전환이 이뤄져요. 게임 시간은 1시간이지만, 마치 단거리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속도감이 있죠. 선수교체도 엄청 많이 해요. 그게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고요.

아이스하키는 반칙의 무게 정도에 따라서, 2분 동안 페널티 부스에 들어가는 게 기본이고, '2+10'이라고 12분 나가기도 하고, 게임 정지되기도 하고, 경기를 하다가 '어, 1명이 왜 없지?'하는 게 페널티를 받은 거거든요. 그럴 때도 주목해서 봐주시면 좋겠어요.

링크장 가운데를 보면 파란색 선 두 개가 있어요. 블루라인이라고 하는데, 그 라인 기준으로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먼저 들어가면 공격이 가능한데,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가 먼저 들어간 상태에서 뒤이어 들어가면 '오프사이드'에요. 또 가운데 센터라인이라고 빨간색 선이 있는데, 선수가 넘어가기 전에 상대팀 진영으로 공을 보내면 심판이 손을 들어서 '아이싱'을 선언해요. 팀 반칙이죠. 공을 보낸 지점으로 다시 가서 페이스 오프를 해요. 사람들이 오프사이드와 아이싱을 자주 헷갈려 하는데, 이 정도만 알아도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스하키는 중간중간 정지가 되는 순간이 많아요. '페이스 오프 닷'이라고 9개가 있는데, 어디서 게임 진행이 멈췄는가에 따라 어디에서 페이스 오프를 하는지 달라지거든요. 왔다갔다하면서 페이스 오프를 하니까, 이것도 재밌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전의 가능성'이었다.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는 경기인데다 변수도 많아서 골이 어떻게 들어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한 골이 안 들어가서 지지부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 초 안에 한 골이 들어가기도 하고, 연이어서 폭풍처럼 연속 골이 터지기도 한다. 점수 차이가 크게 나도 '분위기만 타면' 순식간에 뒤집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응원의 필요성이 커진다.

서정연 "점수가 많이 차이 나도, 골이 진짜 빨리 들어갈 수 있거든요. 지고 있어도 금방 역전할 수 있어요. 물론 그렇게 끝날 수도 있기도 하지만, 끝까지 보는 게 필요해요. 게임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지고 있어도 한 골만 들어가면 분위기 타서 이길 수 있거든요. 역전의 가능성이 정말 많은 게임이에요. 끝까지 응원하는 게 보는 입장에서도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이제희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진짜 변수가 많은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5:0으로 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골만 쉽게 들어가서 분위기가 확 뒤집히면, 분위기를 타는 운동이라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끝까지 보고, 열심히 응원하면 선수들도 '한 번 해보자'는 게 생겨요. 골이 진짜 신기하게 잘 들어가요. 앞에 사람이 5명이 막고 있어도, 어떻게 빗겨 들어가고 (서정연: 골리 어깨 맞고도 들어가고!) 작은 공이, 링크장 유리 맞고, 골리 등 맞고 들어갈 수도 있거든요. 변수가 진짜 많은 운동이에요. (서정연: 끝까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하키 덕분에 지난 1월 17일, 서울 안암동 인근에서 서정연씨와 이제희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두 사람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과 함께 학내 스포츠 매거진에서 아이스하키 취재까지 했던 서정연씨. 그리고 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제희씨.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아이스하키 때문에 맺어졌다. 동계 스포츠 '덕후'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아이스하키 덕분에 지난 1월 17일, 서울 안암동 인근에서 서정연씨와 이제희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두 사람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과 함께 학내 스포츠 매거진에서 아이스하키 취재까지 했던 서정연씨. 그리고 대학교 아이스하키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제희씨.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아이스하키 때문에 맺어졌다. 동계 스포츠 '덕후'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 곽우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인터뷰 분위기가 시종일관 밝지는 않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다른 동계 스포츠 강국에 비해 처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NHL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게 크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많이 와야 경기의 질도, 관객들의 보는 재미도 상승할 텐데 하는 아쉬움을 공통으로 표했다. 특히 우리 선수들한테도 NHL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고 혹은 직접 맞붙어보는 경험이 큰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데 여러모로 안타깝게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두고 벌어졌던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언급할 정도로 깔끔하지 못했던 일처리 과정도 씁쓸하다. 그래도 이왕 국내에서 치르게 된 이번 동계 올림픽, 특히 아이스하키 종목이 잘 치러지기를 모두 손 모아 바라고 있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도 높아지고, 팬덤이 커지고, 인프라 등 지원확충과 리그 흥행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비록 그 바람이 작을지라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이어져서 아이스하키의 저변이 넓어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었다.

이런 꿈은, 아이스하키와 계속 연을 맺으며 내일을 살고 싶은 20대 청년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아이스하키와 관련된 일로 밥벌이를 하고 싶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길 자체가 많지도, 넓지도 않다. 부모님의 우려도 한편 이해되면서도, 그래도 계속 얼음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 프로 선수가 되고,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는 이제희씨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번 평창에 나서는 선배들의 등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 날 인터뷰는 대체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수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하키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하키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하키가 이번 평창에서 잘되기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바라고 있다. '덕업일치'와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을 꿈꾸는 아이스하키 '덕후'들의 마음이 대체로 이러하리라.

이번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는 오는 10일 오후 9시 10분, 여자조별 예선 B조 '스위스'와의 경기로 시작한다. '페이스 오프'의 시간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스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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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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