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표팀은 몰도바와 평가전을 치렀다. 전후반 내내 경기를 주도했지만 시원한 공격력도 탄탄한 수비력도 보여주지 못하며 1-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승리했지만, 좋지 못했던 경기내용은 씁쓸한 평가를 남겼다. 이날 해설을 맡은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평범한 90분이었다. 잘했다고도 못했다고도 할 수 없는 경기였다"고 총평했다.

성인 대표팀이 월드컵을 준비하는 동안 23세 이하 대표팀은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이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은 26일 열린 3, 4위전에서 카타르에 패하며 중국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에서 4위를 기록했다. 우승을 목표로 했던 만큼 결과가 아쉬운 것은 물론이고 과정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걱정을 샀다.

공교롭게도 두 팀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문제는 특색이 없다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성인 대표팀은 공수양면에서 특출난 점을 찾아볼 수 없었고,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팀은 대회 내내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다.

강팀은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다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대표팀이 색깔을 가지지 못한 것과 달리 세계의 강팀들은 본인들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로는 브라질과 스페인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브라질은 화끈한 공격력을 기반으로 90분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경기를 보인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쉴 틈 없이 공격하는 브라질의 방식은 전 세계를 위협한다.

스페인은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펼친다.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짧은 패스는 빠르고 정확하게 이어지며 상대의 골망을 가른다. 또한 이런 색깔은 성인 대표팀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 자국 리그에서도 적용되면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스페인의 색깔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이런 방식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브라질, 스페인 대표팀의 색깔이 되었다. 이들의 색깔은 하나의 현대 축구의 흐름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팀들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런 결과물이 있기까지는 자국 리그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 같은 색깔의 축구를 추구하는 것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 발굴 등의 노력이 있었다.

비단 브라질, 스페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럽과 남미, 최근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들까지 자신들만의 축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뚜렷한 색깔 없이 강팀이 되는 나라는 없다. 대표팀만의 색깔을 가지지 못한다면 현대 축구에서 강팀이 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왜 색깔없는 팀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대표팀은 왜 색깔이 없는 무미건조한 팀이 되었을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결과에 치중하는 태도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 이후 팬들과 국민들의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이기는 대표팀을 보고 싶은 것은 당연했지만 대표팀이 결과를 중요시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잦은 감독교체다. 히딩크 감독이 떠난 이후 독일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3명의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독특한 것은 선임되었던 감독들의 성향이 모두 달랐다는 것이다. 3명의 감독이 선호하는 선수가 각기 달랐고, 구사하는 전술 역시 달랐다. 결과적으로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히딩크 감독이 만들었던 대표팀의 색깔은 여기서부터 옅어졌다.

그렇다면 잦은 감독교체의 원인은 무엇일까. 월드컵 직전에 부임한 아드보카트 감독을 제외한 쿠엘류, 본프레레 감독의 교체원인은 성적부진이었다. 한국 축구의 색깔을 지키고 확고히 만들어야 했지만 협회는 여론과 단기간의 성적만으로 감독을 교체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감독이 올 때마다 한국 축구의 색깔은 옅어졌다.

결과만을 바라는 감독 선임은 독일 월드컵 이후에도 이어졌다. 성공도 맛보고, 실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색깔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보다는 당장 눈 앞의 대회에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감독이 교체될 때마다 전술과 선수가 바뀌고, 일관된 한국 축구만의 색깔은 사라지고 말았다.

성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 대표팀에 색깔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4강 신화를 이룩했던 히딩크 감독은 한국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높은 수준의 체력을 바탕으로 강한 압박을 경기내내 이끌어가는 방식은 승부욕이 넘치는 한국 선수들에게 정확히 맞아들어갔다. 또한 빠른 역습을 통한 공격방식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색깔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이후 한국 축구에 대한 종합적 분석에 들어갔다. 선수층부터 경기장 내에서의 실력과 외적인 정신적 부분, 선수들 사이의 문화까지 모든 부분에서 정보를 얻고 정리했다. 그 결과가 우리 대표팀에 가장 적합한 방식의 훈련과 전술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분석자료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했다. 경기 내적으로는 강인한 체력을 위한 훈련이 실시되었고, 경기 외적인 문제인 선수단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는 룸메이트를 섞어 배치하거나 경기장 안에서 호칭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런 노력들과 월드컵에 대한 협회와 연맹의 전폭적 지원 속에 대표팀은 색깔을 만들 수 있었다.

성공의 사례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한국 축구의 색깔을 되찾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표팀 운영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성적만 추구하며 감독을 지속적으로 교체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우리가 잘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축구는 언제쯤 색을 가지게 될까

지금의 한국 축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의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한국 축구의 색깔을 찾는 것이다. 특색과 특징 없이 이기는 것에 혈안이 되는 축구는 당장의 좋은 성과는 얻을 수 있더라도 지속성 없이 무너지고 만다.

가까워 오는 대회들을 준비하며 명심할 것은 이기고 지는 것에 관계없이 색깔을 찾는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도 결과물을 기대하는 대회들이다. 하지만 결과를 내는데에는 과정이 필요하다. 좋은 과정 없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과정에는 한국 축구의 색깔을 찾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한국 축구를 냉정히 되돌아볼 시기가 되었다.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장단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맞는 색깔을 찾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발굴해야 한다. 언제까지 이기는 것에만 매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색깔이 없는 축구로는 강팀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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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동준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축구대표팀 신태용호 김봉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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