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예술적인 백힐 패스로 패배 위기에 빠진 팀을 구했다. 토트넘 홋스퍼가 28일 오전 2시 30분(아래 한국 시각) 영국 로드니 퍼레이드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잉글랜드 FA컵' 32강전 뉴포트 카운티와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토트넘은 4부 리그 소속 뉴포트 원정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홈인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자리를 옮겨 재경기를 치르게 됐다.

토트넘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다음달 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부터 리버풀, 아스널, 유벤투스로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이 시작되는 만큼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주포' 해리 케인만 선발로 나선 가운데 손흥민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뉴포트에 형편 없이 무너진 토트넘

토트넘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뉴포트에게 시종일관 밀렸다. 상대의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케인과 호흡을 맞춘 페르난도 요렌테, 2선에 위치한 무사 시소코와 무사 뎀벨레는 존재감이 없었다. 왼쪽 윙백으로 나선 카일 워커-피터스는 공격은커녕 수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토트넘은 선제골까지 허용했다. 전반 38분, 윌모트가 빠르게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었고, 반대편 포스트를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문전 앞에서 자리 잡은 아몬드가 헤더로 연결해 골문 구석을 갈랐다. 뉴포트는 4부 리그 소속이라곤 믿기지 않을 경기력에 이어 선제골까지 터뜨리면서, 전반전을 1-0으로 마무리했다.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전 시작 직전,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손흥민이 워커-피터스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자연스럽게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형이 바뀌었다.

손흥민 투입은 성공적이었다. 토트넘 공격이 활기를 띠었다. 후반 3분, 손흥민이 순식간에 박스 안쪽으로 침투하면서 뉴포트 수비진을 당황시켰다. 2분 뒤에는 빠르게 문전으로 파고들다 얀 베르통헨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다. 왼쪽 풀백 베르통헨과 좋은 연계 플레이가 이어졌다.

후반 21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요렌테 대신 투입된 알리가 좌측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온 손흥민에게 패스를 찔렀다. 손흥민은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으나 데이 골키퍼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토트넘이 시도한 공격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토트넘 공격이 불을 뿜었지만, 득점이 터지지 않았다. '설마 패할까'란 의구심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때 손흥민이 나섰다. 후반 37분, 코너킥 크로스가 낮고 빠르게 올라왔다. 손흥민은 자신을 마크하던 수비를 순식간에 따돌린 뒤 공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향했다. 뒷발로 크로스를 돌렸고, 이것이 문전 앞에 있던 케인에게 향했다.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할 수가 없는 예술적인 패스였다.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역전골을 노렸다. 케인이 멋진 볼 트래핑에 이은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수에 막혔다. 손흥민이 내주고 케인이 올린 크로스가 알리를 향했지만, 데이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결국 '1-1 무승부', 홈에서 재경기를 치르게 됐지만 웃을 수 없는 한판 대결이었다.

'일취월장' 하는 축구 도사 손흥민

'1골 1도움' 손흥민 활약 토트넘, 에버턴에 4-0 대승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7번)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6분 에버턴의 문 안으로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집어넣고 있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에버턴에 4-0 대승을 거두었다.

▲ '1골 1도움' 손흥민 활약 토트넘, 에버턴에 4-0 대승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7번)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6분 에버턴의 문 안으로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집어넣고 있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에버턴에 4-0 대승을 거두었다. ⓒ EPA/연합뉴스


토트넘은 손흥민 투입 전과 후의 경기력이 확연하게 갈렸다. 투입 전에는 너무나도 답답했다. 2선에서 경기를 풀어줘야 했던 시소코의 탓이 컸다. 그는 여전히 '무색무취'였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상당히 많은 기회를 받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타고난 신체조건을 앞세운 몸싸움과 발만 빠를 뿐, 볼 터치와 패스, 슈팅 등 아쉬움이 너무나도 많다.

손흥민은 달랐다. 날카로운 패스로 풀백의 공격력을 끌어올렸고, 적극적인 문전 침투로 케인에 쏠린 수비 시선을 빼앗아왔다. 완전히 내려선 수비를 상대로 무리한 드리블보단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만들었다. 0-1로 뒤진 상황이었지만,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손흥민은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세트피스 시 공격 가담이 없었다. 보통 흘러나오는 볼을 처리하거나 수비로 내려와 상대 역습을 견제했다. 공중볼에 약점이 있는 만큼, 득점을 노리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브라이튼과 경기부터 바뀌었다. 손흥민이 EPL로 건너온 이후 첫 헤딩골을 터뜨린 그 경기다.

손흥민의 공중볼 장악력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몸싸움과 헤더는 여전히 강하지 않다. 그러나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크로스 시점에 맞춰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일품이다. 수비수를 순식간에 따돌리고, 편안한 슈팅 기회를 포착한다. 손흥민이 크로스 낙하지점으로 달려들지 않았다면, 이날 케인의 동점골은 나올 수 없었다. 

손흥민은 강점인 슈팅력뿐 아니라 패스와 드리블, 특히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좋아졌단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다재다능한 축구 도사로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토트넘은 이제 맨유-리버풀-아스널-유벤투스로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에 돌입한다. 팀이 위기에 빠진 순간마다 해결사로 등장하는 손흥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뉴포트와 재경기에서도 확실한 승리가 필요하다면, 홈에서는 손흥민의 선발 출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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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뉴포트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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