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 만고의 진리다. 그래서 물은 흘러야 한다. 스스로 그리할 수 없다면 외부적인 도움(혹은 강제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폐지 위기에 몰렸던 SBS <런닝맨>은 절치부심 끝에 새로운 멤버 투입을 결정했다.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정체불명의 캐릭터 전소민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한편 기존의 멤버들과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내며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소민과 양세찬의 활약을 통해 <런닝맨>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며 극적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MBC <무한도전>도 비슷하다.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및 불만)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일고 있는 요즘, 김태호 PD를 비롯한 구성원은 쇄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하지만 재미의 편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떻게 매번 '빅재미'를 만들 수 있겠는가. 문제는 기준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쩌면 노홍철(2014년 11월)과 정형돈(2015년 8월)의 순차적인 이탈에 따른 상실감이 조금씩 쌓여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한도전>의 한 장면

<무한도전>의 한 장면 ⓒ MBC


캐릭터 쇼가 근간인 <무한도전>에서 핵심 멤버였던 노홍철과 정형돈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새 멤버로 황광희(2015년 4월)가 투입됐지만, 대선배들 사이에서 제 역량을 모두 발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2017년 3월, 황광희는 입대로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양세형(2016년 5월) 역시 자신만의 깐족 캐릭터를 뽐내며 고군분투했지만, <무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팎의 논란으로 위축된 티가 역력한 정준하, 노홍철·정형돈과의 관계 속에서 웃음을 만들던 하하의 부진, 체력적 한계가 뚜렷해진 박명수 등 기존 멤버들의 부진도 있었다. 여기에 <무한도전>이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그렇게 침체는 장기간 이어졌다.

조세호의 투입은 분위기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무한도전>이 가장 이상적으로 팀을 운용할 수 있는 6인 체제를 위해라도 그랬다. '프로봇짐러'로 소개된 조세호는 그동안 <무한도전>이 필요로 할 때마다 흔쾌히 출연했고, 매번 안정적인 타율을 보여줬다. 이런 경험들은 조세호에 대한 계산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또, <무한도전>은 멤버들 간의 팀워크가 중요한데, 기존 멤버들과 친분이 두터운 조세호는 팀 분위기에 쉽사리 녹아들 수 있었다.

 <무한도전>의 한 장면

<무한도전>의 한 장면 ⓒ MBC


지난 13일 방송된 '면접의 신' 특집은 조세호의 역량이 잘 드러났던 무대였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취업준비생이 돼 입사지원서 작성부터 면접시험까지 직접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해를 맞아 청년 실업 문제를 조명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기존 멤버들의 활약은 조금 부족했다. 유재석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어필하려 했으나 다소 평범했고 전형적이었다. 박명수는 "저는 죄송한데, 취업할 나이가 아니에요. 명퇴할 나이에요"라며 황당해하더니 '아무 말 대잔치'로 일관했다. 정준하와 하하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반면, 조세호와 양세형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기업 인사담당자였던 아버지와 마주 앉아 면접을 준비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매우 열성적으로 준비했다. 또, 실제 면접에서도 엉덩이를 들썩이며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당연히 성적도 좋았다. 재치 있고 번뜩이는 답변은 면접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실제 면접자들보다도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칭찬을 듣는 건 당연했다. 젊은 피를 수혈한 효과가 확실히 드러난 순간이었고, 김태호 PD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조세호의 합류로 김태호 PD가 강조했던 '6인 체제'가 완성됐다. 비로소 최소한의 안정감을 되찾은 <무한도전>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특집으로 시청자들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조세호의 활약은 노쇠한 <무한도전>를 깨우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비록 불가능한 도전이라 하더라도 포기를 모른 채 거침없이 부딪쳐 나가던 <무한도전>만의 감수성을 되살리는 좋은 기폭제가 되리라 기대한다. 조세호의 절실함이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조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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