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정재성 감독이 10일 인천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을 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정재성 감독이 10일 인천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을 하고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배드민턴 남자복식을 대표하던 정재성(36·삼성전기 감독)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 참여했다.

정재성은 10일 인천 연수구 코스트코 사거리 인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 참여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경기에서 '환상의 짝꿍' 이용대(30)와 함께 조를 이뤄 동메달을 차지했던 그는 은퇴 후 소속팀에서 후배 양성에 한창이었다.

정재성은 성화봉송 전 기자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선수로서만 올림픽을 참여해 봤는데 지도자라는 다른 신분으로 참여하게 돼 감회가 새롭고 무척 떨린다"며 웃었다.

"올림픽 시상식, 전 세계인들의 환호성 듣고 소름"

정재성은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했다. 첫 올림픽이었던 베이징은 1회전 탈락으로 쓰라린 아픔만 남았다. 그러나 런던은 오히려 편안했다. 물론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준결승에서 덴마크 조에 패해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깨달음을 얻었기에 감사함이 컸다.

"베이징 때는 노력도 많이 했지만 금메달에 대한 압박이 정말 심했습니다. 게다가 군 문제도 걸려 있었기에 압박감이 더욱 컸죠. 그런데 런던 때는 더 편안했어요. 그때는 이미 군 문제도 해결했었고 게임도 굉장히 편안하게 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메달이 간절했지만 금메달이 전부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선수생활을 23년 정도를 했는데 동메달을 받으니 '이거 하나 따기 위해 그렇게 고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모님께 정말 감사했고 제게 믿음을 주신 팀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했습니다. 시상대에 선 순간 전 세계인들이 나에게 환호를 보내는 것 같아 정말 소름이 돋았네요."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느덧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정 감독은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선수촌의 모든 선수들이 훈련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면서, 시합에 임하기 전 자신의 팁도 함께 알려줬다.

"현 시점에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부상관리와 자기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고 늘 하던 것처럼 임했으면 합니다. 긴장감은 조금씩만 하되 시합에 임하기 전에 깊게 숨을 한번 내쉬고 들어가세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2012년 8월 5일, 런던올림픽 당시 배드민턴 남자복식 부문 동메달을 받고 시상대에 오른 이용대, 정재성 선수.

2012년 8월 5일, 런던올림픽 당시 배드민턴 남자복식 부문 동메달을 받고 시상대에 오른 이용대, 정재성 선수. ⓒ EPA/연합뉴스


배드민턴은 하계 올림픽 때마다 항상 메달 기대종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평소에는 올림픽 때의 인기에 비해 덜 조명받는 것이 현실이다. 정 감독은 선수 시절 반짝 인기에 그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놨다.

"우리나라는 1등과 금메달에만 많이 조명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여긴다고 많이 들었거든요. 또 메달을 딴다고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요. 물론 어릴 적 운동을 시작했을 때 당연히 1등과 금메달을 바라보고 시작하지 2, 3등을 목표로 하진 않잖아요. 그만큼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서 하는 만큼 결과에 상관 없이 많은 응원과 축하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에는 배드민턴, 아시안게임에 이어 도쿄까지

올해는 유독 스포츠 대회가 많다. 평창을 시작으로 6월에는 러시아 월드컵이 9월에는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현재 배드민턴계의 시선은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으로 향하고 있다. 정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할 대표 선수들이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나설 가능성이 많다며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남자단식에 손완호 선수는 안정적인 플레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자단식에는 탑클래스 성지현 선수가 있고요. 그날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봅니다. 여자복식에 신승찬-이소희 조가 굉장히 '핫한 팀'으로 꼽힙니다. 남자복식은 김원호/서승재 조가 있습니다. 김원호 선수는 단식에서 복식으로 전향한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인데 나이에 맞지 않게 차분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혼합복식에서는 서승재/김하나 선수가 있는데, 서승재 선수는 왼손잡이 선수이고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김하나 선수는 이미 올림픽을 한 번 경험해본 선수이기에 큰 경기에 강합니다."

배드민턴은 엘리트 체육뿐만 아니라 생활 체육에도 깊게 자리매김한 대표 종목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간판 이용대가 2016 리우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인기가 다소 사그러 들었다. 이후 배드민턴 계는 새로운 간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지만, 간혹 야구나 축구와 같은 종목에 밀려 대회 중계가 방송되지 못할 때는 원성을 듣기도 한다. 정 감독은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부탁했다.

"지금 배드민턴 협회에서도 굉장히 잘해주고 계십니다. 배드민턴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용대 선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분명히 있거든요. 하지만 지도자로서 이용대 선수에 버금가는 선수를 발굴해 내고 싶습니다. 저 또한 선수로서 뛰었던 경험을 살려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선수들은 매 순간 당당하게 임했으면 합니다, 졌다고 힘들어 하거나 고개 숙이지 말고 기회는 오니깐요."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정재성 감독(오른쪽)이 10일 인천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을 마친 후, 후배 김하나(왼쪽)에게 전달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정재성 감독(오른쪽)이 10일 인천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을 마친 후, 후배 김하나(왼쪽)에게 전달하고 있다. ⓒ 박영진


끝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동계종목 선수들과 국민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았다.

"평창에 출전하실 모든 선수들이 노력 해온 결과를 꼭 좋은 결과물로 보상 받으셨으면 합니다. 메달을 획득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힘들어 하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성원과 관심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선수들은 이 올림픽 메달 하나를 보고 오랜 기간 달려 왔거든요. 함께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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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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