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년간 유럽축구계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이룬 클럽을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다.

리그 9위로 2007~2008 시즌을 마무리했던 맨시티는 10년이 지난 현재 리그 22경기 무패행진(20승 2무)을 달리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10년 전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에 올랐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현재 맨시티에 밀려 2위를 달리고 있는데 승점 차가 무려 15점이나 된다. 10년이면 강산뿐 아니라 축구팀의 운명도 바뀌는 법이다.

'복병', '다크호스'라는 수식을 달고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을 전전했던 맨시티는 2008년 9월 '억만장자' 셰이크 만수르(아랍에미리트)를 구단주로 맞이하면서부터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5월 13일,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2-1 승리한 맨시티. 데 브라이너, 다비드 실바 등의 선수가 동료의 득점을 축하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13일,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2-1 승리한 맨시티. 데 브라이너, 다비드 실바 등의 선수가 동료의 득점을 축하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수십조 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던 만수르는 구단 인수와 동시에 천문학적인 돈다발(약 6000억)을 풀며 호비뉴(브라질), 카를로스 테베즈(아르헨티나) 등 수 많은 축구스타들을 영입해 전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투자액이 곧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스타급 선수들로 구성된 맨시티는 조직력 균열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냈고, 몇몇 스타 선수들은 온갖 구설수만 뿌리고 다니며 팀에 깊은 멍에를 안기기도 했다.

과거 영국 언론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돈 낭비 구단'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던 맨시티는 2011~2012 시즌에 들어서야 짜임새 있는 축구를 펼치며 프리미어리그 판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EPL 강호로 거듭난 맨체스터 시티, 변화 중심엔 '다비드 실바'

변화의 중심엔 '스페인에서 온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가 있었다. 발렌시아CF를 거쳐 2010년 여름 맨시티에 입성한 그는 입단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거칠고 빠른 리그 스타일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뛰어난 내공으로 무장한 실바가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실바는 두 번째 시즌이던 2011~2012시즌 6골 15도움(리그 도움왕)을 기록하며 맨시티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탁월한 왼발 패싱 능력은 물론이고 요가로 다져진 유연한 몸놀림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맨시티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실바는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올 시즌까지 리그 295경기에 출전해 51골을 기록하며 6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실바는 올 시즌에도 능수능란한 경기력으로 맨시티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다. 31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수를 오가며 엄청난 체력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앙에서 안정적인 공수 조율 능력을 펼치며 동료 선수 데 브라이너와 자네가 마음껏 공격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실바를 앞세운 맨시티는 올 시즌 리그 뿐 아니라 구단 사상 첫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도전한다. 물론 실바를 축으로 한 맨시티의 중원은 챔스 우승 후보팀인 레알 마드리드(토니 크루스-루카 모드리치)와 FC바르셀로나(이니에스타-이반 라키티치), 바이에른 뮌헨(하비 마르티네스-토마스 뮐러)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이기도 한 실바는 필리핀이 배출한 '전설적인 복서' 매니 파퀴아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풍기는 인상부터 플레이 스타일까지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도 필리핀계 어머니와 스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실바의 빠르고 절묘한 쇼트 패스는 빠른 잽 공격으로 8체급의 타이틀을 석권했던 파퀴아오의 플레이 스타일를 떠올리게 한다.

2017~2018 시즌 거침없는 질주로 유럽 무대를 제대로 흔들고 있는 맨시티. '축구도사' 실바가 중원을 단단히 받쳐주고 있기에 그들의 2018년은 어느 때보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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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축구 프리미어리그 다비드 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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