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김수진 앵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김수진 앵커. ⓒ MBC


"달라지려는 노력의 하나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바꾸겠습니다."

박성제 MBC 취재센터장은 지난달 29일 밤 이렇게 다짐했다. 그러면서 박 센터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김종희 제천소방서 소방경의 반론 인터뷰를 게재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정정보도'나 '사과 방송'과는 거리가 멀었고, <뉴스데스크>의 안일하고 어정쩡한 보도에 비판하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자 박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한 비판 글을 다시 게재하면서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짧게 해명했다.

이튿날인 31일 다시 재차 "오늘 저녁에 바로 잡겠습니다"라고 공지했다. 그리고, 31일 <뉴스데스크>는 뉴스 중간 김수진 앵커가 직접 사과방송에 나섰다. "늦었지만 이번 보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소방관 여러분과 시청자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는 내용과 함께 '오보'를 인정한 것이다. 김수진 앵커가 전한 <뉴스데스크>의 '사과문'은 이랬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26일 제천 화재현장 CCTV 영상을 보도하면서 가스 마스크를 쓴 소방대원들이 직접 구조에 나서지 않았고 다른 대원은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걸어다녔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가스 마스크를 쓴 대원들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이었기 때문에 인명구조나 화재진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무전기를 든 대원은 소방서 규칙상 화재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뛰어다니면 안 되는 현장지휘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저희 MBC는 현장 대원들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취재하지 않은 채 CCTV 영상만으로 구성한 이같은 보도로 소방관들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저희는 29일 뉴스에서 현장지휘관의 반론을 전해 드렸습니다. 이후에 저희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늦었지만 이번 보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소방관 여러분과 시청자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MBC 뉴스 정말 비겁합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항상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자부하는 소방이었는데, 제가 현장 지휘관의 입장에서 더 이상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희들이 현장에서 절대 뛰어다니면 안 됩니다. 그게 매뉴얼이고 구조대원의 부상방지를 위해 항상 현장에서 걸어다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뉴스 멘트에는 대원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투로 보도가 됐고,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지난달 29일 <뉴스데스크>와 인터뷰한 김종희 제천소방서 소방경의 반론은 이랬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는 일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손정은 앵커는 "많은 분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거기에 응답하는 차원으로 당사자 의견을 전해드립니다"라는 꽤나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정정이나 사과가 아닌 '반론권의 수용과 보장'을 강조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하지만, 방송 직후 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26일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모르면 방송하지마라", "제발 알고들 방송 해라"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맹비난을 쏟아냈던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의 직영 수익 사업을 총괄하는 기구라고 알려진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29일 반론 인터뷰에 대해서도 <뉴스데스크> 방송 직후 아래와 같이 강하게 비판했다.

"MBC 뉴스 정말 비겁합니다. 소방관 관련 보도 잘못에 대한 사과인지 정정인지 해명인지가 불분명 했습니다. 사과 또는 정정 보도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비겁하고 비열한 방식으로 어정쩡한 멘트와 인터뷰로 일관했습니다. MBC가 소방관을 또 재차 이용하고 모욕했다고 보여집니다.

이건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제천 화재 참사 종합 조사 끝나면 다시는 국민을 기만하고 소방관을 기만한 이런 중차대한 오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중재위원회 회부 및 소방관 명예훼손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오보와 정정, 그리고 사과 사이

 2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2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지난달 26일은 <뉴스데스크>가 박성호, 손정은 앵커 체제로 새 출발을 천명한 날이다.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전무후무한 MBC 뉴스의 지난 과오에 대한 사과가 나왔고, 이틀 간 세세한 '반성리포트'도 내보냈다. 그러나, 사실상 '새' <뉴스데스크>는 첫날부터 오보를 낸 셈이다.

이후 어정쩡한 '반론'까지 보장했으나 비난은 더 거세졌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러한 비판을 <뉴스데스크> 보도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성제 센터장이 숙지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지한 뒤, 31일 실제 뉴스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데스크>의 26일 보도는, 과한 의욕이 낳은 '해프닝'이라 보기엔 사안이 심각하다. 그 정도 '기본 취재'도 되지 않은 사안을 두고 소방 당국을 비판한 것은 MBC 뉴스와 <뉴스데스크>의 정상화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심각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시기에 상관없이 반성해야 할 것 많습니다. 폭넓은 목소리를 듣고 반영했는가, 시청자 이해를 돕도록 친절하게 설명했는가. 비판적으로 문제 제기하면서 질문했는가, 이 모든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박성호 앵커)

지난달 27일 박성호 앵커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불편부당한 공영방송 뉴스는 여전히 도달하지 못한 목표"라며 <뉴스데스크>의 '사과'와 '반성'의 진정성을 우회적으로 호소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새 출발 첫날부터 오보를 낸 셈이 됐다. 주목할 것은 그러한 실수에 대한 대응이다.

일주일 안에 '반론'을 포함해 '정정'과 '사과방송'을 내보낸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 같은 직접적인 사과를 향한 반응도 나쁘지 않다. 소셜미디어 상 분위기도 마찬가지요, 당장 포털에 달린 대다수 댓글은 사과 자체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간 한국의 언론사와 방송사가 자신들의 (악의적인 논조를 포함한) '오보'에 대해 감추거나 언론중재위원회의 재소를 거친 뒤에야 짧게 소개한 것과 비교한다면, 이번 <뉴스데스크>의 사과는 진일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작은 실수였으나, 어쨌든 그 끝은 MBC 뉴스와 <뉴스데스크>의 기본 방향성을 보여준 결과랄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잊지 않겠습니다, 2017. 오늘은 기타를 만들던 회사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해고된 지 10년 된 콜트콜텍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31일 <뉴스데스크>는 "다음 달 12일이면 해고 4천일을 맞는" 기타 제조업체 콜트-콜텍사의 해고 노동자를 소개했다. 27일부터 시작한 '잊지 않겠습니다, 2017' 리포트 시리즈의 일환이었다. "해를 넘겨도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던 <뉴스데스크>는 27일과 28일 KTX 해고 승무원들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오늘을 취재했다.

29일은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희귀병과 산재 문제를, 30일은 스텔라 데이지 호의 실종자 가족을 만났다. 손정은 앵커가 "국민을 위한 방송,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위한 방송,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 그런 MBC로 거듭나겠습니다"라던 '새' <뉴스데스크>의 다짐을 이행하는 기획 연재 리포트인 셈이다.

'새' <뉴스데스크>는 26일 이후 지난 1주일 간 분명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반성과 자성은 충분했고, 논조도, 시선과 방향도 확연히 달라졌다. 시청자들도 이에 화답하는 중이다. 26일 3.9%로 출발한 시청률(닐슨 코리아 기준)은 30일 4.7%를 찍더니, 31일 5.1%를 기록하며 5%대를 넘겼다. 동시간대 방영한 SBS <8시뉴스>는 7.0%, 종편인 JTBC <뉴스룸>은 3.552% 였다.

그래서 이번 '사과방송'은 주목할 만 하다. 이번 제천 화재현장 CCTV 영상 보도와 그 이후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해프닝이나 실수 차원에서 끝날 수 없다. 비록 6일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31일의 사과 방송은 <뉴스데스크>가 천명한 "불편부당한 공영방송 뉴스"에 제대로 된 '반론'과 '정정', '사과방송'까지를 포함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읽을 대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26일 보도를 답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7'와 같은 연재 리포트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이란 모토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팩트' 조차 불분명한 메인뉴스를 "달라지겠다"는 '선의'로만 봐 줄 시청자는 이제 없지 않겠는가. 비록 공영방송의 뉴스들이 '신뢰도' 면에서도 바닥을 쳐왔다고 해도 말이다.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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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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