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픽쳐스


드웨인 존슨과 잭 블랙 주연의 영화 <쥬만지: 새로운 세계(jumanji: welcome to the jungle)>가 3일 개봉했다. 이 작품은 조 존스톤 감독이 연출한 1995년 작 <쥬만지>의 속편으로 오늘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던 22년 전의 그 영화를 돌아보고자 한다.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로빈 윌리엄스의 <쥬만지>는 우리가 즐기는 보드게임의 매력을 스펙타클하게 영화에 옮겨놓은 작품이다. 주사위를 통해 진행하는 많은 보드게임들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칸을 이동하고, 그 칸에 정해진 보상이나 벌칙을 받은 식이다. 반면 영화 속 쥬만지 게임에는 벌칙만 있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시작한 게임은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다.

영화에서 쥬만지 게임이 진행될 때마다 정글 속 세상이 현실로 튀어나온다. 박쥐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사자를 비롯한 맹수에서 식인 식물까지 정글 속 동식물들이 게임을 통해 나와 마을을 휩쓸고 다닌다. 게다가 폭풍우를 맞기도 하고 늪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는 즐기려고 시작한 게임을 목숨 걸고 끝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며 어드벤처 장르의 매력을 이색적으로 풀어낸다. 여기에 로빈 윌리엄스와 만들어 내는 코믹함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당시엔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 받았지만 지금 보면 조악한 수준이 된 특수효과(CG)만 눈감아 준다면 <쥬만지>는 다시 봐도 오락 영화로서 충분히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1969년식 세대 갈등 해법

비교적 단순하지만 영화 스토리에도 조금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은 1869년이지만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은 1969년이다. 동네 유복한 집안의 12살 소년 앨런은 아이들의 괴롭힘을 받은 소위 '왕따'다. 아버지는 앨런이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보듬기 보다는 사내답게 맞서라는 말만 할 뿐이다. 그런데 앨런과 아버지는 기숙학교 입학 문제로 결국 크게 싸우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집에 찾아온 친구 새라와 공사장에서 찾은 쥬만지 게임을 하다가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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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만한 건 1969년이란 설정이다. 1969년은 인류가 달에 첫발을 디딘 해이고 또 미국이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진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 내 반전 운동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미국 젊은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 정점에 올랐고 히피문화의 태동기로 봐도 된다. 영화 속 아버지는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자신들의 방식을 젊은 세대에 강요하던 당시의 기성세대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인물이다. 아버지에 반항하는 앨런은 기성세대에 저항하던 그 시대에 젊은 세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앨런이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그 둘은 결국 화해를 하지 못한 채 긴 생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26년이 흐른 뒤, 1995년 앨런의 집으로 이사 온 주디와 피터 남매에 의해 게임이 다시 시작되고 게임 속 정글에 갇혀 살던 앨런은 26년 만에 현실로 소환되며 영화가 진행된다. 쥬만지 게임을 통해 인간사냥꾼 밴 펠트도 현실 세계로 나오는데, 등장하자마자 "이 겁쟁아 사내답게 이리와" 라고 소리치며 앨런에게 총을 쏴대며 쫓아 다닌다. 재미난 건 그 인간사냥꾼을 연기한 건 바로 앨런의 아버지를 연기한 '조나단 하이드'로 그가 1인 2역을 한 것이다. 26년이 흘러 아버지의 모습을 한 인간사냥꾼과 생존게임을 펼치는 앨런의 모습은 26년이 흘러도 변한 게 없는 세대 간 갈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부모 자식 간 혹은 세대 간 갈등만을 그려 넣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에 대한 화해법도 그려넣고 있다. 영화에서 쥬만지 게임이 끝나고 1969년으로 돌아간 앨런은 다퉜던 아버지와 화해를 한다. 돌아간 과거에서 기숙학교 문제로 아버지가 앨런에게 "남자대 남자로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라고 말을 하는데, 앨런이 "아버지와 아들로서 어때요?"라고 말하고 아버지가 인자하게 웃으며 "그래"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깊다. 이 장면은 '세대 간 갈등에 대한 접근법도 이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아닌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로 접근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구시대적 사고에 갇힌 나이 든 사람들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한 부모 세대로, 젊은 세대는 버릇없는 애들이 아닌 미래를 이끌어 갈 자식 세대라고 말이다.

<쥬만지> 속에는 이젠 고인이 되어버린 로빈 윌리엄스 추억이 깃들어져 있으며, <토이스토리>와 <주토피아>등 최근엔 성우로 더 친숙한 '보니 헌트'의 조금은 젊은시절 모습과 어느덧 할리우드 톱배우로 성장한 커스틴 던스트의 아역시절을 보는 재미도 있다. 참고로 커스틴 던스트가 맡았던 주디 역은 스칼렛 요한슨도 오디션을 봤었다.

<쥬만지>는 세계적인 동화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1981년에 발표한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대표작인 '폴라익스프레스'와 '자투라' 또한 영화화 됐다. 1995년 당시 6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쥬만지>는 북미에서의 1억 달러를 포함해 전 세계 2억 6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는 1996년도에 개봉했고 당시 서울 관객 54만 명을 동원했다.

사실 영화의 제목 <쥬만지>는 외래어 표기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제목으로 '쥐라기 공원'을 잘못 표기했던 <쥬라기 공원>과 비슷한 사례로 '주만지'가 맞는 표현이다. 또 2017년도에 리마스터링 돼 출시된 블루레이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두 개의 삭제 신이 추가되어있으니 영화 마니아라면 챙겨보길 권장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속 장면

원작 소설에는 고모 노라가 피터와 주디의 전학 첫날부터 왜 교장 선생과 면담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집을 소개해줬던 부동산 중개인의 아들이 주디의 거짓말을 문제 삼아 불러냈고 피터가 그 아이와 싸웠기 때문이다.

인간사냥꾼 밴 펠트가 총포상에 갔을 때 그곳 주인이 "우편배달부세요?" 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여기엔 사연이 있는데 영화가 개봉할 무렵 우체국 직원들이 미친 듯이 떠돌며 자신들의 작업장을 총으로 쏴댄 뉴스 기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쥬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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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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