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동욱.

배우 김동욱이 영화 <신과 함께>로 돌아왔다. 김용화 감독과는 <국가대표>에 이어 다시 한 번 만났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 함께>에 출연하기까지 김동욱은 고민이 많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깊어진 눈빛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추측할 순 있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겪는 성장통을 그 역시 군 제대 후 여러 작품을 하면서도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던 차에 김용화 감독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다. 웹툰 원작인 <신과 함께>를 영화로 하려 하는데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저로선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가 캐스팅 당시를 전했다. 그렇게 김동욱이 맡은 수홍 캐릭터가 숨을 쉴 수 있었다.

감정을 끌고 간 저력

생명을 구하다 사고사 한 형 자홍(차태현)과 함께 수홍은 영화 <신과 함께>의 감정선을 책임지는 캐릭터다. 장애를 앓고 있는 홀어머니를 두고 군대에 입대했다가 관심병사(도경수)의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억울하게 죽은 수홍은 극의 중후반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신파적 요소로, 실력 있는 배우가 아니라면 자칫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는 지점이었다. 감독은 <국가대표>에 이어 다시 한 번 김동욱을 호출했다.

"개인적으로 감독님은 제게 영화 작업이란 걸 계속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분이다. 전화 주셨을 땐 어떤 역할이든 기다리겠다고 말씀드렸지. 그때까지 <신과 함께>라는 웹툰은 본 상태였고 영화화 된다는 걸 먼 나라 이야기처럼 알고 있던 상태였다. 이후 대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큰 역할을 주셨더라. 

수홍 역할이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지. 워낙 대작이고 쟁쟁한 선배님, 게다가 수홍의 역할 또한 중요했으니까. (흥행 중이라) 지금 너무 다행이다 싶다. 찍으면서는 정말 끝날 때까지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머니에게) 수화하면서 대사도 해야 했고 감정도 동시에 표현해야 했기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화선생님을 모시고 연습을 반복했다."

부담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묻자 김동욱은 "촬영 일주일 전부터는 그 장면을 찍는 꿈을 반복해서 꿨다"고 답했다. 중요한 촬영을 앞두고 배우들이 흔히 겪는 현상이다. 그는 "뮤지컬 할 때도 같은 장면에서 계속 틀리는 꿈을 꾸던가 목소리가 안 나오는 꿈을 꿀 때가 있다"며 "그만큼 부담이 심했고 철저하게 준비하려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많은 분들이 제 장면에 칭찬해주셨는데 사실 태현 형과 선배님들이 쌓아놓은 게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전 그 분들의 덕을 본 것이지. 어머님과 형에 대한 연기는 특별히 제 개인사를 끌어 오기 보단 그냥 엄마 역을 하신 예수정 선배 모습만 봐도 몰입이 된다. 워낙 대단하신 선배라 온전하게 보고만 있어도 감정이 잡혔던 것 같다."

김동욱 본인 역시 "무뚝뚝하고 표현 못하는 아들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전화도 자주 드리려 하고 있다"며 "동생이 효녀고 전 그냥 묻어가는 편"이었다는 반성 아닌 반성또한 했다. <신과 함께>에 출연한 뜻밖의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린 매트의 추억

 영화 <신과 함께> 의 한 장면.

영화에서 수홍(김동욱)은 후임의 실수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이에 원귀가 된다. 이로인해 먼저 저승 재판을 받는 형 자홍(차태현)이 숱한 위기를 겪는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람을 울리는 교훈적인 신파성이 강하지만 동시에 <신과 함께>는 불모지였던 국내 SF 영화 장르의 현 주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의의도 갖고 있다. 김동욱 역시 "개인적으로 SF 판타지 장르의 시작점을 함께 한 것 같아 기뻤다"고 운을 뗐다. 

"여러 영화들이 있긴 했지만 온전하게 SF 판타지만를 전면에 내세우긴 힘들잖나. 할리우드에서도 내세우기 쉽지 않은데 그런 작품에 출연했다는 게 제 입장에선 행운이지. 정말 그린 매트(특수효과를 입히기 위한 초록색 매트) 연기를 원 없이 해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도 놀랐다. '어디까지가 세트였고 맨 바닥이었지?' 하고.

촬영 때 당황하면 안 되니까 프리비주얼(실제 CG가 대략적으로나마 구현된 모습을 미리 만들어 놓은 영상)을 항상 보면서 이전 장면과 다음 장면을 머릿속에 담아갔다. 매트 위에서 혼자 연기할지라도 내 장면이 어떤 장면에 이어지는지 알아야 연기할 수 있으니까. 감독님께도 많이 물어봤다. 지금 찍는 장면이 어떻게 나오는 지 등.

아무래도 1부 마지막 장면이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은 이후 개봉하는 2부에 다 몰려 있다(웃음)." 

덕분에 그린매트 연기는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물에 출연한 배우들과 견줘도 손색 없을 경험치를 쌓게 됐다. 그리고 동시에 김동욱 개인에겐 전환점인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그가 말했다.

"촬영 초반엔 감독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커서 편하게 즐기면서 촬영하진 못했다. 이걸 깨게 해준 게 하정우(극 중 차사 강림으로 등장) 형이다. <국가대표> 때 이미 형의 면모를 봤기에 걱정 없었는데 정말 그 형은 어떤 연기도 잘 받아준다. 어느새 현장이 즐겁고 예전 같은 에너지가 생기더라.

배우라면 언제든 고민의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업 앤 다운이 있는 것이지. 작품이 성공하고 사랑받는다고 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계속 성장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예민해지고 고민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고 또 해결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지. 좋은 작품으로 고민이 해결되기도 하고, 귀인을 만나서 해결되기도 하더라(웃음). 제 입장에선 감독님이 귀인이다."

장거리 달리기


 배우 김동욱.

ⓒ 롯데엔터테인먼트


2015년 군 제대 후 택한 영화 <쓰리 썸머 나잇> 당시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20대를 "쉼 없이 달렸고, 치열하게 버텼던 때"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해도 쉬지 않고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로 꾹꾹 필모를 채워온 그다. 제대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였지만 그 사이사이 그는 드라마 <라이더스 : 내일을 잡아라>,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제대 후에도 작품 활동은 꾸준히 했다. 다만 대중적으로 선택받지 않은 작품을 한 거지.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3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배우로서 젊은 나이다. 도전에 두려워 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선 어떤 작품이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 

다만 작품을 선택하고 임하고 마무리하는 것에는 좀 더 책임감이 생기고 신중함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20대엔 그 나름의 무모함과 에너지가 있었다면 이젠 좀 더 신중함이 생긴다. <신과 함께> 덕분에 연말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 영화 안 했으면 집에 또 혼자 있었겠지(웃음). 2018년은 다시 한 번 쉬지 않고 달리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2018년을 마무리 할쯤 '열심히 쉼 없이 달리다 보니 벌써 한 해가 다 갔네요'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김동욱 신과 함께 하정우 김용화 국가대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