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포스터 <원더> 포스터

▲ <원더> 포스터 <원더>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우리가 낯선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두려움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그런 두려움을 느끼는 사실에 삿대질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원더>는 안면기형장애를 가진 특별한 소년 어기의 이야기다. 집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상상하며 살던 아이가 학교라는 커다란 우주에 발을 뻗고 편견에 맞서는 성장영화인 동시에, 어기를 통해 주변 사람들 또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와 친절을 행하는 변화의 이야기이다.

<원더> 스틸컷 어기는 자신의 방에서 자신만의 우주에서 유영한다.

▲ <원더> 스틸컷 어기는 자신의 방에서 자신만의 우주에서 유영한다. ⓒ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속의 어기와 주변 사람들에겐 악한 감정이란 게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있다면 사랑받고 싶은 이들의 뒤틀린 행동들이 전부다. 몇몇 아이들은 관심을 받기 위해 어기를 괴롭힌다. 얼굴이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럼에도 어기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친다. 사람들은 그런 어기에게 친절하게 손을 내밀고 말을 건다.

주인공인 어기는 안면기형장애로 27번의 수술을 받았다. 우리는 힘겨운 시간을 보낸 어기를 다소 의기소침한 아이처럼 생각했겠지만 그는 평범한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과학을 잘 하고, 보바펫을 좋아하는 스타워즈 광팬이며, 우주비행사가 되길 바라는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다. 그런 어기의 상상력은 자신의 방에 갇혀 있다. 얼굴을 가리는 헬멧을 눌러 쓴 채로 침대 위에서 점프를 한다. 즉 이건 자신만의 우주에서 표류하는 우주비행사 어기가 학교에 다니는 다른 사람들의 친절을 만나 원래의 세상으로 귀환하는 영화다. 그런 점에서 <원더>의 이야기는 최근에 개봉했던 <마션>과 닮아있다.

<원더>는 자칫하면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는 전형적인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었다. 충분히 관객들을 울게 만들 수 있었고, 익숙한 감성으로 눈물을 쥐어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기가 겪는 따돌림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단선적인 흐름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감정에도 카메라를 들이댄다. 어기는 새로운 사회에 들어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변화한다. 그러나 이는 어기만의 변화가 아니다. 주변 사람들 또한 어기를 통해 변화한다. 어기의 누나 비아, 어기의 새 친구 잭 윌, 비아의 친구 미란다 등 많은 사람들이 어기의 변화를 통해 자신들 또한 변화의 두려움을 극복한다. 영화는 이런 기적 같은 변화가 어기만의 노력이 아닌, 그의 주변을 도는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만들어간다고 말한다.

<원더> 스틸컷 자신과 다른 외모를 가진, 조금은 낯선 아이 어기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소녀 썸머.

▲ <원더> 스틸컷 자신과 다른 외모를 가진, 조금은 낯선 아이 어기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소녀 썸머. ⓒ 그린나래미디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면 된다'는 대사처럼, 카메라는 어기와 사람들에게 그 어떤 사술을 부리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는데 집중한다. 그 중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친절을 택하라'는 학교 선생님의 말은 단연 돋보인다. 친절함이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에서부터 나온다. 어기의 주변 사람들이 친절을 행하는 것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노력의 산물이다. 비록 변화하지 못한 이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는 않는다. 이들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이다.

어기는 학교를 등교하다가 스타워즈의 츄바카가 학교의 문을 열어주는 상상을 한다. 츄바카는 어기와 동일시된다. 남들과 다르게 생겼지만 영리하고 사랑받는 존재 말이다. 상상력으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던 이 아이는 결말에 이르러 츄바카에게 박수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다.

이 뭉클한 엔딩은 변화를 가져다준 어기뿐만 아니라 그에게 친절이라는 용기를 내어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리고 이 영화를 본 후 친절의 씨앗을 품고 현실로 돌아갈 관객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인사이자 작은 부탁일지도 모르겠다. 데이빗 보위의 노래 'Space Oddity'의 괴짜 우주비행사에게, 우주에 홀로 표류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친절을 가져달라는 작은 부탁 말이다. 한없이 선한 이야기에 다소 현실감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혐오와 차별이 만행하는 요즘 세상에 <원더>는 제목처럼 관객들에게 기적을 가져다 줄 따스한 친절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원더> 스틸컷 이들의 박수는 주인공 어기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격려다.

▲ <원더> 스틸컷 이들의 박수는 주인공 어기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격려다. ⓒ 그린나래미디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건의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원더 리뷰 에리얼의영화수납장 쁘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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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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