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문으로 향하는 김신욱의 헤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김신욱이 전반 동점 헤더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골문으로 향하는 김신욱의 헤더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김신욱이 전반 동점 헤더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장신공격수' 김신욱(전북)은 현역 K리그 최고의 토종 공격수 중 한 명이다. 197cm의 장신에 탄탄한 체격과 슈팅 능력까지 갖추며 해외무대에서도 흔치않은 희소성을 갖춘 공격 자원이다. 하지만 국대 경기 위주의 축구팬 사이에서는 '국내용'으로 유독 평가절하가 심했다. 동아시안컵 전까지 김신욱의 A매치 성적은 38경기 출전에 3골. 그나마 마지막 A매치 득점은 2014년이었다.

국가대표 경력이 7년이 넘는데도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은 45분도 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9경기나 뛰었지만 나름의 기여도에도 정작 득점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주로 경기 후반 짧은 시간 투입되어 공중볼을 따내는 '헤딩 노예'로만 기용되던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건만 돌아오는 평가는 "영원한 플랜B", "헤딩 말고 잘하는게 뭐냐?", "김신욱 때문에 한국축구가 뻥축구로 회귀한다" 등 선입견 일색이었다.

동아시안컵은 김신욱에게 '재발견의 무대'였다. 김신욱은 3경기(선발 2경기)에 모두 출장하여 3골 1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한국축구의 동아시안컵 2회 연속 우승을 견인하며 득점왕에도 올랐다. 자신이 7년간 A매치에서 기록했던 총득점과 맞먹는 기록을 이번 대회에서만 몰아쳤다. 특히 4-1로 완승을 거둔 일본과의 도쿄대첩에서는 자신의 A매치 생애 첫 멀티골을 작렬하며 '인생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단순히 기록만 좋았던 것이 아니다. 김신욱은 장기인 크로스에 이은 헤딩은 물론이고 발로도 두 골을 기록했다. 중국전 전반 이재성의 역전골도 김신욱의 공중볼 경합에 이은 패스 연결에서 비롯됐다. 발재간과 위치선정,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까지 크게 나무랄데 없었다.

김신욱의 달라진 활약은 신태용 감독의 신뢰에서 비롯됐다. 신 감독은 그동안 후반 조커용으로 한정된 역할만을 부여받던 김신욱을 동아시안컵에서는 주전 공격수이자 최전방의 핵으로 중용했다. 김신욱은 전술에 따라 원톱은 물론이고 투톱까지 소화했고 선발과 교체로도 다양하게 활용됐다.

동아시안컵 공격수 활용, 김신욱 단점 보완하며 위력 '극대화'

여기에 크로스 능력이 좋은 김민우, 염기훈, 김진수와 공간침투가 빼어난 이재성-이근호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느린 기동력과 활동량 같은 김신욱의 단점을 보완하고 위력은 극대화했다. 대표팀의 메인 전술인 4-4-2에서 김신욱이 주전으로 투입되었을 때도 경기 템포가 느려지거나 단순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유기적인 플레이가 펼쳐졌다는 증거다. 역대 대표팀 사령탑들이 찾지 못했던 '김신욱 사용설명서'를 두고 그나마 모범답안에 가장 가까운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 성과였다.

신태용 감독은 2018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최종엔트리의 윤곽을 서서히 갖춰나가고 있다. 어느덧 신태용호의 메인으로 자리매김한 4-4-2 전술에서 공격의 핵심이자 투톱의 한 자리는 이미 손흥민(토트넘)이 예약한 상황이다. 대표팀 내 최고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손흥민은 소속팀에서도 올시즌 벌써 8골을 넣는 등 쾌조의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 4호골' 터뜨리는 손흥민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오른쪽)이 골을 넣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 '시즌 4호골' 터뜨리는 손흥민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오른쪽)이 골을 넣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 EPA/연합뉴스


하지만 이미 해외에서도 유명한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은 상대국에서도 이미 한국의 간판스타로 인정받을 만큼 철저한 경계대상이 된 지 오래다. 대표팀은 그간 손흥민이 막히면 팀 전체의 공격력이 같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노출했다. 또한 손흥민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원톱으로 기용하기에는 집중수비에 고립되기 쉽고, 투톱으로 기용했을 때는 좋은 파트너가 있어야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술적인 고민이 따른다.

지난 11월 평가전에는 활동량과 침투능력이 좋은 이근호가 손흥민의 이상적인 파트너로서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이근호 역시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포스트플레이와 제공권이 좋은 김신욱은 이근호와는 또다른 장점으로 손흥민과 공존할 수 있는 카드다. 김신욱이 높이에서 상대 수비를 괴롭히고 손흥민이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뒷공간을 파고는 침투능력을 발휘하는 '빅 앤 스몰' 조합은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카드다.

황희찬-석현준-진성욱 등 승선 가능한 카드 늘어나

여기에 아직 대표팀에 본격적으로 합류하지 않은 공격자원들도 대기하고 있다.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황희찬(잘츠부르크)와 석현준(트루아)은 언제든 신태용호에 승선할 만한 공격수들로 평가된다. 부상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황희찬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상대 수비들의 견제를 이겨낼 수 있는 개인기와 골 결정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신태용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공격수 중 한명이다.

석현준은 신태용호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승선한 경험이 없으나 프랑스 리그에 임대 이적한 후 쾌조의 골 감각을 유지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팀에서 김신욱 다음가는 장신에 다양한 국제무대 경험과 대포알 같은 슈팅능력까지 갖췄다는 장점을 감안할 때, 한 번쯤은 점검해볼 가치가 있는 카드다.

국내파 선수들에 대한 점검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북한전에서 선발로 출장하여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의 결승 자책골을 끌어내는 데 기여했던 진성욱은 좀더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 포지션 파괴를 즐기는 신감독의 성향을 감안할 때 내년 전지훈련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정통 공격수가 아니라도 새로운 제3의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11월 손흥민, 12월에 김신욱이라는 공격 옵션을 발굴해낸 신태용 감독은 내년 월드컵에 나설 한국대표팀의 창을 하나씩 다듬어나가고 있다. 한국축구가 내놓을 수 있는 무기가 다양해질수록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헤딩슛 시도하는 진성욱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한국의 진성욱이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헤딩슛 시도하는 진성욱 지난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한국의 진성욱이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손흥민 김신욱 축구대표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