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한국과 북한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

이날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한국 대표 선수들의 표정엔 씁쓸함이 가득 묻어나왔다. 그럴 만도 했다. 1-0으로 패한 것은 물론이고, 경기력에서도 완패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패배' 11일 오후 일본 지바현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1 대 0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 '아쉬운 패배' 11일 오후 일본 지바현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1 대 0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1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 '3-2로 졌지만 잘 싸웠던' 여자축구는 북한과의 2차전에서는 '질만 한 경기'를 보여줬다. 한국 선수들의 기량과 투지 모두 북한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이날 북한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김윤미, 승향심 등 최전방 공격수를 내세운 전방위 압박은 '세계적인 명장' 위르겐 클롭(독일)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 창시한 '게겐 프레싱'을 연상케 했다. 

북한의 전방위 압박에 당황한 기색을 보인 한국은 한두 차례 볼을 돌리다 실수를 범하는 아쉬운 장면들을 연출했다.

지난 시즌까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 장슬기(현대제철)와 이민아(고베아이낙)가 북한의 거친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분주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북한의 투지 넘치는 조직축구에 쉽게 손 쓸 수 없었다.

주도권을 내준 한국은 경기 시작 18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던 리향심의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김윤미가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든 것. A매치 112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이날 경기 내내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시도하지 못했다.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하고, 몸싸움에서도 밀린 터라 상대 진영으로 가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다. 결국 이날 경기장을 찾은 1514명의 관중들은 90분 내내 북한의 공격 전개만 원 없이 지켜봤다.

2010년 끝으로 성장세 주춤... '미래가 어둡다'

여자축구는 지난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와 17세 이하 월드컵(U-17)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녹록지 못한 환경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일궈내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대표팀을 이루고 있는 정설빈, 이영주, 장슬기, 김혜리(이상 현대제철), 이소담(스포츠토토), 강유미(KSPO), 이민아는 2010년 배출된 스타들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 눈에 띄는 유망 자원들을 찾기 힘들다. 이는 윤덕여 대표팀 감독조차도 인정한 부분이다. 물론 7년 전 스타들을 매번 기용하다 보니 대표팀의 경쟁력은 자연스레 떨어진다. 

이 공은 내 거야! 지난 11일 오후 일본 지바현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에서 유영아가 북한 리은영과 볼 경합을 하고 있다.

▲ 이 공은 내 거야! 지난 11일 오후 일본 지바현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에서 유영아가 북한 리은영과 볼 경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여자축구는 지난 2006년 U-20 월드컵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10년간 각종 연령별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지난해 U-20, U-17 여자 월드컵 우승팀 모두 북한이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체계적인 여자축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유럽 등지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유럽 클럽팀들과도 실전경험을 쌓으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유망주 발굴에 힘쓰고 있는 북한 여자 대표팀의 평균나이는 21세. 우리와의 맞대결에서 놀라운 기량을 선보인 에이스 위정심의 나이는 20세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 여자대표팀의 평균나이는 26세다.

한국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지난 10월 미국에서 2차례 A매치를 가졌다고 전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지난달 '환골탈태'를 선언한 축구협회 집행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자축구는 지난 2005년 8월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아컵(1-0)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과의 역대 전적은 19전 1승 3무 15패. 유망주 발굴에 대한 협회의 계획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준비 없이는 앞으로도 북한 여자축구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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