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이준형 ⓒ 박영진


'한국 남자피겨 맏형' 이준형(21·단국대)이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준형은 지난 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 챌린지 2차 대회에서 총점 230.48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1차 대회에서도 1위에 올랐던 이준형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우위를 점해 평창행을 놓고 경쟁하는 차준환(16·휘문고), 김진서(21·한국체대) 등과 격차를 더욱 벌렸다.

오랜기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한국 남자피겨의 명맥을 지켜온 이준형은 꿈의 무대인 올림픽까지 딱 한 걸음을 남겨놓게 됐다.

4회전 대신 택한 깔끔한 기술

이준형은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차준환과 김진서에 비해서는 기술 난이도가 떨어진다. 차준환의 경우 쿼드러플 토루프, 쿼드러플 살코를 실전에서 구사하고 있고, 김진서도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뛰고 있다.

그러나 이준형은 이번 대회에서 4회전 점프를 뛰지 않은 대신 트리플악셀 점프 중심의 기존 구성으로 연기를 수행했다. 이준형 역시 쿼드러플 플립 점프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았기에 실전에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점프로 실수를 최소화 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1위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준형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악셀 점프의 착지가 한 번씩 불안했지만 그 외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루프를 비롯한 트리플 점프는 대부분 매끄럽게 해냈다. 또 이준형은 이번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구성했다. 이준형은 평소 선이 고우면서 퍼포먼스와 연기력을 극대화를 하는 면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쇼트프로그램의 경우 웅장한 뮤지컬을 보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줬다면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역동적이면서도 다양하고 독창적인 팔동작과 날렵한 스텝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평창을 앞둔 이준형이 자신이 지닌 연기력을 모두 발산하기엔 최적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큰 족적, 또 한 걸음 내딛을까

이준형은 한국 남자피겨에 두 개의 큰 족적을 남겼다. 첫 번째는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 10월 독일에서 열렸던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5위에 올라 16년만에 올림픽 티켓을 획득한 것이다. 이준형의 선전으로 한국 남자피겨는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이후 다시 무대를 밟게 됐다.

두 번째는 한국 남자피겨 선수로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최초로 출전한 것이다. 이준형은 지난 2014-2015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두 개 대회에서 1,3위를 차지해 파이널 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파이널 대회에선 점프 난조를 보이며 최하위로 경기를 마쳤다. 다행히도 두 시즌 뒤(2016년) 차준환이 같은 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과 평창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것은 분명 한국 남자피겨 역사에 남을 큰 사건 가운데 하나다. 차준환이 올라오기 전까지 이준형은 김진서와 둘이 주고 받으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두 선수는 국내대회 우승을 번갈아 했고 세계선수권 대회에도 각각 두 번씩 출전했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지만, 이준형에게 지난 두 시즌은 악몽과도 같았다. 교통사고로 허리디스크가 생긴 탓에 점프를 비롯한 기술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그러다보니 4회전 점프 완성도 점점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 부상 탓도 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차준환의 존재는 이준형에게 새로운 자극과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힘든 두 시즌을 보내고 난 후 이준형은 확실히 달라졌다. 부상을 털고 일어났고, 프로그램을 연기할 때의 모습도 한층 살아났다.

이제 어느덧 평창까지는 딱 한 걸음이 남았다. 내년 1월에 열리는 3차 선발전에서 최종 주인공이 가려진다. 1위 이준형(1, 2차전 합계 459.12점)과 2위 차준환(431.58점)의 점수차는 27.54점이다. 이준형은 남은 한달 간 4회전 점프에 더욱 주력해 완성될 경우 3차 선발전에서 시도할 계획이다.

이미 큰 두 개의 족적을 남긴 이준형. 과연 세 번째 족적이 평창 동계올림픽이 될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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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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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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