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리그 챌린지 미디어데이 현장 사진. 이중에서 내년에도 같은 구단에서 함께하는 감독은 몇 없다.

올해 K리그 챌린지 미디어데이 현장 사진. 이중에서 내년에도 같은 구단에서 함께하는 감독은 몇 없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경기장에는 겨울 바람만이 스치고 있다. K리그 일정은 모두 마무리 되었고, 승격 팀과 강등 팀도 정해졌다. 시상식을 통해 한 해의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도 가졌다.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행사는 이뤄낸 자들의 몫일뿐이다. 찬바람의 방향은 K리그 챌린지의 지휘봉을 향해 매섭게 불고 있다.

올해 K리그 챌린지 10개 팀의 감독 중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감독은 경남 김종부 감독과 안산 이흥실 감독, 부천 정갑석 감독과 부산 이승엽 감독대행이 유일하다. 나머지 6개 팀은 모두 새로운 감독을 선임했거나 할 예정이다.

수원FC와 대전시티즌, FC안양은 각각 김대익, 고종수, 고정운 감독을 선임했고, 아산은 박동혁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내부 승격시켰다. 1년 만에 절반 이상의 팀이 지휘봉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장기계약을 맺고도 중도에 나온 감독들도 있다. 서울 이랜드의 김병수 감독은 올해 초 3년 계약을 체결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팀에 입히려고 노력해왔다. 시즌 최종전 이후 당시 대표이사였던 한만진 이사는 전폭적인 지원까지 예고했다. 그러나 한 달도 되지 않아 김병수 감독은 '자진사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경질되었다. 성남의 박경훈 감독도 2년 이라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나와야했다. 하위권으로 추락했던 팀을 준 플레이오프까지 끌어올리며 내년을 도모했지만 구단은 이별을 통보했다.

감독들의 수명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챌린지가 가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승격이 아니면 다른 성과는 인정받지 못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도,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갖추는 것도 결국 승격이란 결과물을 얻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구조적 문제만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각 구단들의 철학과 비전의 결여도 '1년살이' 감독들을 생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부임 1년 만에 대단한 성과를 냈던 감독들은 거의 손에 꼽는다. 보통 장기간 팀을 맡아온 감독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이미 입증된 바이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이나 아스날의 벵거 감독이 부진했다고 구단은 곧바로 자르지 않는다. 사실 자를 수 없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장기간 동안 감독이 팀에 쌓아온 스타일, 전술, 비전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닥에 깔려있는 기초 토대들이 감독에게나 선수에게나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에 비해, 챌린지에는 이런 토대들이 쌓인 팀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닥공축구'로 주목을 받았던 수원FC의 조덕제 감독은 플레이오프권에서 멀어지자 팀을 떠나게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매번 만들어내지 못하면 바로 부서진다. 

구단이 우승을 바라고 승격을 바라는 것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챌린지 구단들이 클래식을 욕심내는 것은 당연히 섭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너무 '단기간'에 '빨리' 그 성과를 원한다는 것이다. 챌린지에서 승격한 팀들은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적절한 투자도 필요 했다. 조금만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살펴보면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 수 있다. 성냥개비 몇 개를 주고는 하루 만에 거대 저택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꼴이다.

그런데도 일부 구단은 비상식적으로 빠른 결과물을 도출해내기를 바라고, 그 모든 짐을 감독에게만 씌우는 모양새다. 모든 감독들은 매 경기 준비를 하는데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붓는다. 팀을 위해 1년을 헌신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구단들은 이런 감독을 팀의 일원이 아니라 하나의 소모품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갈아 끼울 준비를 한다. 고장 난 자동차에 엔진 하나 바꾼다고 고쳐지지는 않는다. 인스턴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감독과 구단이 함께 롱런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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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홍진녕
K리그챌린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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