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훈련할까' 27일 오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어떻게 훈련할까' 지난 11월 27일 오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가 올해 마지막 국제대회인 동아시안컵 일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8일부터 펼쳐지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하여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통산 3회 우승으로 대회 최다우승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제외한 국내파, 아시아권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자칫 긴장감이 떨어지는 '2류 대회'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지만 역대 동아시안컵의 역사를 감안하면 그리 만만하게 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난 2005년 조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하고도 동아시안컵의 부진이 결정타가 되어 경질당했다. 2010년 허정무 감독도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동아시안컵에서 사상 첫 한중전 패배를 당하며 엄청난 비난 여론 때문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최정예멤버는 아니라지만 한국과 역사-문화적으로 특수한 배경을 안고 있는 중국·일본·북한 같은 라이벌팀들을 상대로 치르는 대회인 만큼, 결과를 무시하고 논하기는 힘들다.

성적 못지않게 실험이라는 의미도 적지 않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1월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A매치를 통하여 최정예멤버들의 윤곽과 공격전술의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아직 수비 조직력의 완성도와 국내파 선수들의 경쟁력은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다. 신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하여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플랜 B 혹은 C까지도 실험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신태용 감독은 수비진에서는 멤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고요한(FC서울), 권경원(텐진 콴잔), 김민우(수원 삼성), 장현수(FC도쿄), 최철순(전북 현대) 등은 이번 동아시안컵 명단에도 변함없이 승선했다. 아직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민재(전북현대)도 분위기 적응 차원에서 합류했다. 최근 경기력 저하와 심리적 부담으로 제외된 김영권(광저우)을 제외하면 사실상 현재 멤버가 월드컵에서도 신태용호의 베스트 수비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공격수나 미드필더와는 달리, 수비진에는 당장 대표팀에 기용할 만한 유럽파가 없다는 것도 이런 결정과 무관하지 않다. 박주호는 도르트문트에서 주전경쟁에 밀려 오랜 시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지난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이청용의 윙백 기용 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장현수나 권경원 같은 기존 수비수들의 능력에 회의적인 여론도 남아있지만 신 감독은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수비수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월드컵 본선까지 반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멤버들 위주로 수비 조직력과 전술적 완성도를 극대화하여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신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기존의 포백 외에 유럽 원정에서 실험했던 변형 스리백 전술을 다시 시도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 누가 자리 잡게 될까?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의 손흥민이 슛하고 있다.

지난 11월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의 손흥민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격진은 손흥민의 파트너 혹은 대체자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신태용 감독은 기존의 투톱을 쓰는 4-4-2 전술에서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좋은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기 위하여 활동량과 연계능력이 좋은 공격수를 파트너로 선호해왔다. 11월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파트너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근호는 이번 대표팀에는 미드필더로 분류됐다.

동아시안컵에서 신태용호의 공격수 후보는 이정협, 김신욱, 진성욱이다. 이정협은 K리그 FA컵 결승전에 참가하느라 대표팀 합류가 다소 늦어졌다. 김신욱은 196cm의 장신으로 제공권에 특화되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진성욱은 활동량과 스피드에서 기존의 이근호와 유사하지만 몸싸움에 능하여 중앙 공격수에 더 적합한 피지컬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약점은 세 선수 모두 골 결정력이다. 가장 A매치 경험이 많은 김신욱이 38경기에서 고작 3골에 그쳤다. 이정협도 19경기 5골을 기록했으나 슈틸리케호 시절 초반 이후로는 대표팀에 침묵한 지 오래됐다. 진성욱은 A대표팀 첫승선인 데다 K리그에서도 지난 시즌 5골에 그치며 득점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선수다.

이들의 잠재적인 경쟁자는 오히려 이번 대표팀에 불참한 유럽파 선수들이다. 황희찬과 석현준 등 유럽파 공격수들이 최근 소속팀에서 잇달아 득점포를 가동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선 자원인 구자철이나 이근호를 공격수로 기용했던 신태용 감독의 성향을 감안할 때 마땅한 국내파 공격수 자원이 없다면 또 다른 포지션 파괴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파 공격수들에게 이번 동아시안컵은 월드컵을 향한 사실상 마지막 테스트가 될 수도 있다.

부동의 플레이메이커이자 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이 없는 중원에도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서 중원 자원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김성준·이명주·이창민·정우영·주세종 등이 있다. 특히 서울 듀오였던 이명주와 주세종은 아산 무궁화 FC 입대를 미루고 이번 대표팀에 발탁되었을 만큼 반드시 확인해야할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신 감독이 선호하는 활동량과 패싱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기성용이 없을때의 중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수혈해줄 수 있는 자원들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 명단을 발표하던 순간부터 "목표는 우승"이라고 공공연하게 장담할 만큼 자신감을 드러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칫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대목이지만 신 감독은 이번에도 특유의 정면돌파로 승부를 걸었다. 오는 2018년 열릴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대회이기에 우승과 실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만 있다면 신태용호에게는 큰 자신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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