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한국의 구자철이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한국의 구자철이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수원에서 치러졌던 콜롬비아전을 마친 뒤 축구 국가대표팀은 울산으로 이동해 세르비아와 맞붙었다. 결과는 1:1로 승부를 내지 못했지만 콜롬비아전에서 보여주었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 번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글에서는 세르비아와의 무승부에서 있었던 대표팀의 변화와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되찾은 간격 유지, 하지만 불안했던 중앙수비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대표팀이 가장 달라진 부분은 수비와 미드필더, 공격 라인간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지난 10월 모로코전에서 참패를 당한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간격 유지'였다. 콜롬비아전에서는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적당하게 유지되면서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고, 미드필더와 공격 라인간의 간격도 유기적인 움직임과 공간을 향한 패스를 시도할 수 있게 적당히 유지되었다.

세르비아전 역시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잘 유지했다. 수비라인에 선수 변화가 있었지만 기성용이 깊게 내려오며 안정감을 가지는 플레이는 물론, 수비 상황에서도 상대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정도로 간격은 잘 유지가 되었다. 이번 평가전에서 가장 큰 소득이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중앙수비는 콜롬비아전에 비해 불안했다. 콜롬비아전에 선발 출전했던 권경원 대신 김영권이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뛰어난 발 밑 기술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김영권이지만 세르비아전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두드러진 모습이었다.

김영권은 여러 차례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놓쳤고, 평소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던 클리어링 실수도 반복되었다. 좋지않은 위치선정은 상대 공격수들에게 슈팅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세르비아 공격수들이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김영권의 선발 출전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장현수 역시 콜롬비아전에서 보여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을 끊어내는 과정까지는 좋았지만 전방으로 볼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과정에서 불안한 클리어링을 보여주는 모습은 김영권과 유사했다. 전반적으로 간격유지는 살아났지만 중앙수비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대표팀이었다.

'계륵'이 되어버린 구자철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한국의 구자철이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하고 있다.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한국의 구자철이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앙수비의 불안만큼 힘들었던 것은 구자철이었다. 구자철은 4-4-2 전술의 2의 일원으로 선발출전했다. 지난 콜롬비아전에서는 이근호가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위치였다. 손흥민의 파트너로서 많은 활동량과 측면으로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과정이 필요한 위치였다.

하지만 구자철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구자철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맞지않는 옷을 입었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보다 적극적인 측면 침투와 상대 수비를 끌고 나오면서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했지만 구자철은 이런 플레이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기존에 구자철이 가지고 있던 장점인 많은 활동량과 안정적인 볼 간수마저 빛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리저리 많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구자철이 해야 할 플레이는 손흥민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처리하며 골을 기록했지만 후반 24분 이근호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야 했다. 게다가 이근호가 교체로 들어온 뒤에는 손흥민의 슈팅이 살아나면서 손흥민의 파트너로서 이근호가 더 적합한 선수라는 것을 벤치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구자철은 지난 콜롬비아전에서는 고요한과 교체되어 들어오면서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상대의 공세에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이 현재 구사하고 있는 전술에서 구자철만이 맡을 수 있는 위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위치에 들어가더라도 확실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2번의 평가전에서 구자철은 신태용호의 새로운 전술에서 계륵이 되고 말았다.

조현우의 데뷔전, 골키퍼 경쟁의 불을 붙이다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골키퍼 조현우가 세르비아 아뎀 랴이치의 프리킥슛을 막아내고 있다.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골키퍼 조현우가 세르비아 아뎀 랴이치의 프리킥슛을 막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대구의 '대'헤아 조현우는 세르비아전을 통해 드디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세르비아전 준비과정에서 김승규가 발목염좌 부상을 당해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이 기회를 받은 선수는 김진현이 아닌 조현우였다. 지난 5년간 대구의 수문장으로 활약한 조현우는 대표팀 데뷔전에도 불구하고 안정감 있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전반전 조현우는 데뷔전을 치르는 골키퍼답지 않게 침착한 볼처리와 안정적인 수비조율을 보여줬다. 이 날 조현우가 빛난 장면은 전반 26분 아뎀 랴이치의 프리킥을 막아내는 장면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주목받고 있는 미드필더 랴이치의 프리킥은 강력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빠른 슈팅을 이용한 프리킥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조현우는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랴이치의 프리킥을 쳐냈다. 관중들 역시 데뷔전을 치르는 조현우의 선방에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후반 13분 랴이치에게 골을 내주며 데뷔전 무실점의 꿈은 날아갔지만 조현우의 활약은 김승규로 좁혀져가던 신태용호의 골키퍼 경쟁에 불을 붙일만 했다. 그간 김승규가 주전으로 선택되었지만 미숙한 공중볼 처리와 킥을 통한 공격전개는 꾸준히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이었다. 세르비아전에서 조현우는 안정감 있는 공중볼 처리와 정확한 킥으로 김승규의 단점을 커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김승규가 그간 보여주던 슈퍼세이브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현우의 인상적인 데뷔전을 통해서 김승규는 물론 2번째 골키퍼로 평가받던 김진현 역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신태용 감독이 선택한 조현우의 기용으로 여타 포지션과 같이 '영원한 주전은 없다'는 것을 골키퍼 선수들이 다시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시작점에 선 한국축구

그간 정말 긴 기간의 터널을 뚫고 이제서야 다시 한국축구는 출발점에 섰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한국축구가 가지고 있던 장점인 투지가 살아났고, 선수들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평가전을 낙관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분명 이전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우리가 내년에 치러야할 월드컵은 이 정도의 경기력으로는 경쟁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대표팀은 이번 평가전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보여주었다. 이번 평가전은 한국축구의 귀환을 즐거워하되, 문제점을 찾고 빠르게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제 월드컵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2월 1일 조추첨식이 진행되고 나면 우리가 7개월 뒤 만나게 될 상대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기간이 온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우리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콜롬비아-세르비아 2연전은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없을꺼야"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꿔놓은 정도다.

이제는 확실한 대비를 통해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만들어야 하는 때가 오고있다. 다시 시작점에 선 한국축구, 이번 평가전의 긍정적인 모습과 함께 이제는 앞을 향해 달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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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세르비아 김영권 구자철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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