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산뜻하다. 김연경이 중국 리그에서도 '왜 세계 최고 선수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연경 소속 팀인 상하이는 2017~2018시즌 중국 리그 개막 이후 4연승을 거두었다. 그러면서 13일 현재 1라운드 B조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 인스포코리아


지난 10월 27일 베이징과 개막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이어 31일 산둥전 3-1, 11월 4일 저장전 3-2, 11일 허베이전 3-0으로 이겼다.

김연경은 앞선 3경기에서 모두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베이징전 20득점, 산둥전 25득점, 저장전 27득점을 기록했다. 허베이전에서는 양지에(17득점)에 이어 15득점을 기록했다. 허베이전은 3세트 중반 승리가 확실시되자 상하이 양즈텅 감독이 김연경을 벤치로 불러들여 휴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득점 2위·서브 1위·리시브 4위... 최고 '완성형 레프트' 위엄

김연경의 개인 기록은 더욱 놀랍다. 현재 89득점(경기당 22점)으로 중국 리그 전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는 지난 시즌 득점왕이었던 리징(27세·저장)이다. 현재 92득점으로 김연경과는 3점 차이에 불과하다. 김연경은 서브에서도 1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연경은 리시브에서도 전체 4위에 랭크돼 있다.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세계 최고 '완성형 레프트'로서 위력을 다시 확인시켜 준 셈이다.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내주는 결정력(클러치 능력)도 단연 돋보였다. 허베이전에서는 2세트 12-13으로 뒤진 상황에서 순식간에 22-13으로 역전시키기도 했다. 김연경은 자신의 서브 차례에서 강하고 까다로운 서브와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으로 상하이의 10연속 득점을 이끌어냈다.

가장 의미가 컸던 경기는 저장 팀에 승리한 것이다. 저장은 지난 시즌 중국 리그 정규리그 우승 팀이자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팀이다. 저장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활약했던 주전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출전했다. 상하이는 지난 시즌 1라운드에서 저장과 2번 맞붙어 모두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올 시즌은 초반이긴 하지만, 저장·베이징 등 강호로 꼽혔던 팀들을 연달아 꺾으면서 B조 1위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김연경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만든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터 불안' 여전... 194cm 양지에, '김연경 도우미' 기대

 김연경과 상하이 팀 선수들

김연경과 상하이 팀 선수들 ⓒ 인스포코리아


상하이 주전 선수들의 윤곽과 경기력도 드러났다. 레프트 포지션은 김연경(30세·192cm·등번호 10번)이 단연 핵심이다.

김연경과 짝을 이루는 레프트 한 자리는 장이찬(27세·187cm·5번), 양지에(24세·194cm·9번)가 주로 나선다. 초반 2경기는 장이찬이 주전이었다. 그러나 저장전에서 양지에가 1세트 중반부터 장이찬 대신 들어가 23득점을 올리며 역전승에 큰 힘이 됐다. 이후 허베이전에서도 양지에가 주전으로 뛰었다.

양지에는 한때 중국 국가대표팀의 장신 기대주였다. 지난 2010년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만 16세의 어린 나이에 중국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2011년 월드그랑프리에서는 중국 국가대표 주전으로 맹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양지에보다 장신이면서 세계 정상급 공격력을 보유한 주팅(24세·198cm)이 혜성 같이 등장하면서 국가대표에서 밀려났다.

라이트는 주로 친쓰위(24세·184cm·7번)가 선발로 나선다. 그러나 장레이(33세·182cm·8번)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교체 멤버로 들어가 노련한 플레이로 분위기 반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장레이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중국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로 뛰었다.

센터는 마윈원(32세·190cm·15번)과 신예인 장위쳰(20세·183cm·2번)이 책임진다. 마윈원은 김연경의 절친이자 런던 올림픽 중국 국가대표 주전 센터였다.

세터는 미양(29세·180cm·18번)이 선발로 나선다. 미양은 런던 올림픽 중국 국가대표 백업 세터였다. 지난 시즌까지 푸젠에서 뛰었다. 상하이가 세터 보강 차원에서 영입한 선수다.

미양의 토스는 아직 김연경과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 오히려 교체 멤버로 들어가는 볜위쳰(28세·180cm·16번)이 빠르고 안정적인 토스로 분위기 반전에 기여하고 있다. 볜위쳰도 중국 국가대표 출신이다. 2010년 월드그랑프리에서 중국 국가대표 백업 세터로 발탁된 바 있다.

세터진이 아직 '김연경 활용법'을 터득하지 못한 모습이다. 김연경이 좋아하는 '높고 빠르면서 네트에 가까운' 토스가 많지 않았다. 반격 상황에서 파이프 공격 활용 빈도도 적었다. 상하이의 득점 분포가 레프트 공격수들에게 편중되는 모습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리베로는 왕웨이이(23세·175cm·1번)가 좋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 2명' 뛰고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상하이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라운드에서 5승5패(승점 15점)로 B조 6개 팀 중 4위를 기록했다. 2라운드는 4승4패(승점 13점)를 했다. 1라운드 같은 조에 속했던 3팀(장쑤·저장·베이징)끼리의 성적은 1승5패(승점 4점)였다.

정규리그 최종 성적은 2라운드 성적과 1라운드 같은 조 팀끼리의 성적을 합산한 5승9패(승점 17점)를 기록하며, 6위로 마감했다.

상하이는 지난 2000~200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무려 17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 최고의 성적은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다. 그러나 정규리그 성적만 따져보면, 지난 2012~2013시즌부터 5년 동안 4~6위 안에서만 맴돌았다.

상하이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연경을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중국 리그 우승을 위해서라는 건 불문가지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는 사라 파반(캐나다·196cm·라이트)과 하벨코바(체코·186cm·레프트)였다. 사라 파반(쎄라)은 한국 V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다. 2010~2011시즌은 한국도로공사, 2014~2015시즌은 GS칼텍스에서 뛰었다. 하벨코바는 현 체코 국가대표다. 두 선수는 현재 이탈리아 1부 리그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가 2명이 뛰었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상하이 구단과 팬들이 김연경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김연경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중국 리그마저 우승할 경우 4개국 리그를 모두 제패하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김연경은 프로 데뷔 첫해인 2005~2006시즌 V리그부터 2016~2017시즌 터키 리그까지 가는 곳마다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 정상을 밟았다. 한국 V리그, 일본 리그, 터키 리그 모두 소속 팀에서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팀을 우승시키고 본인은 MVP를 수상했다.

'현역 중국 국가대표 0명' 상하이, 우승 후보 중 '유일'

 김연경, 중국 리그 경기 모습... 상하이-저장 경기 (2017년 11월 4일)

김연경, 중국 리그 경기 모습... 상하이-저장 경기 (2017년 11월 4일) ⓒ 인스포코리아


상하이가 올 시즌 중국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초반이긴 하지만, 긍정과 부정적 요인이 공존한다.

김연경의 합류는 리그 판도를 바꿀 만한 변수인 건 틀림없다. 상하이는 김연경에게 모든 걸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승은 이야기가 다르다. 선수 한 명의 힘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상하이는 큰 약점이 있다. 팀에 현역 중국 국가대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과거 국가대표 출신만 있다.

중국 성인 국가대표팀은 올해 4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그중 월드그랑프리,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은 국가대표 1군이 출전했다. 아시아선수권 대회는 국가대표 1군을 모두 빼고, 어린 유망주들로 대표팀을 구성해 출전시켰다.

그런데 상하이는 4개 국제대회에서 중국 국가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출전 엔트리는 물론이고, 예비 엔트리 명단에조차 없었다.

이런 경우는 중국 리그 14개 팀 중 상하이, 쓰촨, 허베이 3팀밖에 없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들 중에는 상하이가 유일하다. 다른 11개 팀은 중국 국가대표 선수를 고르게 보유하고 있다. 쓰촨과 허베이는 현재 4전 전패, 3전 전패로 고전 중이다.

물론 상하이 선수들도 마윈원, 장레이, 미양, 양지에 등 과거 화려한 국가대표 경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있다. 비록 현역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그러나 세계 최강인 중국의 현역 국가대표 선수는 그 의미가 또 다르다. 어떤 면에서는 상하이의 객관적인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연경이기에'... 대중들의 우승 기대감도 부담

중국 국가대표팀은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2017년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도 세계랭킹 1위로 명실공히 세계 최강이다.

중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세계 톱급은 아닐지라도 세계 정상급임은 분명하다. 또한 실력과 잠재력은 국가대표급인데 경쟁이 심해 진입하지 못한 선수들도 많다.

이는 중국 리그가 외국인 선수를 아예 영입하지 않은 팀들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세계 톱급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면, 중국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실력과 경쟁력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중국 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장쑤와 저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두 팀은 외국인 선수 없이 중국 선수들로만 한 시즌을 치렀다.

그럼에도 미하일로비치 브란키차(세르비아·톈진), 로위와 로빈슨(미국·베이징), 켈리 머피(미국·허난) 등 세계 정상급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들을 모두 물리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장쑤는 장창닝, 후이러취, 궁샹위, 왕천웨, 댜오린위 등 중국의 현역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저장도 지난 시즌 중국 리그 득점왕이자 올해 국가대표에서도 활약한 리징이 공격을 주도하고, 조직력이 매우 좋은 팀이다. 두 팀은 올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연경은 '현역 국가대표 한 명 없는' 상하이 팀을 이끌고 중국 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훨씬 어려운 미션을 수행 중인 셈이다. '김연경이기에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대중들의 기대감도 홀로 감당해야 한다.

*다음 편에 2017~2018시즌 중국 리그 주요 팀들의 주전 선수와 전력 분석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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