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콜롬비아전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신태용호가 세르비아와의 다음 경기를 앞두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세르비아와 두 번째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12월 동아시안컵이 남아 있지만 이 대회는 해외파가 나설 수 없는 만큼 사실상 최정예 멤버들이 소집된 A매치는 올해 세르비아전이 마지막이다.

대표팀은 지난 10일 수원에서 열린 콜롬비아전에서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고 최근 A매치 6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고 7경기 만에 값진 승리를 따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로는 5경기만에 거둔 첫 승이기도 했다. 최근 경기력 부진과 잦은 구설수로 많은 우려를 자아냈던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진출국이자 피파랭킹 13위의 강호 콜롬비아를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모처럼 돌파구를 마련했다.

콜롬비아전 승리, 잘했지만 아직 낙관하기에 이르다

 지난 10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콜롬비아 경기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콜롬비아 경기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과만이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손흥민의 골가뭄 탈출, 고요한의 중원 기용, 투톱 전술을 구사하는 4-4-2 전술의 가능성 등 긍정적인 부분이 매우 많았다는게 더 큰 수확이었다. 콜롬비아전 직전만 해도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경기 이후에는 언론과 팬들의 반응이 일제히 호평일색이었다. 한동안 위축되어 있던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도 모처럼 자신감을 되찾으며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물론 대표팀의 승리는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섣부른 낙관은 조금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냉정히 말하면 대표팀은 이제 겨우 변화의 첫 발을 내딛었을 뿐 한 번의 승리로 팀이 완전히 환골탈태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잘할때는 박수가, 못 할 때는 비판이 필요하지만 매경기 결과에 따라 평가가 지나치게 널뛰는 현상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평가전에서 종종 강팀을 잡는 이변은 이전 대표팀에서도 한두 번씩은 존재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1999년 당시 세계최강이던 브라질을 안방에서 1-0으로 제압했고, 본프레레호는 2004년 독일을 3-1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3월 본선진출국이던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슈틸리케호도 지난해 6월 유럽 원정에서 유로 본선진출국이던 체코를 그것도 상대 홈에서 2-1로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에도 언론과 팬들은 평가전에서 강팀을 잡아낸 것에 열광했고, 감독의 선수기용과 전술에 대한 결과론적인 찬사가 판을 쳤다. 하지만 정작 그 이후 중요한 대회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행보는 모두가 알다시피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가 멀게 흘러갔다.

허정무 감독은 2000년 성적 부진으로 사임하고 10년 뒤인 남아공월드컵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고 나서야 명예회복에 성공할수 있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지역예선을 통과하고도 부진 끝에 지휘봉을 아드보카트에게 넘겨줘야 했으며, 홍명보는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슈틸리케는 아예 아시아 최종예선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초라하게 경질됐다.

월드컵 본선까지 겨우 7개월 남은 상황

신태용호의 현재 전적은 아직도 1승 2무 2패에 불과하다. 계속 부진하다가 '오랜만에 한번 잘한 것'을 두고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콜롬비아전은 물론 신태용호의 준비가 훌륭했던 것도 있지만, 상대가 시차 적응과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한국에 대한 분석을 사실상 전혀 하지 않은 채로 경기에 나섰다가 혼쭐이 난 경우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팀들은 사정이 다르다.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한국에 굴욕을 안긴 알제리의 사례처럼, 상대국에 대한 현미경 같은 분석과 준비는 기본이다. 한국이 월드컵을 대비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팀들 역시 한국을 사실상 가장 만만한 '1승 제물'로 여기고 철저하게 준비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를 한번 이겼다고 한국이 이기지 못한 이란-우즈벡이나 러시아-모로코 같은 팀들이 콜롬비아보다 더 강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전히 신태용호는 보완해야 할 약점이나 검증이 끝나지 않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건은 결국 연속성이다. 실패한 역대 대표팀의 경우 강팀과의 평가전에서 얻은 자신감과 교훈을 다음 경기까지 살려서 이어가지 못했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본선까지 겨우 7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예 멤버를 소집해 평가전을 치를 기회마저 매우 제한적이다. 실험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불확실한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안정적인 조직력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남은 평가전을 통하여 구축해낼 필요가 있다.

특히 신태용호의 수비 조직력은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있다. 신태용호는 지난 러시아-모로코전에 이어 콜롬비아전에서도 세트피스에 의한 실점을 또다시 헌납했다. 다음 A매치 상대인 세르비아 역시 세트피스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대표팀은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세트피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골에 승부가 좌우될 수 있는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한국처럼 세트피스가 허약한 팀은 '화약고'를 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12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들이 14일 세르비아전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손흥민(가운데) 등이 몸을 풀고 있다.

지난 12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들이 14일 세르비아전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손흥민(가운데) 등이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한국이 그나마 수비적으로 이전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수 있었던 것은 점유율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고 최전방과 미드필더에서부터 왕성한 활동량과 압박이 이뤄지며 수비진과의 협력수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 수비진 조합과 조직력은 아직 무게가 떨어진다. 콜롬비아전에서는 권경원과 장현수 조합이 나섰는데 대체로 무난했지만 이들이 포백의 중앙수비로 호흡을 맞춘 것은 처음이었다. 슈틸리케호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안정감이 중시되는 수비라인이 너무 자주 바뀌면 숙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격진에서는 손흥민 활용법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손흥민이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부활하기는 했지만 기복을 줄여야 한다. 손흥민 의존도가 높은 대표팀은 그간 손흥민이 침묵할 경우 전체적인 공격력이 함께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신태용 감독은 세르비아전에서 손흥민을 원톱으로 사용하는 전술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이 직접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2선 침투나 세트피스에서 손흥민을 통하여 파생되는 찬스를 살려 동료들이 더 적극적으로 득점에 가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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