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프로농구 전주 KCC와 울산 현대모비스가 깜짝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군필가드 박경상(27·180cm)과 이번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 지명자 김진용(23·200cm), 지난 시즌 4라운드 출신 주긴완(27·192cm)이 맞트레이드 된 것이다.

트레이드는 양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뤄졌다. 트레이드 목록에 오른 선수들은 양팀 핵심전력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간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자원들이다. KCC는 팀내 기둥 하승진(32·221cm)의 백업이 급하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은 KCC 제공권을 책임지고 있다. 자유투, 기동력 등 고질적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하승진이 빠진 KCC골밑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비중이 크다.

올시즌 역시 하승진은 주전급 센터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하승진을 받쳐줄 백업선수다. 하승진은 한창때에도 신체적 특성상 크고 작은 부상이 많았다. 하물며 지금은 적은 나이도 아니다. 누구보다도 관리가 필요한 선수다.

아쉽게도 현재의 KCC에는 하승진을 제대로 받쳐줄 든든한 골밑백업이 없다. 정희재(26·195cm)는 아직 군대에 있으며 주태수(35·200cm)는 노쇠화로 인해 예전 같지 않다. 박세진(24·201.5cm) 또한 성장이 더디다. 그런 상황에서 장신임에도 빠르게 뛸 수 있는 기동력을 겸비한 김진용은 매력적인 카드였다.

하승진 백업요원은 물론 팀 전술에 잘 녹아들 수만 있다면 기동성을 살려 동반 출전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가다. 팀내 사정을 들어 신인드래프트 당시 5순위 지명권으로 김국찬(22·190.1cm)이 아닌 김진용을 지명해야 된다는 얘기까지 있었을 정도다. 어찌됐든 김진용까지 KCC로 오게 됨에 따라 소속팀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분위기다.

마산고 아이버슨으로 불렸던 담대한 공격형 가드

반면 현대모비스 팬들 사이에서는 박경상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일방적으로 환영을 받고 있는 김진용과 비교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손해 보았다"는 의견까지 심심치 않게 쏟아진다. 박경상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경상은 마산고 시절 '한국의 아이버슨' 혹은 '마산고 아이버슨'으로 불렸다. 신장은 작았지만 내외곽을 넘나들며 엄청난 득점 폭발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별명일 뿐이지만 NBA(미 프로농구)에서 전설적 득점기계로 불렸던 '더 앤써(The Answer)' 앨런 아이버슨(42·183cm)이 언급된 것 만으로도 범상치 않았던 선수임은 분명하다.

고교시절의 명성과 달리 박경상은 대학리그 등을 거치며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단신 공격형 가드로서 한계가 역력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아이버슨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격형 단신가드가 사이즈의 핸디캡을 깨고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려면 스피드, 테크닉 등에서 압도적이어야 한다. 아쉽게도 박경상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슈팅 역시 폭발적이기는 했으나 슈터수준으로 안정된 밸런스를 뽐내지는 못했다. 단순히 달아오를 때 잘하는 정도의 경기력으로는 여러모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박경상이 전체 4순위로 뽑혔을 당시 의외라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박경상 본인조차 지명이후 "1라운드에 뽑히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이름이 불린 순간 깜짝 놀랐다"고 밝혔을 정도다.

당시 KCC팬들이 원했던 선수는 중앙대 출신 장신가드 유병훈(27·190cm)이었다. 하지만 바로 앞 순번에서 LG가 유병훈을 지명해버렸고 뒤이어 박경상이 호명됐다. 유병훈이 남아있었을시 KCC가 어떻게 지명권을 행사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팬들은 박경상 지명에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졸지에 지명 당시부터 미운오리새끼가 되버렸던 박경상이었다.

박경상은 당찬 성격이다. 본인도 그러한 분위기를 느꼈고 자신을 둘러싼 저평가를 날려버리고자 코트에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당시 KCC는 전력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박경상은 많은 출장시간을 가져가며 '겁 없는 아이'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경상의 장점은 담대함이다. 학창시절부터 과감하게 공격을 하는 습관이 몸에 뱄던 터인지라 신인시절에도 슛을 던지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당시 허재 감독의 이른바 레이저(?) 눈총에도 주눅 들지 않고 돌파면 돌파 슛이면 슛 공격만큼은 자신있게 했다. 자신에게 수비수가 몰렸다 싶으면 기가 막힌 어시스트를 날리며 멋진 장면도 많이 만들어냈다.

주변 수비수까지도 완벽하게 속인 채 '비하인드 백 패스'로 안드레 브라운(36·203cm)의 덩크슛을 만들어낸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이른바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내는데 소질이 있었다.

아쉽게도 박경상은 거기까지였다. 가드로서 공격력은 상급이지만 정작 중요한 볼간수, 리딩능력, 수비 등에서 아쉬움이 컸다. 시야가 넓지 못한 관계로 중요한 순간 실책도 잦았다. 볼 없는 움직임이 좋으면 단신 슈터로라도 쓸 수 있겠지만 그런 스타일과도 관계가 멀었다. 자신이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적당히 실책도 하고 적당히 득점도 올리는 유형이었다.

박경상은 프로에서의 커리어하이가 신인 때일 정도로 그 뒤 발전이 거의 없었다. 1번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부분에서 약점이 두드러졌던지라 점점 출장시간도 줄고 팬들 사이에서 기대감도 사라져갔다.

새로운 둥지 현대모비스에서 날개 달 수 있을까?

이번 트레이드는 박경상과 김진용에게 모두 기회다. 김진용이 그대로 울산현대모비스에 있었다면 출장 시간은 거의 받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3·203cm)을 필두로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 빅맨 함지훈(33·198cm) 거기에 김동량(30·198cm)까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경상 또한 마찬가지다. KCC 1번 라인은 베테랑 전태풍(37·178cm), 이현민(34·173cm)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차세대 주전가드로 키울 재목인 유현준(20·180cm)까지 합류했다. 김민구(26·191cm) 또한 1번이 가능하다. 박경상이 낄틈이 없다.

박경상 입장에서 현대모비스 행은 기회다. 현대모비스는 양동근(36·181㎝)이 건재하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백업가드가 마땅치 않아 초반부터 너무 많은 출장시간을 가져가고 있다. 이정석(35·183cm)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했지만 급감한 경기력으로 인해 전혀 양동근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모비스에서 박경상에게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박경상이 어떠한 스타일의 가드인지는 유재학 감독 역시 잘 알고 있다. 젊은 선수답게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며 적극적으로 플레이해주고 필요한 상황에서 보조공격수 역할정도만 제대로 해줘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큰 실책 없이 꾸준히 10분가량만 책임지게 되면 양동근의 휴식시간도 상당 부분 확보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현대모비스는 박경상의 부족한 리딩능력을 커버해줄 수 있는 팀 동료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지간한 가드 이상의 센스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함지훈은 물론 마커스 블레이클리(29·192cm) 역시 게임조립에 일가견이 있다. 박경상이 원가드로 코트에 나서도 도와줄 동료들은 얼마든지 있는지라 리딩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수비시 자신의 마크맨 정도만 잘 막고 성공률 높은 외곽슛만 잘 꽂아줘도 당장의 기대치는 충족시켜줄 수 있다.

유 감독은 신인시절 사실상 슈팅가드 혹은 키 작은 포워드로 불렸던 양동근을 조련시켜 국내최고의 1번으로 만들어낸 감독이다. 당시 양동근은 '포인트 포워드'로 불리던 크리스 윌리엄스(194cm)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더불어 윌리엄스의 기술 등을 옆에서 배우며 자신이 발전하는 자양분으로 삼았다.

박경상도 함지훈, 블레이클리가 옆에 있는지라 지금이 성장의 최대 기회일수도 있다. 선수의 특정 장점을 뽑아내 잠재력을 폭발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유감독의 매직이 박경상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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