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두산의 우승 분위기였다. 플레이오프부터 파죽지세로 상승세를 탔던 두산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헥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더욱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양현종의 완봉투에 속절없이 당한 2차전부터 다른 흐름으로 시리즈가 흘러갔다. 잠실로 장소를 옮긴 이후 3차전은 팻딘의 호투 속에 KIA가 승리를 거뒀고, 유희관과 임기영이 맞붙은 4차전 역시 KIA가 승리하며 이제는 시리즈 전적 3승 1패(KIA 기준)가 됐다. KIA의 V11까지 딱 1승이 남아있는 셈이다.

두산 타선은 2차전부터 4차전까지 세 경기에서 4점을 뽑는 데에 그쳤다. 헥터, 양현종, 팻딘에 비해서 무게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임기영에게도 경기 내내 끌려다니며 빈타에 허덕였다. 이대로라면 잠실에서 상대팀의 우승 퍼레이드를 구경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4차전 패배 이후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두산 선수단. 패배라는 결과보다도 과정 속에서 나타난 무기력함이 팬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4차전 패배 이후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두산 선수단. 패배라는 결과보다도 과정 속에서 나타난 무기력함이 팬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 유준상


김태형 감독의 믿음의 야구, 지금은 결코 필요하지 않다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고 타격 컨디션도 떨어져 있는 두 명의 야수, 양의지와 김재호는 4차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형 감독은 허경민 대신 최주환을 선발 3루수로 투입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변화를 가져가지 않고 4차전에 임했다.

그러나 두 타자는 김태형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양의지는 4타수 무안타, 김재호는 2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출루 한 번 하지 못했다. 김재호의 경우 수비에서도 아쉬운 장면을 남겼다. 7회초 2사 1, 2루에서 김주찬의 땅볼 때 실책을 범하며 2루 주자 고장혁의 득점을 허용했고, 사실상 KIA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계기가 됐다.

벤치에서 출발한 박세혁은 7회말 김재호 타석 때 대타로 나왔고, 류지혁은 8회초 대타로 나선 박세혁을 대신해 유격수로 교체 투입됐다. 다시 말해 두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은 시점은 경기 후반이었고, 6회까지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에 발표한 라인업을 그대로 고수했다.

감독의 믿음 속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선수라면 그라운드에서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팬들이 실망한 이유 중 한 가지도 김재호와 양의지 모두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임에도 시리즈 내내 부진하고 있고, 김재호는 실책을 범한 이후 미소를 지은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되면서 많은 팬들이 분노했다.

하지만 이들의 컨디션은 베스트가 아니다. 아무리 류지혁이 김재호에 비해 수비가 조금 불안해도, 박세혁이 양의지의 빈 자리를 완벽히 메울 수 없다고 하더라도 몸상태가 더 좋은 선수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단기전에서 살아남는 법이고, 김태형 감독이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런 과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김재호의 실책과 양의지의 타격 부진은 이들을 그대로 믿고 내보낸 김태형 감독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 정규시즌보다 좀 더 여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30인 엔트리(28인 출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해성, 조수행, 정진호, 서예일 등 백업 야수들이 단지 큰 경기 경험이 적다고 벤치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한국시리즈 4차전 종료 이후 모습. 희비가 엇갈린 두 팀이 5차전에서 가을야구의 마침표를 찍게 될까.

한국시리즈 4차전 종료 이후 모습. 희비가 엇갈린 두 팀이 5차전에서 가을야구의 마침표를 찍게 될까. ⓒ 유준상


5차전부터 총력전? 1승이 급한 상황에서 4차전을 놓친 것은 큰 아쉬움

김태형 감독은 4차전이 끝난 이후 "양의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안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타구가 배트 중심에 잘 맞아나갔다. 김재호도 배팅이 잘 되지 않고 있는데 두 선수 모두 이에 대해 특별한 대안을 생각할 여유가 지금은 없다"라고 밝혔다. 결국 5차전에서도 두 선수를 웬만하면 선발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김 감독은 "한 경기만 내주면 우승을 넘겨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경기 준비를 잘 해서 총력전을 펼치겠다."라고 밝혔다. 이미 4차전 이전까지 두산은 1승 2패로 밀린 상황이었고, 1승이 급한 상황이었다면 4차전부터 총력전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했다.

그동안 한국시리즈에서 1승 3패가 된 상황은 모두 16차례였으며, 이 가운데 딱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3승을 기록했던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그 한 차례가 2013년 두산이기는 했지만, 당시 상대가 정규시즌 1위팀 삼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핸 그런 기적을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4차전을 잡았다면 2승 2패가 된 상황에서 5차전을 맞이했을 것이고, 5차전에 임하는 양 팀의 자세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졌고,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탄생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기적을 바라는 팬들이 많다. 단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이다. KIA는 5차전을 패배하더라도 6차전 선발로 '2차전 완봉투' 양현종이 선발로 나선다. 두산의 뒤집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이다.

2017년 두산의 가을야구, 다소 허무하게 끝을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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