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여고 박혜민(180cm·왼쪽)과 박은진(188cm) 선수

선명여고 박혜민(180cm·왼쪽)과 박은진(188cm) 선수 ⓒ 박진철


'여고배구판 레알 마드리드.' 이 표현이 딱 맞는 팀이 있다. 진주 선명여고다.

스페인 프로축구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레알 마드리드처럼, 전 포지션에 여고배구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선명여고는 올해 레프트에서 박혜민(180cm·2학년)과 백채림(173cm·3학년), 라이트는 이예솔(178cm·2학년)이 주도했다. 센터는 박은진(188cm·2학년)과 최미주(179cm·3학년)가 막강 블로킹 벽을 쌓았다. 세터는 이원정(177cm·3학년)이 지휘했다.

상당수가 청소년 또는 유스 대표팀 선수로 활약했던 차세대 국가대표 유망주들이다. 박은진은 지난해 U19 아시아선수권 대회 대표팀 선수로 활약했다. 박혜민, 이예솔, 이원정은 지난 8월 U18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했다. 이 대회에 고교 최고 선수인 박은진과 정호영이 나이 제한과 배구협회의 제재 조치로 출전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기록을 살펴봐도 선명여고의 위력은 대단했다. 올해 출전한 3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 '전승 우승'으로 2관왕을 달성했다.

지난 4월 태백산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5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강릉여고, 원곡고, 수원전산여고 등 강호들을 만나 모두 승리했다. 지난 9월 CBS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도 서울 중앙여고, 원곡고 등을 꺾으며 6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마지막 대회인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전승 가도를 달리다, 지난 24일 준결승에서 대구여고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올해 첫 패배였다. 이날 선명여고는 대구여고와 5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다. 그러면서 올해 3관왕과 전승 우승의 꿈도 무산됐다.

김양수 선명여고 감독은 25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날 패배에 대해 "방심과 안일함이 화근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1세트를 25-17로 크게 이기면서 (쉽게 갈 줄 알고) 2세트에 주전 세터인 이원정을 빼고 1학년 세터를 선발 출전시킨 게 발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원정을 다시 투입했지만 이번에는 서브 리시브와 수비 라인의 선수 전원이 흔들렸고, 반면 대구여고의 서브는 미스도 없이 잘 들어왔다"며 "이렇게 경기가 전체적으로 안 풀리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25일 결승전에서는 서울 중앙여고가 대구여고에 3-1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중앙여고는 이솔아와 이윤주 더블 세터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1학년 장신 센터인 이다현(185cm)도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다. 대구여고는 U18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던 1학년 레프트 권민지(177cm)가 주축이다.

호화 스쿼드-2관왕... '여고배구 레알 마드리드'

올해 선명여고의 경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박은진, 박혜민, 이예솔로 이어지는 공격 3방과 이원정 세터였다.

지난 23일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여고배구 8강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날 선명여고는 수원전산여고를 3-1(25-15 23-25 25-12 25-22)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두 팀의 경기가 주목됐던 이유는 우승 후보끼리의 맞대결인 데다, 여고배구 특급 선수들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V리그 신인 선수들도 대거 포함돼 있었다. 선명여고는 이원정과 백채림(한국도로공사)이 뛰었다. 수원전산여고는 한수진(GS칼텍스·165cm·세터 겸 리베로), 김채연(흥국생명·184cm·센터), 김현지(IBK기업은행·176cm·센터), 박민지(GS칼텍스·176cm·레프트)가 출전했다.

이날 경기는 공격과 수비의 대결이었다. 선명여고는 박은진, 박혜민, 이예솔 3인방이 이끄는 공격력과 블로킹에서 수원전산여고를 압도했다. 세터도 우세했다. 올 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터 최대어인 이원정은 안정되고 다양한 볼 배급을 선보였다.

수원전산여고는 끈끈한 수비력으로 한 세트를 따냈지만, 선명여고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한수진은 레프트로 출전했다. 수비와 강서브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공격에서는 선명여고의 높은 블로킹 벽에 고전했다.

박은진·박혜민, 프로에서도 '특급 스타' 가능성

 선명여고 선수들... 제98회 전국체육대회 경기 장면(2017.10.23)

선명여고 선수들... 제98회 전국체육대회 경기 장면(2017.10.23) ⓒ 박진철


이날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박은진과 박혜민이었다. 두 선수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특급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과 잠재력 때문이다.

박은진은 신장, 실력, 잠재력 면에서 양효진, 김수지를 이을 차세대 국가대표 센터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프로 팀에서 뛰어도 주전 센터 한 자리는 꿰찰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초고교급 선수다. 장신 센터임에도 몸놀림이 빠르고, 속공과 블로킹 능력이 프로 선수 못지않기 때문이다.

박은진은 중요 순간마다 속공과 블로킹으로 높은 득점력을 발휘했다. '여고배구판 양효진'을 연상케 했다. 김양수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에게 "박은진은 내년 프로에 가면 바로 주전 한 자리를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프트 공격수인 박혜민도 기량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은진과 함께 선명여고의 주득점원이었다.

박혜민의 큰 장점은 간결하고 빠른 스윙 폼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체형이 날렵함에도 공격한 볼이 빠르고 파워 있게 상대 코트에 꽂힌다. 서브 리시브와 수비력도 준수한 편이다. 

박혜민은 아이돌급 외모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선수로 프로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경우, 특급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박)혜민이는 공격 폼이 잘 갖춰진 선수"라며 "프로 팀에서 확실히 통할 수 있도록 공수 전반적으로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영, 내년 국내대회 합류 '이목 집중'

선명여고는 내년에 더 막강한 팀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정호영(190cm·1학년)이 본격적으로 경기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정호영은 배구협회의 전학 관련 제재 조치로 올해 모든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못 했다.

프로 팀과 연습경기에서만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정호영의 경기를 직접 살펴본 프로 팀 감독들은 "김연경의 뒤를 이을 재목감이 틀림없어 보인다"고 호평했다.

김양수 감독은 "(정)호영이가 올해 체력 강화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면서 지난해보다 체중이 늘고, 다리 근육도 많이 올라왔다"며 "공격 파워가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영이는 내년에 올해 레프트였던 백채림 자리에 들어가 레프트 공격수로 활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원정이 빠진 자리는 장신 세터인 구솔(180cm·1학년)과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세터가 경쟁한다.

정호영까지 가세한 선명여고가 내년에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년에도 여고배구는 선명여고의 독주 여부가 최고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여자 프로구단와 고교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내년 드래프트에 나올 고교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좋고 유망주들이 많다"며 "지금이 여자배구 제7단 창단의 최적기"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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