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로 공개된 영화 <공범자들>의 첫 장면.

유투브로 공개된 영화 <공범자들>의 첫 장면. ⓒ 뉴스타파


"공영방송 정상화 기원 <공범자들> 무료공개! 오늘부터 11월 3일까지 2주일 동안 <공범자들>을 유튜브에 공개합니다. 이미 <공범자들>을 보신 분들은 아직 못보신 분들을 위해 메신저가 되어 주세요. 영화 '공범자들'은 뉴스타파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중이고, IPTV 등에서 유료 서비스중인만큼 위 유튜브 링크로만 공유부탁드립니다." (✔︎공범자들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93JfBfMtDS4)

<공범자들>을 제작한 <뉴스타파>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공지다. <공범자들>은 유투브 무료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작년 6월 <다이빙벨>이 무료 공개 7개월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8월 개봉해 26만 명을 돌파한 이 <공범자들>에 대한 관심이 얼마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공범자들> 무료공개 5일 만에 조회수가 143만입니다. 극장관객(26만)의 5배를 넘었네요. 내일(26일) KBS, 모레(27일)는 방문진 국정감사입니다. 댓글로 고대영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해주십시오."

그리고 25일, <공범자들>의 최승호 감독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리고 25일 오후 5시경 <공범자들>의 유튜브 누적 관람 수는 150만을 돌파했다. 이 정도면, '역대급' 속도라 해도 무방하다. 두 달을 향해 가고 있는 MBC와 KBS 총파업 사태와 맞물린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시놉시스를 소개해 보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보도로 MB 정부가 큰 타격을 입자 본격적인 언론 장악이 시작된다. 첫 타깃이 된 KBS가 권력에 의해 점차 무너지고, 2010년 '4대강 사업'의 실체를 고발한 MBC도 점령당한다. 결국 방송 검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서, 더 이상 공영방송이 아닌 권력의 홍보 기지로 전락한 KBS와 MBC.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오보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마저 은폐하려 한다. 최승호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과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시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공범자들>의 관람 포인트를 다시 짚어 봤다. 무료다. 유튜브로도 안 보면 손해, 맞다.   

재밌다

 영화 <공범자들>의 한 장면.

영화 <공범자들>의 한 장면. ⓒ 엣나인필름


"코미디 연출하는 PD로서 이 영화는 아주 훌륭한 캐릭터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찌질하고 비루한 캐릭터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지거든요. 현실에서 보면 악인들이 알고 보면 이렇게 하잘 것 없는 인간들이란 걸 우리가 알아야 (악인에 맞서) 우리가 싸울 수 있는 힘이 생겨요." (MBC 김민식 PD)

김장겸 현 사장, 김재철 전 사장 이하 MBC 전현직 경영인들이 카메라를 피해 다니는 그 '액션'을 보고 웃지 않는다면, 유머 감각이 심각히 훼손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만큼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누릴 만큼 누린 '언론 권력자'들이자 그 정권에 부역했던 인사들이 최승호 감독과 카메라를 회피하고 변명을 일삼는 작태는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특히나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중 한 명인 정윤회씨의 아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안광한 전 사장이 카메라를 뿌리치거나, 강연장에서 마주친 김재철 전 사장이 이래저래 눙을 치는 장면은 액션과 B급 연기가 포함된 절정의 코미디라 할 만하다. 더군다나 카메라 앞에 선 대부분의 '공범자들'이 지나치게 어색한 '아저씨' 미소를 짓는다는 점에서 일관성까지 갖췄다. 일각에서 최승호 감독을 '한국의 마이클 무어'라 일컫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눈물난다

 영화 <공범자들> 속 이용마 기자(좌)와 김민식 PD.

영화 <공범자들> 속 이용마 기자(좌)와 김민식 PD. ⓒ 엣나인필름


원래 실화가 힘이 센 법이다. 그 '공범자들'이 해고하고 좌천시키면서 밥줄을 끊고 모욕감과 수치심을 안겨준 공영방송 언론인들의 이야기가 두 공영방송 노조의 총파업과 함께 속속 기사회되는 중이다. <공범자들>은 그 중심에 있던 노조원들의 진솔한 속내를 가감 없이 조명하는 동시에 왜 그들이 2012년 파업을 해야 했고, 또 5년 뒤인 지금 파업에 나서야 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설명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김미화씨도, 스케이트장으로 쫓겨나야 했던 MBC 이우환 PD도, 암투병 중이면서 영화의 끝을 장식한 MBC 이용마 기자 누구도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해 마이크를 쥐고, 구호를 외치고, 몸싸움을 벌이는 노조원들의 투쟁과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때로는 당당하게 그리고 종종 비겁하게 카메라를 피하는 '공범자들'의 작태는 그간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라면 '분노'의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하다.

특히나 영화의 말미, 암 투병 전, 2012년 파업 이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당당하게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는 이용마 기자의 '건강한' 모습은 현재와 대비돼 그 어느 실사 영화보다 아프고 슬프게 다가올 것이다(그는 21일 방송됐던 <그것이 알고 싶다> '몸통은 응답하라 - 방송 장악과 언론인 사찰의 실체' 편에도 등장했다).

시의성, 그리고 주인공(?) MB

 영화 <공범자들>에 등장한 이명박 전 대통령.

영화 <공범자들>에 등장한 이명박 전 대통령. ⓒ 엣나인필름


<공범자들>은 한국의 공영방송이 왜 지금처럼 망가졌는지에 대한 아주 훌륭하고 날카로우며 섬세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공범자들>은 그 언론장악의 최종 '보스'가 MB 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그 모든 언론 부역자들을 제쳐 두고서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인물도 바로 MB다. 영화의 말미, 최승호 PD에게 악수를 청하는 태연한 MB의 얼굴이야말로 <공범자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결국 <공범자들>은 공영방송에서 다큐를 만들고 시청자를 만나야 했던 PD들이 MB 정부 이후 왜 영화관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야했는지에 대한 애처로운 모범답안이기도 하다. 최승호 PD를 비롯해 수많은 PD들이, 기자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방송국을 떠나야 했고, 그들이 '외곽'에서 만들어 극장 개봉을 거친 작품들이 바로 이 <공범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 다큐들이기도 하다.

<공범자들>은 바로 그러한 언론환경에 대한 고백이자 아이러니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마치 손석희 사장이 MBC에서 쫓겨나 JTBC로 옮겨 갔고, 이후 '태블릿 PC' 보도로 박근혜 정권을 몰락에 기여했듯, MBC 해직언론인인 최승호 PD 역시 <뉴스타파>로 옮긴 후 만든 다큐멘터리 <자백>과 <공범자들>을 통해 보수정권의 '국정원'과 '언론장악'을 영화를 통해 고발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큰 스크린이든, 스마트폰의 유튜브 창이든 변할 것은 없다. <공범자들>이 가리킨 칼 끝에 MB가 서 있다는 사실은. 그가 시작한 언론장악의 결과가 작금의 망가진 MBC와 KBS라는 사실은 말이다.

<공범자들>을 비롯해 공영방송의 시계를 되돌리고 정상화시키려는 노력들은 지금도 '유의미'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미 150만의 유튜브 관람객이 이를 입증한다. 다행히, '공영방송 정상화'와 BBK 주가 조작 관련 'MB 수사' 움직임도 잰걸음을 내고 있다. 지금, 이 '공범자들'과 주범을 향한 블랙코미디의 결말이 '블랙'으로 물드는 중이다.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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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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