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UFC 미들급에서 가장 핫한 파이터는 단연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36·영국)이다. 이는 얼핏 보면 매우 좋은 현상으로 풀이된다. 챔피언은 해당 체급의 얼굴이자 간판이다. 그런 챔피언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체급 입장에서도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스핑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가장 강하거나 인기가 높아서가 아니다. 제멋대로 함부로 굴며 체급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민폐캐릭터로 원성이 높다. 이전 챔피언처럼 랭커들과의 정상적 대결을 기피한 채 차일피일 방어전을 미루는 것을 비롯 돈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이벤트 매치에만 신경 쓰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같은 비스핑의 행동은 현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와 비슷하다. 실제로 상당 부분을 따라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이른바 찌질하다는 의견 일색이다. '맥그리거가 뛰니까 비스핑도 날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맥그리거가 '못된 놈'이라면 비스핑은 '못난 놈'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마이클 비스핑(사진 왼쪽)이 약체 챔피언, 비겁자 등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현역 강자와의 검증매치가 필요하다.

마이클 비스핑(사진 왼쪽)이 약체 챔피언, 비겁자 등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현역 강자와의 검증매치가 필요하다. ⓒ UFC 아시아 제공


떨어지는 임팩트, 팬들은 검증매치 원한다!

이렇듯 끊임없이 혹평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비스핑의 챔피언답지 못한 기량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맥그리거같은 경우 최강자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상위권에서 활약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라이트급 최강의 도전자들로 불리는 토니 퍼거슨,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도 실제로 경기가 벌어진다면 흥미로운 승부가 예상된다.

반면 비스핑은 루크 락홀드, 로버트 휘태커, 크리스 와이드먼, 호나우두 소우자, 요엘 로메로 등 상위랭커들과 맞붙게 되면 이기는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구태여 거기까지 가지 않고 유라이어 홀, 데릭 브런슨, 켈빈 가스텔럼만 언급해도 비스핑이 이긴다고 장담하기 쉽지 않다. 이정도로 도전자 세력에게 만만했던 챔피언도 드물다.

그런 상황에서 방어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하기보다는 강자와의 매치업은 이리저리 피한채 이벤트 매치를 노리기에 악평이 터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비스핑은 1년 이상 끌어온 2차 방어전을 전 웰터급 챔피언 출신 조르주 생 피에르(35·캐나다)와 치르게 되며 미들급에 제대로 흙탕물을 쏟아냈다.

생 피에르가 예전의 인기스타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하위체급에서 뛰다 은퇴했던 선수가 미들급 타이틀전으로 복귀한다는 자체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다. 미들급에 적절한 도전자가 없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명분과 강함을 갖춘 랭커들이 줄줄이 대기 중에 있다.

사실 전적만 놓고 보면 비스핑은 상당히 쓸만한 파이터다. 통산 30승 7패에 2015년부터 5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단한번의 연패도 당하지 않았으며 KO될 때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그렇지 넉 아웃 패는 단 2번밖에 없다. 자신보다 전력이 떨어진다고 예상됐던 상대에게는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변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률을 가져가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기록만 놓고 보면 상당히 훌륭한 파이터다.

비스핑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 중 하나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는 혹평이다. 실제로 비스핑은 이름난 선수들과의 싸움에서 대부분 패했다.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강자와의 승리는 최근 3경기에서 있었던 앤더슨 실바, 루크 락홀드, 댄 헨더슨(1차 방어전)과의 경기다.

어찌보면 모두 메이저단체 챔피언 출신인 이들을 연달아 잡아낸 것은 엄청난 업적이다. 실바는 미들급 역사상 최고의 챔피언으로 불렸다. 유연하고 탄력 넘치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환상의 타격을 선보였는데 '투신(鬪神)'이라는 애칭이 딱 들어맞는 파이터다. 엘리트 레슬러 출신 헨더슨 또한 수많은 강자들과 혈전을 벌이며 MMA역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일격필살로 불리던 강력한 라이트 펀치는 'H-Bomb(수소폭탄)'으로 통할만큼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락홀드 역시 좋은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스탠딩, 그라운드에서의 밸런스가 매우 좋은 현 미들급 최상위권 강자다. 그런 3인을 상대로 연승을 기록했다는 자체는 얼마든지 자랑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실바와 헨더슨은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노쇠했다. 그런 그들을 맞아서도 비스핑은 엄청나게 고전하며 가까스로 승리를 가져갔다. 실제로 헨더슨은 비스핑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했고 실바도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락홀드 전에서는 상대의 방심을 틈탄 한방의 영향이 컸다.

구태여 전성기를 들먹이지 않아도 몇 년만 젊은 실바와 헨더슨이었다면 비스핑이 승리를 가져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는 평가다. 1승 1패로 통산 전적에서 호각을 맞추게 된 락홀드 역시 3차전이 벌어질 경우 비스핑이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그래도 승리는 승리다. 여러 가지 상황과 변수는 있겠지만 정식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간지라 실바, 헨더슨, 락홀드를 이긴 기록만큼은 뚜렷이 남기게 됐다. 하지만 비스핑이 좀 더 인정받기위해서는 한창 기세가 오른 강자들과의 진검승부에서 이길 필요가 있다. 계속적으로 상위랭커를 피하고 이벤트 매치업에만 신경 쓰다가는 '약체 챔피언', '비겁한 도망자'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 검증매치 오명 비겁자 비스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